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회담은 친미 성향이나 친중 성향 사람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다. 역대 정권 중에서 친중 반미 성향이 가장 크다는 평가를 받아왔기에 그랬다. 한미정상은 안보와 경제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합의로 그간 흔들렸던 동맹관계의 회복을 넘어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한국은 경제력을 등에 업고 미국의 안보도 위협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또 미국이 반도체, 전기자동차, 2차전지 제조업을 키우도록 투자하는 데도 합의했다. 미국은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없애고 우주로 나가는 데 협력하며, 자국 백신을 한국에서 생산하고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파트너가 되기로 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탈원전, 탄소중립’을 외쳤던 문 정권 인사들은 안보와 경제가 분리될 수 없고, 원전은 탄소중립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확인한 회담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도 태도를 바꿨는지 한미 정상회담을 최고의 정상회담이라고 자평하는 문 대통령에 환호했다.
중국은 한미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말을 아끼고 있다. 팽창주의와 공격적 외교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돼가는 중국으로서는 한국이 최소한 중립을 지켜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이 자기 나라라고 우기는 대만문제와 미국이 일본·인도·호주와 함께 중국을 견제하는 안보협의체 쿼드문제에 미국의 손을 들어줬다.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두고 봐야 하겠지만 한국으로서는 한미 정상회담의 후폭풍에 대비해야 한다. 친중 성향의 사람은 무역의 4분의 1 이상이 중국에서 나오는 점을 이유로 중국의 경제보복을 거론한다. 그렇다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도록 수출과 수입을 다변화하고 중국과의 격차를 벌려야 한다. 중국이 대국이라며 알아서 기는 저자세는 경제보복을 자초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주장하는 중화주의를 믿고 중국을 우러러보는 모화주의자들은 한미 정상회담을 실패한 외교로 돌리고 싶어 할 것이다.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에 고무돼 있다. 외교 전문가인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 투자한 한국 제조업체들을 일일이 거명하고 일으켜 세우면서 고맙다는 말을 연거푸 했다.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미국의 세계 전략에 한국이 동참함으로써 탄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 투자할 자본이 미국으로 옮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제조업의 공동화를 경계해야 한다. 제조업의 미국행이 계속되면 우리나라 일자리 문제는 더 악화되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경제위기에서 버팀목마저 사라지게 된다. 미국에 대한 지나친 기대에 친미 성향 인사들은 이런 위험을 간과하기 쉽다. 한국으로서는 미국과의 협력을 첨단 기술을 이전받고 경제성장의 동력을 키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을 따라잡고 중국의 추격을 물리치는 데 미국을 활용하는 나름의 글로벌 전략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미국과의 신뢰를 강화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어쩐지 타이밍 절묘하더라"…전쟁 언급하더니 뒤...
우리나라에는 한미 정상회담을 보는 두 개의 시각이 갈등을 빚고 있다. 친미와 친중 시각은 보수와 진보 갈등으로 변질되고 있다. 국익 앞에서 보수와 진보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해 오락가락했다. 미국과의 동맹관계 강화든, 중국과의 협력관계 강화든 그 중심에는 한국이 있어야 한다. 친미 성향의 보수와 친중 성향의 진보 모두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친미와 친중 또는 보수와 진보의 갈등으로 미국과 중국을 대하는 정책이 수시로 바뀌면 한국은 스스로 신뢰를 잃게 되고 약점을 만들게 될 뿐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