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필수품 ‘인버터’…“고성능 국산품으로 승부”
원동석 현대모터산업 대표…위탁판매서 직접생산 시작
5년만 소각장 5곳 납품…건설·제지공장도 설치
"항만 크레인 시장 개척…독일산 등과 기술 차이 없어"
[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인버터는 전기의 흐름을 직류(DC)에서 교류(AC)로 바꿔 기기에 전원을 공급하는 장비다. 전동기(모터)의 속도를 효율적으로 조절해 소비되는 에너지 대비 성능을 최대화한다. 일종의 ‘모터용 볼륨’으로 규모와 용도에 무관하게 모터가 있는 곳이라면 인버터가 함께 쓰인다. 모터가 필요한 산업현장에서는 인버터가 필수 설비로 꼽힌다는 의미다.
현대모터산업은 최근 인버터 업계에 부상한 신흥 강자다. 회사는 본래 현대중공업에서 제작한 모터와 인버터를 위탁 판매하는 업체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어엿한 인버터 생산업체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회사는 일제와 독일제 등 외산 인버터가 독과점하는 시장에서 차별적인 기술력으로 고객사를 확대하고 있다.
국산품 한계 느껴…국내 연구진과 공동 개발
인버터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현대중공업에 있었다. 원동석 현대모터산업 대표는 현대중공업의 인버터를 위탁 판매하며 국내 장비의 한계를 여실히 깨달았다. 아무리 영업을 해도 국내 인버터는 대기업 핵심 설비에 들어가지 못했다. 고객사들의 컴플레인도 잦은 편이었다. 제품 카탈로그에 기재된 성능과 실제 현장에서의 성능에 체감차이가 있었던 까닭이다. 원 대표는 "1990년대부터 현대중공업과 LS전선 등에서 인버터를 만들었지만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자동화 설비에서는 쓰이지 못했다"면서 "인버터는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기술력을 모두 갖춰야 하는데 국내 제품은 SW쪽이 약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원 대표는 2013년 인버터를 직접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는 업계를 수소문 해 포스텍에서 모터와 인버터 등을 다루는 연구진을 찾아갔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인버터를 국산화하자는 데 뜻을 두고 의기투합했다. 당시 연구진은 모터를 한 방향으로 최대 속도를 내 돌리다가 반대 방향으로 원활히 전환하는 시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원 대표는 여기서 ‘양방향 인버터’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모터가 강한 속도로 돌다가 멈추면 관성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많은 열이 발생한다. 모터와 브레이크 사이의 마찰로 인해 저항이 생기기 때문이다. 대개 현장에서는 모터 주변에 수십개의 저항기를 달아 열기를 흡수한다. 원 대표는 "대형 크레인에 들어간 모터는 크기가 큰 만큼 열도 많이 나서 브레이크를 한번만 잡아도 전기실이 뜨끈해질 정도"라며 "모터를 한번 멈추고 다시 돌리는데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말했다.
그는 모터를 멈출 때 발생하는 열에서 동력을 얻는 인버터를 고안했다. 전기로 작동하는 인버터가 전기를 만드는 발전기 역할도 함께 하는 셈이다. 그 결과 현대모터산업의 인버터는 기존 외산 제품 대비 30~40%까지 에너지를 절약했다. 모터 주변에 주렁주렁 달린 저항기도 모두 떼어냈다. 이 기술이 ‘1등 공신’ 역할을 한 덕분에 회사는 공개입찰에서도 독일의 지멘스나 스위스의 ABB, 일본의 미쯔비시 등 쟁쟁한 경쟁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아직까지 양방향 인버터는 현대모터산업에서만 만들 수 있다는 게 원 대표의 설명이다.
외산 절반 수준 가격…전국 건설현장 70~80%서 사용
고객사는 업계에서 입소문을 타며 꾸준히 늘고 있다. 회사는 2014년 소각장에 쓰이는 크레인용 인버터를 처음으로 납품했다. 불과 4~5년만에 부천, 용인, 광명, 안산 등 전국 5곳의 소각장에서 현대모터산업의 인버터를 쓰게 됐다. 에너지 효율성은 물론 가격부터 사후관리(A/S) 등 경쟁력을 두루 갖춘 덕분이다. 외산 대비 가격은 절반 넘게 저렴하고 잔고장도 없었다. 원 대표는 "우리 제품이 설치된 소각장 어느 곳에 연락해봐도 제품의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다"면서 "5~6년간 회사 인버터를 쓴 현장에서도 잔고장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산업계 곳곳에서 현대모터산업의 고객사를 찾아볼 수 있다. 건설·제지업계는 초기부터 회사 제품을 알아봤다. 전국 건설현장에서 땅을 뚫을 때 쓰는 오거(auger) 드릴의 70~80%에는 현대모터산업의 인버터가 들어간다. 국내 제지사인 아세아제지와 고려제지 공장에도 인버터를 납품했다. 다음달에는 종근당바이오 공장에 새로 개발한 기어리스 인버터를 설치한다. 별도의 기어 장치 없이 오직 인버터로만 모터를 조절하는 장치다. 원 대표는 "성능 검증을 위해 1대가 우선적으로 들어간다"면서 "두 달 정도의 테스트 기간을 거치면 30~40대의 인버터 납품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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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다음 목표는 항만용 크레인이다. 부산항 등 국내 항만에서 쓰이는 크레인의 인버터는 사실상 독일 지멘스와 스위스 ABB가 독점하고 있다. 대형 크레인용 인버터는 인버터 중에서도 최상위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한 까닭이다. 모터가 저속으로 내려가는 구간과 속도를 올리기 시작하는 구간에서 일정한 힘을 유지해주는 게 기술의 핵심이다. 그렇지 않으면 크레인이 순식간에 균형을 잃고 무너지는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원 대표는 "이제 기술력만 놓고 보면 사실상 지멘스, ABB와 큰 차이는 없다"면서 "소음이 적고 에너지 절약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해 항만용 크레인도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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