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아니오로 답하세요"… 이재용 재판서 언성 높아진 검찰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합니다."(증인)
"증인! 가급적 묻는 거에 긍정 내지 부정 답변을 해주세요."(검사)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박정제 부장파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3차 공판엔 삼성증권 전 팀장 한모씨가 지난 공판기일에 이어 증인으로 출석했다. 한씨는 삼성증권 근무 당시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관해 자문해줬고,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G' 작성에도 관여한 인물이다.
검찰은 이날 한씨를 상대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미래전략실 주도로 치밀하게 계획됐음을 추론할 수 있는 증언을 끌어내기 위한 신문을 진행했다. 하지만 한씨는 내용 상당 부분에 관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이에 검찰은 언성을 높이는 등 답답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증인 "기억 못 한다, 잘 모른다"
한씨는 이 부회장의 공소사실 16개 가운데 13개에 관련된 핵심 증인으로 꼽힌다. 검찰은 한씨가 작성에 관여한 프로젝트G 문건이 미전실 주도로 세운 이 부회장의 승계 계획안으로 보고 있다. 이 문건에 따라 승계 작업을 하던 중 고 이건희 회장 와병으로 계획을 수정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옛 에버랜드) 합병 등이 추진됐다는 게 검찰 측 시각이다.
이날 재판은 앞선 공판기일에 마무리하지 못한 검찰의 주신문으로 시작됐다. 검찰은 한씨가 2014년 7월 작성한 '그룹 지배구조 이슈' 문건을 보이며 "이건희 회장이 같은 해 5월 쓰러진 것을 고려해 2012년 작성한 프로젝트G를 업데이트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한씨는 "정확히는 기억 못하는데 (미전실 ) 요청을 받고 검토한 것 같다"고 답했다.
검찰이 제시한 '그룹 지배구조 이슈'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두 자매의 계열 분리를 전제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을 최종 분석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이를 바탕으로 ▲현 지배구조 유지 ▲삼성전자 사업분할 ▲지주사 전환 등 3가지 방안이 검토돼 있는데, 공통적으로 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의 합병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배구조 개선이나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에버랜드 합병이 필요하다고 검토 의견을 냈는데 실제로 2015년 5월 합병이 이뤄졌다"며 "의견이 반영됐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문건에 따라 미전실 주도로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합병이 추진됐다는 증언을 끌어내기 위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한씨는 "결론적으로 보고서와 같이 실제 실행이 됐지만 내부적으로 어떤 배경이나 논의를 거쳐 최종 의사결정을 했는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복현 부장검사 "그게 말이 되느냐"
이후 검찰은 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변경해 코스피에 상장한 이후 한씨의 팀원이던 지모씨가 주가와 관련해 미전실에 보고한 경위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앞두고 제일모직의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린 정황 등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들로 풀이됐다. 그러나 한씨는 "정확히 모르겠다"는 취지로 답변을 반복했고, 검찰 측에선 결국 이복현 부장검사가 직접 신문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이 부장검사는 "팀원이 팀장인 증인과 전혀 상의 없이 미전실에 주가 관련 보고를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취지로 따져물었고, 한씨는 "당시 삼성그룹 관련해 자문하는 팀도 있었지만 다른 팀도 있었다"며 "여러가지 업무도 진행하고 있어서 이렇게 단순히 팩트(주가)를 찾아 주는 것까지 실시간으로 다 의견을 주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이 부장검사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결국 실무자가 팀장인 증인에게 묻지도 않고 미전실에 보고할 수 있다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고, 한씨는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다는 것을 알수도 없었고 보고 내용 중 무엇이 중요 정보인지 판단하기도 어려웠다"면서 "설령 제가 의견을 주더라도 특별하게 뭘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이후에도 제일모직 주가 관련한 미전실 보고 내용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으나, 한씨는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진술로 일관했다. 검찰 측이 이 과정에서 "증인!", "증인!!"이라며 언성을 높여도 한씨의 대답은 변함이 없었다. 결국 재판부는 관련 신문을 추후 팀원인 지씨가 증인으로 나오는 공판에 진행하기로 했다.
유도신문이냐, 아니냐… 검찰·변호인 충돌
신문 과정에선 검찰과 변호인단 사이에 설전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다음은 이날 오전 공판의 한 장면이다.
검찰과 변호인단의 설전은 재판부가 "양 측 유의해달라"는 경고로 일단락되는듯 했다. 하지만 이들의 설전은 오후 공판에서 한 차례 더 벌어졌다. 신문 도중 변호인이 "유도신문에 이의제기는 하지 않겠으나 질문 하나에 3개 이슈가 들어가있다. 나눠주길 바란다"고 요청한 게 발단이 됐다. 검찰 측이 "이미 증인이 답변을 했다"고 맞받아치자, 변호인은 "유도신문할 수밖에 없는 걸 이해한다"고 자극했다. 이에 검찰이 "누가 유도신문을 했다는 것이냐"고 반박했고, 변호인은 "거시적으로 그렇다"면서 "(질문 내용을) 제가 이해 못하는 건 아닌데 3개 이슈를 한 번에 물어보면 헷갈리니 나눠서 물어봐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 측이 "알았다"며 한 발 물러서면서 이날 설전은 마무리됐다.
8시간여 진행된 추가 주신문… 재판부 "다음에 하자"
이날 이 부회장의 재판은 오전 10시에 시작돼 오후 6시15분께 끝났다. 검찰은 더 늦은 시간까지 한씨에 대한 신문을 이어가려고 했으나, 재판부가 "그만 하자"며 제지해 부득이하게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검찰은 한씨를 핵심 증인으로 보고 지난 공판기일부터 신문을 진행했다. 그러나 아직 이 부회장의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증언은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내달 3일로 예정된 4차 공판에서도 한씨를 상대로 주신문을 이어간다. 재판부는 검찰의 주신문을 마치는대로 변호인의 반대신문을 진행할 방침이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미전실 주도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고자 거짓 정보를 유포하고 허위 호재를 공표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중요 사항을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판단해 지난해 9월 최지성 전 미전실장 등과 함께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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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 부회장 측은 제일모직 상장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등은 모두 경영상 필요한 결정이었을 뿐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 측은 향후 반대신문에서도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취지의 답변을 끌어내기 위한 신문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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