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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일으킬 거면 나가"…성폭력 도움 요청은 또 묵살 당했다

최종수정 2021.05.14 07:24 기사입력 2021.05.14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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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교수, 성폭행 피해 토로했지만 "학교는 덮기 급급해"
인권위 권고 무시하고, 피해자-가해자 분리도 안해
전문가 "폐쇄적 조직 문화, 권력형 성폭력의 악순환"

자료사진. 영남대학교 소속 한 여자 교수가 동료 남자 교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영남대학교 소속 한 여자 교수가 동료 남자 교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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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경북 영남대학교 소속 한 여자 교수가 동료 남자 교수로부터 성폭행당한 사실을 학교 측에 알렸지만, 학교는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반복되는 권력형 성폭력 문제, 또 이를 묵인·방조하는 조직 문화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으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는 성폭력 문제에 대한 폐쇄적인 조직 문화로 인해 권력형 성폭력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실명을 밝힌 영남대 A 수는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신이 당한 성폭행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A교수는 "여자로서 세상에 '나 강간당했다'고 말하는 것은 죽기보다 수치스러운 일이지만, 용기를 내서 제 실명을 밝히고 공개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A교수는 이어 피해 사실을 학교에 알렸지만 학교는 이를 덮기 급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 영남대 부총장이었던 C교수가 같은 센터를 감독하고 있기에 B 교수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분리조치를 해달라고 호소하였으나, 저에게 돌아온 말은 '시끄럽게 하려면 나가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A교수는 이후 C교수가 자신의 보직을 없애고 회의에 부르지 않는 등 업무에서 배제했다고도 했다.


A교수는 "'동료 여교수마저 강간한 교수면 학생들은 얼마나 위험할까' 생각해 영남대 양성평등센터에 신고하고, 학생들과의 분리조치를 요청했다"며 "그러나 영남대는 거창하게 성폭력대책위원회를 열어 뭔가 하는 척만 할 뿐이고, B교수에 대하여 학생들과의 분리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고 전했다.

영남대학교./사진제공=영남대

영남대학교./사진제공=영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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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A 교수는 지난 2월 B교수와 C교수를 각각 강간 혐의와 강요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A교수는 지난 2019년 6월 B교수가 회식을 마친 뒤 자신을 집에 바래다준다는 핑계로 집까지 따라와 강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B교수는 "A교수 집까지 간 사실은 인정하지만,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며 관련 혐의에 대해 부인했으며, C교수도 "강요 혐의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경찰 조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남대는 13일 성명을 내고 "우리 대학교는 이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동안 어떠한 사실을 덮거나 축소하지 않았다"며 "우리 대학교도 관계기관이 제시하는 관련 규정 등에 의거해 원칙과 절차에 따라 자체 조사를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다만 영남대는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C교수에 대해서는 지난달 21일 보직에서 면직 처리했다.


대학 강의실./사진제공=연합뉴스

대학 강의실./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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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학교에서 미온적으로 대처한 사건은 또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2월 광주의 한 대학 법학전문대학원의 한 교수가 주최한 술자리에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이 학교의 학생인 D씨는 이 자리에서 같은 과 학생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해 학교 쪽에 피해를 알렸지만, 그 어떤 조치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D씨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고, 인권위는 이 학교 총장에게 성희롱·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상담 및 분리조치, 조정 절차 등과 관련된 규정을 정비할 것을 지난해 9월 권고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 같은 권고에도 D씨의 공간 분리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 D씨는 같은 해 12월 변호사 시험을 앞두고 가해자와 다른 공간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학교 측에 요청했으나, 학교 측은 이 요청을 거부했다.


결국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은 법무부에 민원을 제기했고, 법무부가 학교 측에 '공간 분리조치를 보장하라'고 통보하자 학교는 그제야 이를 수용했다.


성폭력 범죄에 대한 학교의 보수적이고 미온적인 대처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0대 직장인 임 모 씨는 "교육의 장이라는 대학에서 이런 성범죄가 일어난 것도 문제지만, 안일하게만 대처하는 학교는 더욱 문제다"라며 "여전히 피해자에 대한 보호보다 가해자의 인권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성폭력 사건과 관련, 사용자에 대해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는 "(영남대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폭력으로 보인다"라며 "피해자의 진술을 보면 피해 사실을 학교 측에 알렸을 때 조직에서 환영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학교에서 조치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피해자에게 공론화하지 말라는 압박을 가한 부총장의 행위는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전히 학교 조직은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 폐쇄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라며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인권위의 권고 정도는 내려지지만, 범죄자나 사용자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하고 있다. 권력형 성폭력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다. 사용자에 대해 책임을 묻더라도 굉장히 적은 벌금 처분이 내려진다. 이런 부분을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더 강하게 적용해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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