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예산 546억2300만원 중 복지부 예산 172억원 불과
범죄피해자보호·복권기금 의존
그 사이 학대사건 매년 늘어
정부, 일원화 정책 수립 시급

70%가 남의 집 살림으로 운영되는 ‘아동학대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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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가뜩이나 적은 예산이 기금에 들어가 있다 보니 사업비 따기가 하늘의 별 따기예요. 1년에 3300만원을 지원받아 아이들에 대한 조사, 가정 지원, 응급 치료비를 모두 부담해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합니다. 관리 아동 수만 624명에 달하는데, 아이들 한 명당 지원비가 5만원인 셈입니다. 아이들 관리에 더 신경 써야 맞지만 당장 운영비가 없다 보니 지역에 후원금을 따러 다니기 바쁩니다."


서울에 위치한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근무하는 A씨(47)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아동학대 예방·조사·치료 등에 쓰일 예산 회계가 각 부처로 흩어져 있는 탓에 중장기적 사업계획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매년 아동학대 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업을 주도적으로 끌고 갈 주무부처가 없다 보니 사후관리가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반회계 예산은 ‘찔끔’, 복권 기금 끌어다 써= 아동학대와 관련된 예산의 대부분은 정부의 일반회계 예산이 아닌 범죄피해자보호기금과 복권기금 등에서 끌어다 쓰고 있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아동학대 관련 사업에 배정된 예산 총액(546억2300만원)의 대부분은 범죄피해자보호·복권기금에 의존 중이다. 전체 아동학대 예산 중 주무부처의 일반회계 예산은 172억원에 불과하고, 범죄피해자보호기금과 복권기금에서 각각 287억원, 87억원을 끌어다 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아닌 범죄피해자보호기금(52.6%)이다. 나머지를 일반회계(31.5%)와 복권기금(15.9%)이 채우는 방식이다. 보건복지부(추경예산 제외) 예산(88조9751억원) 중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0.0006%에 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정인이 사건·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등 전국적으로 아동학대 사건 소식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돈주머니’를 일원화해 중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동학대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데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주무부처 정립과 일관된 예산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복지부 ‘학대 피해 아동 보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로 최종 판단된 사례는 2015년 1만1715건에서 2019년 3만45건으로 156% 이상 급증했다.


◆정부, ‘아동학대 예산 일원화’ 추진= 문제는 아동학대 관련 예산이 들쭉날쭉한 데다 사후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은 벌금으로 낸 돈에서 8%씩 떼서 적립하기 때문에 관련 수납액에 따라 규모가 증감한다. 복권기금 역시 저소득층, 장애인 등 다양한 사업이 운영되기 때문에 아동학대 예산만 대폭 늘릴 수 없는 구조다. 또한 기금은 특정 사업을 일률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위원회가 매년 관련 예산을 책정하도록 돼 있다.


내부적으로도 복지부·법무부·기재부 등 3개 유관 부처가 협의하는 과정에서 편성부터 사후관리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범죄피해자보호기금 부분을 일반회계로 전입시킬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가 있다"며 "안정적인 수입원을 통해 중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도걸 기재부 2차관도 앞서 "현재 일반회계·범죄피해자보호기금·복권기금 등에서 분절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관련 사업들을 통합·정비해서, 재정 지원의 효율성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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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역시 회계 계정이 흩어져 있다 보니 예산이 크게 늘기 어렵고, 행정 효율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금 사정에 따라 예산 규모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문제"라며 "우선순위를 정해 일반회계로 편입시켜 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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