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우리의 선택
바이든 행정부 들어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미국의 국가전략이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정교하고 강경해지고 있다. 취임 이후 100일 동안 ‘바이 아메리카’, ‘국내 공급망 개선’, ‘기후변화 대응’ 등 총 38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한 취임 후 첫 의회연설에서는 중국과의 전방위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며 4조 달러가 넘는 초대형 예산안 처리를 의회에 촉구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2조3000억 달러를 합치면 재정투입규모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조치들은 첨단 배터리, 반도체 등 4차 산업 기술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중국에 비해 생산비용이 높아질 거라는 우려로 미국 내 투자를 꺼리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막대한 정부지원을 약속하면서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가 미국 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히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편승하는 것이 이득이 된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중국은 자체적으로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업종을 독식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다. 모든 핵심부품의 국산화율을 2025년까지 70%까지 끌어올리고 제조 강국이 되겠다는 ‘제조 2025’에서 이런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중국의 야망이 자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외국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 사이버 절도, 가격담합을 통한 인수합병(M&A) 등 불공정 행위로 나타나면서 미·중 패권전쟁을 촉발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정부 주도의 기술탈취를 세계경제의 위협요인으로 규정하고 동맹국과 협력해 중국을 저지하려는 정책을 미국의 국가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미국의 국가전략에 동참하는 동맹국이 늘어나면서 중국의 위기의식은 고조되고 있다. 보아오 포럼에서 시진핑 주석은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미국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중국은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며 한껏 몸을 낮추고 있다.
반도체 규제만으로도 중국 산업은 크게 퇴보할 것이다. 반도체는 휴대폰, 자동차, 가전제품 등 모든 제품의 핵심 품목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반도체 규제에 맞서 기술혁신을 통해 반도체 자립을 추구하지만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은 조립·페키징·테스팅 등 부가가치 비중이 낮고 첨단기술이 필요 없는 후공정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이마저도 베트남 등 임금수준이 낮은 지역으로 이전되고 있다. 연구개발(R&D) 집약적이고 첨단기술을 요구하는 반도체 설계 및 로직 부분의 70% 이상은 미국에 특화돼 있다.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한 메모리와 비메모리의 생산은 우리나라와 대만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것도 28㎚ 이하의 반도체 생산에 치중해 있다. 반도체 공정과정에 필수재인 부품소재와 장비는 일본과 유럽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가 중국과 손잡고 온전한 반도체 공급망을 형성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반면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메모리 반도체에서 누리고 있는 독점적 지위마저 잃을 가능성이 높다. 불행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이득을 얻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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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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