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 헐값매각]이 와중에 자원안보 강화…스텝 꼬인 정부
자원대란 비상계획 수립…산업부, 관련 연구용역 발주
"알짜자산 헐값매각하면서 수급 대응책 수립은 난센스"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주상돈 기자] 정부가 오일쇼크와 같은 자원대란 발생에 대비해 시나리오별 비상계획 수립에 나선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 변화 속에서 국내 자원수급 현황을 진단하고, 대내외 위기에 대응해 실질적인 자원개발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한쪽에선 핵심 해외자원을 팔아치우면서 '자원안보'를 강화하는 행보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최근 '한국형 자원안보 진단 및 평가·분석 개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자원 안보역량 강화를 위해 국내 상황을 진단하고 위기대응 훈련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원정책의 중심축을 기존 ‘양적물량 확대’에서 ‘안보 강화’로 이동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소재·부품 수요 폭증으로 자원확보전쟁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이를 위한 정책 수립 필요성 역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스마트폰, 배터리 등에 필수적인 희토류(란타넘·이트륨 등 얻기 어려운 17개 원소)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확보 방안을 찾는 내용이 포함된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산업부는 석유·가스, 구리·니켈·희토류 등 핵심광물 자원의 수급 현황을 진단한다. 자원의 수급 위기상황을 시나리오별로 구체화하고 영향을 분석한다. 이른바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현재 석유비축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필요시 석유수급안정명령, 배급제, 해외자원 반입명령 등의 발동 권한을 갖고 있지만 자원별 수급위기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방안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자원개발의 내실 강화에 나서는 정책적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정부가 이미 보유한 해외 알짜자산을 팔아치우는 상황을 감안하면 자원안보는 헛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도 적잖다. 정부는 향후 한국광물자원공사의 모든 해외자원을 매각한다는 방침에 따라 지난달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산업에 필요한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광산을 투자원금의 반값에 매각했다.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광물공사 등 자원공기업 3사의 부채가 2020년 반기 기준 약 56조원에 이르는 등 부실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광물공사 부채비율은 2008년 85.4%에서 2015년 6905%로 치솟았다. 현재는 자본잠식 규모만 3조3600억원으로 부채비율 산정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하지만 적폐청산 식으로 이뤄지는 'MB(이명박 전 대통령) 자원외교' 백지화 보다는 세금을 투입해서라도 국가적으로 필요한 핵심자원은 지켜야 한다는 게 자원업계의 지적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자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알짜자산을 헐값에 매각하면서 자원 수급 대란 대응책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자원안보의 중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해외자원개발을 지난 정권의 적폐청산으로 접근하다 보니 정부 스스로 스텝이 꼬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