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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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에는 불확실성이 증폭된다. 미국의 경제학자 갤브레이스는 1970년대를 사회를 주도하는 지도원리가 실종된 ‘불확실성의 시대’로 명명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불확실성은 전반적으로 해소되기보다 증폭되는 양상이다. 돌이켜보면 1970년대는 지금에 비해서는 그나마 매사가 확실했던 시기였다.


최근 기업들에게 불확실성은 그 자체로 기본적 환경이 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의 격랑 속에서 지난해 코로나는 사업의 기본적 전제조건을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지난 3월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대형화물선이 좌초돼 전세계 해운물류망이 일시에 충격을 받았다. 1회성 사고지만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국지적 사건이 전세계에 영향을 주는 불확실성을 실감하는 사례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기업 경영도 불확실한 세계를 표류해서는 생존하기 어렵다.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확실함을 추구해야 하는 숙명이다. 따라서 기업의 시스템이 불확실성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건물이 지진에 견디는 내진설계와 비유되는 대응 구조의 요체는 고정비의 감소와 변동비의 증가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2005년부터 임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CEO 메시지를 발송했다. 시중에서 화제를 모은 내용 중에 ‘예상 가능한 외부의 충격에 대비한 내진 설계’가 있다.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폐허로 변한 동경에서 임페리얼 호텔만 무너지지 않았다. 내진 설계의 핵심은 고정된 부분의 최소화 및 경량화를 통한 구조물 유연성 제고의 2가지였다. 이를 교훈삼아 조직원들에게 ‘사업의 흥망과 상관없이 발생되는 고정비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진이라는 외부 충격을 건물 구조의 유연성으로 흡수하는 내진 설계처럼 변동성이 높은 사업환경일수록 비용구조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불확실성의 바다를 항해하는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기업의 생존성을 나타내는 기본 척도인 현금흐름은 결국 비용구조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궁극적으로 현금흐름의 유출입 모델이다. 화려한 외양의 비전, 전략, 기업문화 등도 모두 건전한 현금흐름과 비용구조라는 토대 위에서 존재 가능하다.


경제활동이란 결국 가치를 제공하는 판매자와 돈을 지급하는 구매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이다. 돈을 받는 사람은 누구나 많이 받으려 하고, 주는 사람은 가능하면 적게 주려 노력한다. 또한 돈의 수령자로는 가능한 고정급으로 받기를 원하고, 지급자 입장에서 변동급의 선호도 당연한 선택이다. 결국 가치와 돈의 교환이 경제적 관계의 본질이고 다양한 거래는 받는 돈의 고정성 확보와 주는 돈의 변동성 확대라는 게임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나마 환경이 안정적인 경우는 고정비와 변동비의 차이가 적지만 1997년 IMF구제금융과 같은 외부적 충격이 오면 고정성 비용이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대처하는 기초체력은 고정비의 변동비로의 전환이다. 디지털 시대에 이는 단순히 경비지출 방식의 변경 차원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환경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최근 급부상하는 구독경제, 긱이코노미, 플랫폼 등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고정비를 변동비로 변환시키는 트렌드다. 디지털 시대 불확실성의 증폭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유연성과 적응성의 출발점은 비용구조의 변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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