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타계한 존 르 카레 생전 '공격적 민족주의' 비판

브렉시트에 격분한 첩보소설 거장 아일랜드로 국적 옮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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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폐렴으로 타계한 첩보소설 대가 존 르 카레(본명 데이비드 존 무어 콘웰)가 사망 직전 아일랜드 국적을 딴 것으로 확인됐다.


고인의 막내아들 니콜라스 콘웰은 1일(현지시간) BBC에 "아버지가 아일랜드인으로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고인이 영국 국적을 포기한 건 지난해 1월 단행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때문이다. 유럽연합(EU)과 완전한 결별에 환멸감이 생긴 나머지 삶의 마지막으로 향해 가면서 아일랜드 뿌리를 찾기 시작했다.

고인은 생전에 브렉시트를 추진한 영국 정치인들에게 공격적인 민족주의 정서라며 비판했다. 미국 CBS와 인터뷰하면서 "징고이즘(타집단에 대한 적대·자기중심적 심리상태)의 영국은 내가 알고 싶지 않은 영국"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인은 아일랜드 출신인 할머니 덕에 수월하게 국적을 옮길 수 있었다. 콘웰은 "아버지에게 마지막 생일에 아일랜드 국기를 드렸다"며 "마지막 찍은 사진 중 아버지가 아일랜드 국기에 감겨 신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있다"고 말했다.

고인은 영국 스파이 소설의 거장이다. 영국 외무부·정보부 경험을 살린 생생한 묘사로 독자들에게 다가갔다. ‘007시리즈’에 로맨스를 첨가한 이언 플레밍과 달리 스파이의 어둡고 초라한 삶을 파고들었다. 선과 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허물며 냉전시대의 분위기는 사실적으로 전달했다.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스틸 컷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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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작은 정보기관원으로 활동하며 쓴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1963).’ 영국 정보국 수장이 이중간첩으로 동독 당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내용이다. 고인은 긴장과 매력의 끈을 놓지 않으며 음울하고 반영웅적인 스파이 세계에 천착했다. 무엇이 현실이고 조작된 환상인지 불분명하게 다루며 정보기관이 과연 무엇을 보호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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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64년 전업작가가 된 뒤에도 자기의 경험이 살아있는 첩보소설을 꾸준히 발표했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1974)’, ‘스마일리의 사람들(1979)’, ‘리틀 드러머 걸(1983)’, ‘완벽한 스파이(1986)’, ‘영원한 친구(2003)’, ‘현장 요원(2019)’ 등이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를 예민하게 다루며 시대상황을 날카롭게 포착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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