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지원·女세대주 분양할당·연애수당 등…"우리도 봐달라" 신박한 공약들
D-6, 4·7 재보선 입체분석 ⑨ 군소후보들 출사표
신지혜·허경영·오태양 등 9명 출마
득표율 10% 미만땐 기탁금 미반환
"인권 사각지대 조명 위해 나왔다"
군소정당 도전이 '민주주의의 꽃'
다당제 구도 안착 안돼 한계도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전진영 기자]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는 기탁금 5000만원을 내야 한다. 당선 또는 득표율이 15% 이상이 되면 전액 반환 받는다. 10% 이상 15% 미만이면 절반만, 10% 미만이면 아예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희망 득표율이 10%는커녕 2%에서 5%라고 공언하면서도 선거에 도전하는 이들이 있다. 이른바 ‘군소정당 후보’들이다. 이번 선거에도 기본소득당 신지혜, 국가혁명당 허경영, 미래당 오태양, 신자유민주연합 배영규, 여성의당 김진아, 진보당 송명숙, 무소속 정동희·이도엽·신지예 후보(기호순)가 출마했다. 이들은 "우리 당의 가치관을 알리기 위해" "진정한 ‘제3지대 정치’를 위해" "거대 양당이 살피지 않는 인권 사각지대를 조명하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사회가 다양화·다원화될수록 이 같은 목소리와 도전이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 이색공약 많은 군소정당 후보들= 군소정당 후보들이 전면에 내세운 공약에는 인권이나 기후변화, 젠더·소수자 문제 등 거대 양당이 주목하지 않는 이슈가 많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는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월 25만원씩 받을 수 있는 ‘서울형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서울시 25개 보건소에 임신중지약품인 미프진을 상시 구비하고, 무상 생리대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오태양 미래당 후보는 동성결혼, 차별금지, 퀴어축제 전면지원 등 ‘성소수자’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공약으로 주목을 받았다. 서울시혐오차별표현 금지 조례를 제정하고, 기관별 여성임직원 50% 할당제 등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김진아 여성의당 후보는 서울주택공사(SH) 공공주택분양의 50%를 여성세대주에게 의무할당하는 공약과 월경용품 무상공급, 자궁경부암 백신 무상 접종 확대 등을 내걸었다.
지난달 30일 선거관리위원회 초청 토론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이수봉 민생당 후보는 반환된 용산 미군기지 부지에 공공임대주택을 지어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했다. 송명숙 진보당 후보는 양도·증여·매매가 불가한 공공임대주택을 무주택자에게 공급하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집 사용권’ 공약을 발표했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는 연애공영제를 실시해 미혼자에게 매월 20만원의 연애수당을 지원하고 결혼부를 신설하는 공약을 발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 군소정당의 ‘도전’…정당 정치의 꽃= 전문가들은 여론의 다원화, 민주주의 실현 차원에서 군소정당의 출마 시도는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한국 정당정치가 진영싸움과 편가르기에 매몰돼 있을 때 작은 정당들이 선거에 나와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당락 여부와 관계 없이 성소수자나 젠더 이슈 등 여러 사안에 선구자적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 "군소정당의 이런 시도가 바로 민주주의의 꽃이고 여론도 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수많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군소정당이 선거를 계기로 자신만의 정견을 드러내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면서 "거대 정당들이 비례대표를 통해 인재 영입에 나서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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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우리 정치 현실에서 이들의 출마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지기에는 제한적이라는 현실론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당제 구조가 만들어지지 못한 상황 속 선거에서 군소정당이 동력을 받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이들의 시도가 의미를 가지려면 시민 다양성을 반영한 다당제 구도가 안착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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