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 '3월 내 타액 코로나19 진단 장비 개발' 약속 위반 유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많이들 착각하고 살지만, 인류는 지구의 첫번째 주인이 아니며 영원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피터 브래넌이 펴낸 ‘대멸종 연대기(The Ends of the World)’에 따르면, 지구는 45억년의 역사동안 다섯번의 대멸종을 통해 주인을 바꿔왔다. 대멸종은 지구의 동물 절반 이상이 100만 년 이내에 멸종해 사라진 사건을 의미한다.
흔히 알고 가장 최근에 발생한 것이 약 6600만년 전 백악기 말 공룡 멸종 사건이다. 지구 역사상 다섯번째 대멸종 사건이었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충돌한 운석으로 대규모 화산 폭발이 발생해 당시 지구를 장악했던 공룡들은 화석으로만 남게 됐다. 가장 참혹했던 대멸종은 2억5000만여년 전 페름기 말에 발생했다. 삼엽충, 암모니아 등 무려 96%의 종이 멸절됐다. 최근 들어 그 원인으로 시베리아 대화산 분출로 인한 해수온 상승, 즉 지구 온난화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화산 폭발로 배출된 용암으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화재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대규모로 대기로 방출돼 극심한 온난화를 일으켰다. 온도가 급상승한 바닷물의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당시 바다를 지배하던 생물들의 멸종으로 이어졌다.
인류가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지금, 불행히도 여섯번째 대멸종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소행성의 충돌 등 외부적이거나 대규모 화산 폭발처럼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연적인 사건들 때문이 아니다. 산업화로 인해 엄청난 양의 화석 연료를 태우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지구의 온도를 높이면서 해수면 상승, 기후 변화 등 재앙이 되고 있다. 아마존 열대 밀림 등 환경 파괴,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언제 지구와 인류의 목줄을 조일 지 모른다. 과학자들은 화석연료를 지속해서 태워 발생하는 위험을 줄이거나 역전시키지 못한다면 페름기 말과 같은 운명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이처럼 위험 천만한 시기에 맞설 인류의 무기는 과학기술 뿐이다. 특히 위기 앞에 냉철한 이성과 치밀한 대처가 필요하듯, 과학기술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과학자들도 정치나 이념, 대중적인 인기나 명예에 혹해서는 안 된다. 오직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연구 결과로 승부해야 한다. 만약 과학자들이 정치나 이념, 개인적인 욕구에 치우치게 되면 엄청난 혼란과 자원 낭비가 초래된다는 점을 우리는 익히 목도해왔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가짜 줄기세포 복제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박근혜 정부 때 정치적 이유로 달 탐사 계획을 앞당겼다가 결국 기술적 문제로 연기됐던 일 등도 정치가 과학에 개입했다가 말썽이 됐던 사건으로 꼽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말부터 한 달 전까지도 장담했던 ‘3월 내 타액 코로나19 진단 장비 개발 완료’가 별다른 해명도 없이 슬그머니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장담대로 개발됐다면 코로나19로 고통을 받고 있던 국민들에게 일상 생활로의 복귀를 도와줄 한 줄기 빛이 되었겠지만 공염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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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 선거 등 정치 일정을 의식한 과욕인지, 개발을 맡았던 업체의 과장이었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헛된 기대감을 줬고, 결국 혼란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해명과 사과가 필요한 사건이다.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입장 발표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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