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기 해외건설협회장
코로나에도 작년 수주 60% 늘어
고부가가치 사업 수주로 지속 성장
"선진국과 경쟁, 방대한 정보력 핵심
현지 법·금융제도 등 이해 바탕 기본
간판도 '해외건설지원협회'로 바꿔야"

이건기 해외건설협회장이 24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이건기 해외건설협회장이 24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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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해외건설도 저임금·노동력으로 밀어부쳤죠. 이젠 아닙니다. 고부가가치 사업을 따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정보역량이 중요합니다. 건설사 혼자 힘으로 되는게 아니라 정부의 제도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하죠. 고부가가치 사업을 수주하면 해당 건설사는 물론 중소협력체도 같이 해외로 나갈 길이 열립니다. 건설사, 협력사, 정부 , 금융사 모두가 ‘팀코리아’가 돼야 하는 거죠."


이건기 해외건설협회 회장은 최근 협회의 간판조차 바꿔달 준비를 마쳤다. 한국건설산업의 체급과 역량을 고려하면, 더이상 저임금노동력, 단순 EPC(설계·조달·시공)로는 해외건설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고부가가치 산업을 놓고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캐나다 등과 경쟁해야 한다. 현지의 법과 금융 제도, 관습·관행, 문화 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지인도 깜짝 놀랄만한 건설 콘텐츠를 발굴하고 따내기도 해야 한다. 그러려면 해외건설협회가 그저 개별 대기업 건설회원사의 집합체에로 그쳐선 안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해외건설협회의 이름부터 ‘해외건설지원협회’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위기를 넘어 올해 해외건설의 ‘슈퍼 사이클’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부터는 백신접종이 확대되고, 각국의 경기부양책도 예고됐다. 이 회장은 해외건설협회의 질적 변화를 도모하는 한편 한국건설이 전통의 텃밭인 아시아·중동에서의 수주 확대를 자신했다. 더 나아가 남미·아프리카 공략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 해외건설협회에서 이 회장을 만나 해외건설 시장 전망과 과제, 대응전략 등을 들어봤다.

- 지난해 코로나19로 전세계는 물론 건설업계도 전례없는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를 평가하자면.

▲지난해 대한민국 해외건설은 전례 없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2019년 대비 60% 증가한 351억달러의 수주실적을 달성했다. 상당히 선방한 편이다. 석유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친환경플랜트 등 수요가 많고 발주가 많았다. 특히 중동, 아시아 시장에서의 호실적을 거뒀다.


- 지난해 수주를 보면 중남미 시장에서의 약진이 돋보인다. 배경이 궁금하다.

▲ 그렇다. 2019년도에 비해서 무려 200% 이상이 늘었다. 멕시코 정유공장, 파나마 메트로 사업 등 메가프로젝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미는 사업에서 금융구조를 굉장히 신경쓴다. 직접 차관을 받아와서 이 비용으로 발주를 하는 경우가 있고, 투자개발사업(PPP) 형태로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가 있다. 파나마의 경우는 차관은 일본에서 얻었다. 근데 차관을 얻더라도 그걸 바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파나마측이 확보한 차관을 개런티로 해서, 우리가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과 선투자를 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발굴했다. 파나마건은 이런 새로운 금융구조를 만들어서 수주한 케이스다.


-올해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 핵심 변수는 유가다. 통계상 유가가 1% 오르면 우리나라 해외건설수주액은 1.4% 증가한다. 글로벌 추세가 친환경, ESG(환경·사회·지배구조)로 가는게 사실이고 트렌드에 맞춰 가야하는 것도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수요면에서 봤을 때는, 여전히 당분간 석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본다. 로봇이나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혁명이 또한 에너지 수요를 증대시킨다. 이를 감안하면 중동 현지 설비의 추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 때문에 유가가 낮아도 수요는 있기에 플랜트 발주는 계속될 것 같다.


- 수주전략 측면에서는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하나

▲ 단순 EPC 사업영역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이젠 플랜트에서도 기본설계(FEED)가 중요하다. 기본설계를 할 때 자재 등이 정해진다. 이건 동반수출하고도 직결된다. 가령 터빈을 국산 부품으로 쓰려면 기본설계에서 이를 반영해야 하는 것이다. 기본설계는 선진국,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우리도 이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기본설계의 영역 중에서 설계 자체는 한국도 선진국 수준이다. 성과물 위주의 설계는 상당한 수준에 가 있다. 근데 기획, 비용분석, 일정, 발주자 요건, 타당성 검토 등 관리적 관점의 업무 역량이 떨어진다.


- 어떻게 보완해야 하나

▲ 정보가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가 기획을 하려면 해당국에 견적을 내야하는데, 방대한 정보가 수집돼야 한다. 고부가가치 투자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올해 정보화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해외건설산업정보시스템이다. 기자재뿐만 아니라 콘텐츠도 중요하다. 해외건설협회가 주관이 돼서 해외 파견된 공기업, 사기업 등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정보를 교류·업그레이드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 국내건설시장은 포화상태고 앞으로도 국내 매출은 줄어든다. 반면 해외 시장 역시 경쟁이 만만찮다.

▲ 그간 쌓아온 역량을 썩힐 수는 없으니 해외로 가야하는게 맞다. 옛날처럼 값싼 노동력으로 하는게 아니다. 우리나라 기자재도, 설계도, 다 한번에 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려면 금융이 따라가야하고, 법률이 따라야 한다. 그래서 해외건설협회도 해외건설지원협회로 바꿔야 한다고 본다. 회원사의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회원 건설사 혼자 해외건설하는게 아니다. 플랜트 사업하면 터빈회사도 같이 가니까, 터빈회사도 협회 회원사가 돼야 한다. 금융업체도 들어올 수 있다. 개별건설사가 아니라 ‘팀코리아’가 돼서 동반진출이 돼야 한다.


- 중소기업지원 등도 중요한 화두인데

▲ 중소기업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 리스크관리, 법률이다. 정보기반이 약해서 수주를 하고도 이윤을 내지 경우도 많다. 이익을 예상하고 사업을 마쳤는데, 국내외에서 이중으로 세금 나가고 하면 남는 게 없다. "무지해서 남는게 없다"고 하소연들을 한다. 그래서 우리가 수요가 많은 국가를 중심으로 세금제도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자료를 제공했다. 세금, 법률 컨설팅이 절실한 중기가 굉장히 많다는걸 알고 이를 더욱 확대해 지원할 예정이다.


이건기 해외건설협회장이 24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이건기 해외건설협회장이 24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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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인한 건설현장 애로사항은

▲ 지난해가 심각했다. 마스크 수출도 못했지 않나. 해외근로자도 우리 국민인데. 정부에 해외 건설현장 근로자들에게는 마스크 보낼 수 있게 요청하는 등 여러 일을 했다. 최근에는 해외 출장이 필요한 건설인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신청을 받고 있다. 수요는 상당히 많더라.


- 미얀마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우리 기업도 현지에 많이 진출해 있는데

▲ GS건설, 두산중공업, 한국주택토지공사(LH) 등이 나가있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투입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도 있는데, 미얀마 군부를 제재하는 차원에서 정부가 이를 중단·재검토하기로 했다. 공사가 이미 진행 중인데 EDCF가 중단되면 현지 진출한 기업들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EDCF 신규 투입은 몰라도, 이미 진행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끝까지 지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장 근로자들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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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정두환 건설부동산부장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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