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필리버스터 제한 시사…공화당 "핵겨울 맞게될 것"
필리버스터 제한하는 방향으로 규칙 개정 시사
내년 중간선거 앞두고 주요 의제 실현 위한 의도
공화당 "핵전쟁 이후의 겨울 맞게될 것" 반발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내세운 공약을 원활히 실현하기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제한을 시사하면서 미국 정가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공화당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민주당 의원도 이에 반대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필리버스터와 관련해 "악용되고 있다"며 "(필리버스터 규칙 개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앞으로 해야 할 것이 많은데 필리버스터가 이를 방해해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우리는 (필리버스터를) 넘을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필리버스터를 완전히 폐지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먼저 이 제도의 악용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확답하지 않았다.
내년 중간선거 앞둔 바이든, 어젠다 조속한 실현 필요…민주당내에서도 필리버스터 개정 압박
바이든 대통령의 필리버스터 규칙 개정 시사의 배경에는 주요 어젠다의 조속한 추진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을 할 수 있도록"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바로 자신의 정책을 신속히 실현하는 것이 필리버스터 규칙 개정의 이유인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상원의 필리버스터 규칙에 따르면 60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필리버스터를 종결하고 법안 의결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필리버스터 의사 표명만으로 법안 논의 자체를 중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야당의 비토권으로 활용돼왔다.
이 같은 규정은 지난 70년대에 개정된 것인데 그전까지는 단상 위 토론 방식의 전통적 필리버스터를 시행해왔다. 반대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을 거친 뒤 토론이 끝나면 바로 법안 의결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지금보다 야당의 비토권이 대폭 제한된다는 특징이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필리버스터 규칙을 개정하려는 방향도 바로 70년대 이전의 무제한 토론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어젠다 중 하나였던 최저임금 인상안이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혀 철회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의제 실현 전망이 어두워지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예산 관련 법안은 '예산 조정권'에 따라 상원에서 과반의 찬성만 있으면 의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상원 사무처의 유권해석으로 최저임금은 조정권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함에 따라 결국 필리버스터를 맞닥뜨리게 될 위험에 처했고 이에 민주당은 최저임금 인상안을 포기했다.
특히, 최근 애틀랜타와 콜로라도 총격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민주당 측에서 강력한 총기 규제 법안 시행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공화당의 반대가 예상되고 있어 관련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이날 조지아주 의회에서는 사전 투표시 운전면허증 지참 등 필요한 서류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등 흑인 유권자의 투표 권리를 제한하는 법안까지 통과됐다. 민주당 지지층이 많은 흑인 유권자들이 운전면허증이 없는 인구가 많다는 점에서 공화당이 장악한 조지아주 의회가 이들의 투표권리를 제약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투표권 보장 법안의 통과를 촉구한 바 있다.
NBC뉴스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필리버스터 발언은 그의 어젠다가 상원 공화당의 벽에 부딪히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며 "바이든 대통령 스스로도 자신의 핵심 법안 추진을 필리버스터 개정 이유로 시사한 바 있다"라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내에서도 필리버스터 규칙 개정을 압박하고 있다. 통상 중간선거는 재임 중인 대통령의 무덤으로도 불릴 만큼 여당에 불리한 선거라는 점에서 선거 이전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프 머클리 민주당 상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어젠다가 신속하게 실현되지 못한다면 다가오는 2022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멸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더이상의 합의는 없다" 강력 반발…민주당내서도 일부 이탈표 예상돼
60표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필리버스터 폐지와 달리 규칙 개정은 단 과반수의 찬성만 있으면 가능해 규칙 개정이 가장 가능성 큰 시나리오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일부 민주당 의원도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규칙 개정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현재 필리버스터 규칙 개정을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 상원의원은 크리스틴 시네마와 조 만친 등 2명이다. 이들의 찬성표가 없으면 규칙 개정을 위한 과반수의 표를 얻지 못하게 된다.
또, 공화당의 반발이 극심한 것도 필리버스터 규칙 개정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규칙 개정을 강행한다면 그 이후부터 상원은 핵전쟁 이후의 겨울을 맞게 될 것"이라며 "가능한 모든 수단 총동원해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나머지 50명(공화당)의 상원의원들이 아무리 사소한 사안이라도 민주당과 합의하는 일은 더이상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 필리버스터를 옹호하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필리버스터 제한 조치 시사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벤 사세 공화당 하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그동안 필리버스터의 수호자였다"며 "그의 입장 변화는 그가 40여 년간 몸담았던 상원의 민주적 기초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의원이었던 2005년 당시 그는 "필리버스터는 지난 218년간 이어져 온 전통"이라며 "이를 없애는 것은 다수당의 횡포를 가능케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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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뉴스는 "필리버스터 개정과 관련 중요한 것은 결국, 반대 의사를 표명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표심"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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