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암호화폐·게임스탑 등 2030 이색 투자 열풍
20세기 유행어 '겟 리치 퀵' 거론되기도
저위험 고수익 투자 상품 집착하는 풍조
루비니 美 뉴욕대 교수 "또 다른 착취의 일면일 뿐"
"경제적 성공을 일확천금으로 이룰 수 있다는 믿음"

지난 15일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정보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정보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미국·유럽 등 서구 선진국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이른바 '겟 리치 퀵(get rich quick)'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에도 관심을 가지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겟 리치 퀵은 돈을 잃을 위험은 적고 수익률은 높은 투자 상품을 찾아 다니는 일을 이르는 말이다. 특히 인터넷과 영어에 친숙한 젊은 층은 국경·인종 등의 장벽 없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신속하게 투자처를 찾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투자 풍조가 경제 악화로 인한 소득 불평등 심화를 보여줄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겟 리치 퀵은 본래 지난 1900년대 초 미국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즐겨 쓰였던 문구다. '빨리 부자가 되라' 정도로 직역될 수 있는 문구로, 당시 유행했던 '저위험 고수익 투자 상품'에 붙여진 말이다.

당연히 원금 손실 위험은 적고 수익률만 높은 투자 상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20세기 초 미국에서는 저위험 고수익을 내세우며 과대 홍보하는 투자 상품이 많았고, 많은 젊은이가 유혹에 빠져 사기를 당하곤 했다. 이 같은 세태를 비꼬듯 비판하는 말이 바로 '겟 리치 퀵'인 셈이다.


겟 리치 퀵은 최근 서구권 매체에서 다시 언급되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 금융 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즈'(FT)는 'NFT가 최신 겟 리치 퀵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NFT(대체불가능토큰)가 젊은 층을 대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도 "곧 꺼질 거품과 같은 현상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NFT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 남이 복제할 수 없는 디지털 증서를 부여해 가치를 보장하는 게 핵심이다. 주로 희소성이 큰 예술품을 NFT화할 경우 가치가 높아지는데, FT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NFT 같은 신개념 자산에 투자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서구 젊은이들이 겟 리치 퀵에 빠져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17년에는 암호화폐를 모으기 위한 개발 자금을 모으는 절차인 '초기 코인 공개'(ICO) 붐이 일었고, 최근에는 뉴욕 유가증권시장에 등록된 기업 '게임스탑' 주식이 대거 매수되는 이른바 '밈 주식' 열풍도 생겨났다.


국내 최초 NFT(대체불가능토큰)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미술품 마리킴 'Missing and found'(미싱 앤 파운드) / 사진=피카프로젝트

국내 최초 NFT(대체불가능토큰)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미술품 마리킴 'Missing and found'(미싱 앤 파운드) / 사진=피카프로젝트

원본보기 아이콘


겟 리치 퀵은 단순히 미국·유럽 젊은 층에서 그치는 현상이 아니다. 영어·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친숙한 다른 나라 2030 세대들이 적극적으로 미국 젊은 층의 투자 정보를 공유하면서, 겟 리치 퀵 현상이 전세계로 확산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NFT 투자는 미국·영국 등에서 화제가 된 뒤 같은 영어권 국가인 호주 등에서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국내 투자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거론되고 있다.


실제 지난 17일 미술 투자 서비스 기업 피카 프로젝트는 국내 최초 NFT 미술품을 약 6억원에 판매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미국 SNS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자신의 첫 번째 트윗 메시지를 NFT화한 뒤 250만달러(약 28억원) 가치를 기록한 지 불과 2주 만에 벌어진 일이다.


2030 세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더욱 고수익인 투자 상품을 찾게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암호화폐에 소액 투자한다는 자영업자 A(33) 씨는 "직업 특성상 수입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나름대로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 비트코인 투자였다. 가격 변동성이 심하긴 하지만, 어차피 이런 게 아니면 재산을 축적할 수단 자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회사원 B(32) 씨는 "당장 비트코인이나 NFT에 투자할 생각은 없지만, (그러한) 투자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동년배들 심정은 이해가 간다"라며 "부동산을 살 엄두도 안 나고, 적금으로도 돈이 안 모이는 상황에서 달리 무슨 선택을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휴대폰 화면에 나타난 주식 지수 차트.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휴대폰 화면에 나타난 주식 지수 차트.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또 다른 20대 직장인 C 씨는 "잘 모르는 것에 투자하는 게 위험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주변에서 비트코인 등으로 대박이 났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편하게 부자 되고 싶은 게 사람의 본심 아닌가"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겟 리치 퀵 현상이 극심한 소득 불평등 사회의 일면을 보여준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힘든 현실을 잊기 위해 빠르고 편하게 부자가 되는 방법을 찾는 이른바 '희망 고문'이라는 지적이다.


비관적 경제 전망으로 유명한 일명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 2일 비영리단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게임스탑 같은 현상들은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는 수많은 빈자가 어떻게 착취당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수백만명이 아무런 가치도 없는 주식이나 가상 자산에 자신들의 소중한 소득을 탕진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이 경제적 성공을 좋은 직업, 근면한 노동, 참을성 있는 저축과 투자로 축적해 나가는 것이 아닌 일확천금을 통해 이뤄낼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AD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 교수는 "경기가 나빠져서 근로자들의 소득이 줄다 보니 점점 일확천금을 바라는 심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며 "소득이 불안정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뚜렷한 보상 체계가 없을 때 이 같은 심리가 커져 투기나 한탕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