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의 생명이야기]<209> 껍질이 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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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식과 과일, 채소는 오랫동안 우리 식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였는데, 이들의 껍질은 그러지 못했다. 사람들은 포장 박스는 버리고, 속에 들어 있는 물건만 사용하듯 곡식이나 과일, 채소의 껍질의 대부분을 습관적으로 버렸다. 여기에는 껍질이 딱딱하고 거칠며 맛이 떨어지거나 먹을 수 없는 경우도 많고, 속의 내용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선입견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과일이나 채소, 곡식의 껍질이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하게 된 것은 껍질의 숨은 가치가 밝혀지면서부터이다. 껍질은 대부분 껍질을 벗겨낸 속살보다 훨씬 풍부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는데, 식이섬유와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제가 그것들이다. 껍질의 가치를 잘 모르던 시절에는 영양이 풍부한 껍질은 대부분 버리고, 영양이 훨씬 빈약한 속살만 열심히 먹고 살아온 셈이다.

예를 들면, 껍질을 벗기지 않은 사과에는 속살보다 비타민 K는 332%, 비타민 A는 142%, 비타민 C는 115%, 칼슘은 20%, 칼륨은 19%가, 껍질을 벗기지 않은 삶은 감자에는 속살보다 비타민 C가 175%, 칼륨은 115%, 엽산은 111%, 마그네슘과 황은 110%가 더 들어있고, 채소 껍질에는 식이섬유가 31%까지 더 들어있으며, 과일 껍질에는 속살보다 항산화제가 328배까지 더 들어있다고 한다.


과일이나 채소, 곡식의 껍질에 많이 들어있는 이러한 영양소들이 주는 혜택은 매우 크다. 항산화제는 활성산소가 세포를 손상시키는 것을 방지하여 세포의 노화를 막고, 나아가 다양한 질병의 발생을 예방하는데, 항산화제는 종류도 많고, 식물성 음식에만 폭넓게 분산되어 있어 껍질을 먹지 않으면 부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생명이야기 22편 참조).

식이섬유는 포만감을 느끼게 해 과식을 방지하여 비만 위험을 낮추고, 위장관에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흡수하여 심장질환의 위험을 줄이며, 장내 세균이 식이섬유를 분해할 때 만들어지는 짧은 사슬 지방산(SCFA)이 당뇨병과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 다양한 질병을 예방해 준다(21편 참조). 식이섬유는 동물성 음식에는 들어있지 않으므로 껍질을 잘 먹지 않으면 부족할 가능성이 많다.


이처럼 과일이나 채소, 곡식의 껍질에 많은 영양소가 들어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건강을 위해서는 과일이나 채소, 곡식의 껍질을 버리고, 속살만을 먹던 관행을 개선하여 통째로 먹을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나(203편과 207편 참조), 통 음식을 먹는 식습관은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까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껍질을 벗겨낸 속살 음식에 의존하고 있다.


통 과일이나 통 채소, 통 곡식의 가치에 대해서는 충분히 밝혀졌지만, 통 음식 을 먹는 식습관을 생활화는 데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남아 있다. 아직까지 통 음식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고, 통 음식은 속살에 비하여 딱딱하고 거칠며 맛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현미밥처럼 요리하기가 까다로운 경우도 있어 지금까지의 관행을 잘 바꾸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거기다가 껍질채 먹는 것을 꺼리게 만드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농작물의 재배과정에서 생산량을 증가시키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 흔히 살충제나 살균제, 제초제와 같은 농약을 사용하는데, 이러한 농약에 많이 노출되면 암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발달 질환에 걸리게 된다. 이렇게 농작물에 사용한 농약의 일부는 과일이나 채소, 곡식의 껍질에 남아있게 되는데, 이것이 잔류 농약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잔류 농약이 건강을 해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껍질채 먹는 것을 꺼리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UN 식량농업기구(FAO)는 사람들이 일생 동안 음식을 통해 노출되는 잔류 농약의 양이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안전한 섭취 제한치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설정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이 안전제한치보다 훨씬 적은 양의 잔류 농약에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매우 보수적으로 만들어진 안전 제한치와 껍질에 들어있는 풍부한 영양소가 주는 혜택을 감안할 때 잔류 농약이 두려워 껍질을 벗기고 먹는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으므로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껍질을 벗기더라도 속살에도 양은 적지만 잔류 농약은 남아 있다. 다만, 잔류 농약에 적게 노출될수록 안전성은 높아지므로 줄이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농약을 적게 사용하는 유기농 농산물을 많이 먹는 것이 좋은데, 특히 임산부나 어린이라면 더욱 그렇다. 유기농 제품이 아닐 경우에는 잔류 농약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흐르는 물에 잘 씻는 것이 좋으며, 베이킹 소다나 소금물, 식초를 사용하면 더 잘 씻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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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독립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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