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은 월세 전전, LH는 투기 쇼핑" LH사태 '불공정'에 분노하는 2030
LH 땅 투기 의혹…"허탈", "좌절" 2030 분노
전문가 "공정성 훼손 심각…문제제기 계속 해야"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땅 투기 의혹에 대한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030세대 청년층 사이에서 분노와 절망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고용시장 위축으로 취업난에 시달리며 주택 가격 폭등으로 내 집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는 2030세대들은 LH 사태로 또 한 번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분노하고 있다.
전문가는 LH 사태가 보여준 공정성의 훼손으로 인해 청년층의 박탈감과 좌절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에서 자취를 하며 직장에 다니고 있는 30대 김 모 씨는 "20대 후반에 처음 직장에 입사한 이후 매달 월급의 절반 가까이 저축을 하고 있지만 이대로 몇십 년을 모아도 서울에 있는 집을 살 수가 없다"며 "그런데 LH 직원들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를 하고 수십억을 벌어들이고 있다.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집 한 채 살 수 없다는 사실에 박탈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이어 "과거에는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보상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공기업에서조차 이런 대형 비리가 터져 나오니 공정한 사회는 정말 없는 건가, 이런 절망감이 든다"고 말했다.
LH 사태에 대한 청년층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LH 서울본부 앞에서는 2030세대 중심의 시민단체인 '한국청년연대' '청년하다' 등의 주최로 LH 투기 의혹 규탄 촛불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단체는 이날 '부동산 투기 세상 뒤집자' '청년들은 월세 전전, LH는 투기 전전' 등의 문구가 담긴 피켓과 촛불을 들고 "LH 직원과 친인척, 고위공직자 등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조사하고 처벌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열린 'LH 부동산 투기에 분노한 청년들 모여라 긴급 촛불집회'에서 한국청년연대와 청년진보당 등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특히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투기를 옹호하고 비판 여론을 조롱하는 듯한 취지의 글을 올리면서 청년층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글쓴이는 해당 글에서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힐 것', '털어봐야 차명으로 다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 거냐', '열폭(열등감 폭발)해도 나는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 '꼬우면 너희도 이직하든가' 등 조롱 섞인 망언을 남겼다.
취업준비생 박 모(37) 씨는 "그 글을 읽고 허탈한 마음이 더 커졌다"면서 "잘못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비아냥거릴 수 있다는 사실에 공포마저 느꼈다. 한때 공기업을 희망했던 내 자신의 꿈마저 짓밟힌 느낌이었다"고 분노를 표했다.
직장인 이 모(35) 씨는 "LH 직원의 글은 이 사회가 공정하고 평등하고 정의롭지 않다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며 "돈 없고, 집 없는 이들은 어떤 것도 믿을 수 없고 기댈 수 없는 사회"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는 권력층의 입시 비리 등 공정성을 훼손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청년층의 박탈감과 좌절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수저 계급론, 헬조선 같은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사회가 공평, 공정하지 않다는 문제는 계속 제기되어 왔다"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성공이 보장되어 있고, 취업도 잘되는 그런 사건을 목격해왔다. 이번 LH 사태로 정보에 유리한 사람은 이득을 취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또 다시 확인한 청년들의 좌절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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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교수는 이어 "능력 있고 실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깨져버렸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 대해 계속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회적 문제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사회에 옳은 것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정당하게 국민의 알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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