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AD
원본보기 아이콘


세계의 안전자산 미 국채가격이 빛의 속도로 하락하면서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있다. 각종 확정이자부증권의 수익률과 주식의 가치를 산정하는 데 사용되는 핵심 금리인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작년 여름 대비 3배에 이른다.


국채수익률의 상승은 조 바이든 민주당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25%에 이르는 경기 부양책이 초래할 인플레이션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통상 기대 인플레이션은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지난 12일 1.64%)에서 실질금리의 대용변수로 쓰이는 물가연동 국채수익률(-0.62%)을 차감한 값(2.26%)으로 구한다.

실질금리도 연초 대비 0.46% 상승했다. 경기 회복에 따라 높아진 총수요 압력이 본격적으로 작용한 데 그 배경이 있다.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조기에 긴축 모드로 돌아서게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됐다. Fed는 금융시장이 무질서해지지 않는 한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고 주가가 출렁였을 뿐 금융시장에 이상 징후는 없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미국의 변동성지수(VIX)도 안정적이다.


그러나 글로벌 안전자산시장의 공급 충격이 향후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지난주 세 번에 걸친 1200억달러 규모의 신규 국채 경매 일정이 순조로웠음에도 금요일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10bp(1bp=0.01%포인트) 폭등했다. 아시아에서 일어난 국채선물 매도가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서로 눈치 보다 누군가 나서면 모두 따라 하는 무리 행위는 시장이 불안할 때 일어나는 법이다.

모든 국채수익률이 오른 것은 아니다. 만기 2년 이하의 단기 국채(T-bills)수익률은 오히려 하락했다. 만기 1월물은 연초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 정부가 2년 이하 단기물을 3년 이상 중장기물(T-notes·T-bonds)로 공급을 대체하자 투자자들이 중장기물에서 희소해진 단기물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중장기 국채수익률이 급등하는 현상에는 부족한 유동성 문제도 내재됐음을 시사한다. 향후 미 정부가 중장기 위주로 국채 물량을 쏟아낼 때 이 추세는 계속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작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 은행의 자본비율 산정 시 국채와 현금을 제외해준 임시조치를 연장하지 않는 한 유동성 문제는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이 국채시장의 시장 조성자 역할을 수행하기가 더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미 국채가 글로벌 경제의 안전자산 역할을 수행하는 데 애로가 발생할 때 과연 금융시장이 미 국채를 대신할 유동성 높은 안전자산을 제공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무엇보다 미 국채 가격이 급락하는 데는 늘어나는 공급에 비해 부족한 수요가 근본적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발행된 미 국채는 이미 GDP 대비 100%를 넘었다. 한때 50% 가까웠던 신흥국 중앙은행과 같은 외국인의 미 국채 보유 비중은 현재 3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대신 Fed가 큰손(23%)으로 메우고 있다.


한 칼럼니스트는 미 국채시장을 ‘몸집이 점점 커지는 코끼리가 줄어드는 공 위에서 균형을 잡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주조권을 독점한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창조된 비트코인 가격이 천정을 뚫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AD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