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방치된 유사투자자문업…제도적 개선은 언제쯤?
2016년 청담동 주식부자 사건 이후에도 제도적 개선 미미
강한 규제 혹은 등록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 나와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2016년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이 금융사기 혐의로 체포됐다. 과거 여러 경제 방송과 예능에도 출연해 인지도가 높았던 그는 유명세를 이용해 시세조종을 시도했고 1000억원에 가까운 피해액을 낳았다. 금융당국은 제2의 이희진을 막기 위해 신고 결격 요건을 신설하는 등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제도를 보완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유사투자자문업 제도는 금융 소비자들을 보호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피해자는 계속해서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상담센터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 관련 상담건수는 2017년 1855건이었지만 지난해 1만6491건으로 3년 새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월별로 따져도 증가세가 확연하다. 지난해 1월 190건이던 유사투자자문 관련 월별 피해구제 접수 건수가 11월 427건으로 늘어난다. 12월에도 363건의 피해구제 접수 건수가 발생했다.
이에 여전히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제도가 금융 소비자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너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유사투자자문업…전문성, 건전성, 신뢰성 어느 것도 검증 안 한다
유사투자자문업은 기존의 투자자문업보다 훨씬 쉽게 시작할 수 있다. 투자자문업은 등록제인 반면 유사투자자문업은 신고제다. 일정 양식만 갖추면 누구나 유사투자자문업자가 된다. 신고서와 첨부 서류를 동봉해 우편으로만 보내면 된다. 첨부서류엔 사업자등록증, 사무실 및 시설 등 계약 서류, 정보제공 수단별 사업계획서, 수수료 체계가 포함된 회원가입계약서, 교육이수증 사본, 주민등록증 사본 등 간단한 양식의 서류들만 포함돼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유사투자자문업체의 전문성, 건전성, 신뢰성을 보장해주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뿐만 아니라 신고 요건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안 그래도 신고제라 투자자문업보다 승인이 쉬운데 간단한 경력이나 자격도 확인하지 않는 셈이다.
먼저 투자자문업은 반드시 전문인력을 갖춰야 한다. 투자자문업을 시작하려면 상근 임직원인 투자권유자문인력을 1인 이상 고용해야 한다. 투자일임업을 하려면 투자운용인력을 2인 이상 고용해야 하며 물론 이들의 경력증명서 및 자격확인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반면 유사투자자문업은 어디에도 전문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없다. 그나마 전문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는 교육이수증 사본뿐이다. 하지만 유사투자자문업 교육도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8시간 동안 진행되며 대부분의 내용은 불법성, 즉 어떤 행위를 하면 법에 어긋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자본금 및 출자금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지만 규모에 대한 기준은 없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투자자문업은 법정 최소 자기자본 1억원을 충족해야 등록이 가능하다. 하지만 유사투자자문업은 자본금 관련 기준이 없다. 신고서에서 자본금 및 출자금 사항을 기재만 하면 된다. 자본시장에 진입하는 데 있어 재무적 조건을 묻지 않아 건전한 업체인지 검증할 수 없다.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는 셈이다.
이에 유사투자자문업은 신고제와 없다시피 한 기준을 기반 삼아 증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공시에 따르면 신설된 유사투자자문업 업체 수는 2019년 487개, 2020년 554개로 늘어났다. 올해 1월, 2월엔 도합 105개 업체가 더 생겨 산술적으로 따지면 올해 630개 정도의 업체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신고제이기 때문에 우후죽순 늘어나는 업체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영업 기준도 애매모호하거나 없어…"자본시장법 101조 상 조언의 뜻 왜곡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사투자자문업의 영업에 관한 기준도 애매모호하거나 없다. 자본시장법 101조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업은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해야 하며 간행물, 전자우편 등에 의해 투자판단 또는 금융투자상품의 가치에 대해 ‘조언’을 해야 한다. 투자자문업은 특정을 상대하고 1대1 계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확연하게 구별된다.
하지만 일부 유사투자자문업이 1대1 자문으로 의심되는 홍보를 계속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은 사람들이 많은 유튜브로 진출하면서 그 폐해가 더 커지는 중이다. 유사투자자문업들은 유튜브 영상에서 버젓이 휴대폰 번호를 게재하고 문자를 보내면 특정 종목을 보내준다고 홍보했다. 물론 영상에선 900%, 1000% 급등할 종목이라고 말하며 궁금증을 유발한다.
금융소비자연맹 측은 이러한 유사투자자문업의 영업 행위는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먼저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해야 하지만 문자를 보낸 사람에게만 정보를 주면서 투자자문업처럼 특정인만 다룬다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인에게 정보를 주는 유사투자자문업이라면 문자로 따로 정보를 줄 것이 아니라 영상에서 해당 종목을 밝히는 게 맞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유사투자자문업은 자본시장법 101조 상 ‘조언’의 뜻을 왜곡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처장은 “자본시장법 제101조에서 조언의 본 취지는 자신의 투자 비법이나 철학을 전달하는 것을 뜻하는데 현재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은 종목만 알려준다”며 “투자자문업과 별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방치돼 있는 유사투자자문업 "강한 규제나 등록제 전환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들을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유사투자자문업체들이 사실상 불법을 저질러도 현재 방치돼 있다. 강 처장은 “유사투자자문업이 할 수 있는 홍보 방식이나 조언의 뜻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영업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 하에 사각지대에서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유사투자자문업은 왜 방치돼 있을까. 유사투자자문업은 현재 자본시장법 상에서 이도저도 아닌 위치에 있다. 자본시장법 제7조 3항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발행 또는 송신되고 조언하는 행위를 할 경우 투자자문업으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제101조에서는 유사투자자문업을 다루고 있다. 유사투자자문업이 투자자문을 하지만 법률상으론 투자자문업은 아니다. 그렇기에 자본시장법 상 규제를 할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유사투자자문업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신고하려면 금융감독원이 아니라 한국소비자원을 가야 한다. 강 처장은 “유사투자자문업에서 발생한 피해는 자본시장법 상 피해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소비자원에 신고해 구제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의 분쟁 조정은 구속력이 없어 유사투자자문업 측이 수용하지 않아도 제재를 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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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규제를 더욱 강화하거나 등록제로 전환해 제도권 내 편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처장은 “유사투자자문업은 전화, 인터넷 등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소비자들이 모든 정보를 직접 볼 수 없기에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가능하다면 등록제 전환을 통해 투자자문업처럼 제도권 내에서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규제는 자본시장을 죽이는 게 아니라 더 깨끗하게 만들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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