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본 수사역량 첫 시험대
전산·통신·계좌내역 확보 핵심
의혹 제기 뒤 상당시간 지나
증거확보 가능할지 의문
野 "檢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소속 농민들이 8일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정문 앞 표지석에 'LH 한국농지투기공사'라고 쓴 현수막을 둘러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소속 농민들이 8일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정문 앞 표지석에 'LH 한국농지투기공사'라고 쓴 현수막을 둘러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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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구채은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투기 의혹 수사의 칼자루를 쥔 경찰이 9일 LH 본사와 직원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며 본격적인 수사의 막을 올렸다. 올해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출범한 지 3개월 만에 경찰 수사 역량이 첫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대대적 수사단 운영과 별개로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란 우려 또한 팽배하다. 처벌과 이익 환수, 차명 거래 확인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내부정보 이용’ 규명이 핵심= 이번 압수수색의 핵심은 LH 직원들이 광명시흥신도시 지역 토지를 구입할 때 내부정보를 이용했는지를 규명할 자료를 확보하는 데 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법적 근거 자체가 현행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권익위법)과 공공주택특별법 등에 명시된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 조항이기 때문이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공직자가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부서 근무 경력이 없는 직원이 이를 부정한다면 증명해내는 것은 오롯이 경찰의 몫이 된다. 투기 의혹을 받는 직원이 내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 여러 수단을 활용해 해당 정보를 입수했는지를 증명하려면 전산 기록이나 통신 자료 확보가 필수적이다. 국수본에 설치된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단’ 단장을 맡은 최승렬 국수본 수사국장은 "투기로 보이는 것은 증거 자료를 확보해 추궁해야 할 것"이라며 "투기를 투자라 주장할 때 그것을 깨는 게 수사 능력"이라고 말했다.


◆차명거래 밝혀낼 수 있을까=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해야 할 또 다른 자료는 피의자들의 휴대전화 통신 기록과 계좌 거래 내역 등이다. LH 직원 본인 명의의 거래뿐 아니라 가족·친척·지인 등을 통해 이뤄진 차명거래도 밝혀내야 하기 때문이다. 차명거래 규명의 핵심은 돈의 행방이고, 이를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가 바로 통신 기록과 계좌 거래 내역이다.

다만 이번 압수수색이 처음 의혹이 제기되고 상당 시간 뒤에 이뤄진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증거인멸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신속한 초기 수사가 필요한데, 사건이 처음 알려질 때부터 압수수색이 예상됐음에도 일주일 만에 영장이 집행된 탓에 피의자들이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현재로선 경찰이 검사에게 신청한 뒤 검사의 청구로 법원을 통해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앞으로 영장 발부를 위한 경·검 협력이 경찰의 수사 능력만큼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국수본)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보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 수사를 총괄 지휘한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국수본)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보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 수사를 총괄 지휘한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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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 충만’ 경찰 수사 역량 증명할까= 국수본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단을 편성하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권력기관 개편 이후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첫 대형 사건인 데다 정부가 경찰에 모든 힘을 실어준 만큼 강한 수사 의지와 고무된 분위기도 읽힌다. 경찰 관계자는 "부동산 투기사범에 대한 수사를 이어오며 경찰이 축적한 노하우도 상당하다"며 "이번에 수사 역량을 제대로 입증해 ‘책임수사체제’ 구축을 실현하자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경찰 측은 수사단에 경찰 내 ‘최고의 칼’로 통하는 중대범죄수사과(옛 특수수사과)를 투입해 국수본 차원의 직접수사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수사 지원을 하면서 필요시에는 시도경찰청이 아닌 국수본이 직접 수사해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국수본은 경찰 내 수사 전문 인력과 국세청 지원 인력 등으로 구성될 신고센터를 꾸리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182콜센터로 전화하면 신고센터로 연결돼 경찰·국세청 인력과 상담하게 된다. 수사할 필요가 있으면 곧바로 시도경찰청으로 제보 내용이 넘겨진다. 전국 18개 시도경찰청 중 15곳도 ‘LH 의혹’ 수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지시할 방침이다.


◆야권, 정권의 문제…검찰 배제 비판= 정부와 경찰의 전방위 조사·수사에도 야권은 검찰 조사와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문재인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나와 "(정부가 진행 중인) 조사는 압수수색 같은 권한이 없다"면서 "검찰에서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날 "이 정권이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국민이 믿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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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여당은 정부 주도의 총력 수사와 입법 대응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검찰이 빠져 있다고 얘기를 하는데 검찰에는 지금 LH 전담팀이 구성돼 협력 수사를 진행하는 걸로 돼 있다"면서 "정부의 모든 수사 역량을 동원해 총력 수사 체제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전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1차 회의에서 LH 투기 방지법을 3월 국회 최우선 법안으로 추진할 것임을 공식화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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