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공 때부터 비리 반복… ‘솜방망이 처벌’이 만든 구조적 문제
2003년 2기 신도시 관련 투기사범 중 공무원 27명이나 포함
2002년·2006년 투기 정황에도 내부 규정 내세워 사실상 묵인
전문가 “강력한 처벌뿐만 아니라 사전 방지 대책도 세워야”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옛 한국토지공사·대한주택공사시절에도 빈번히 일어났던 일이죠. 구조적으로 대책 마련이 안 되면 계속 반복될 겁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회성이 아닌 과거부터 반복돼온 구조적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갑자기 터져 나온 문제가 아니라 토공, 주공 시절부터 크고 작은 직원 투기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토공과 주공은 2009년 LH로 통합되기 전 택지개발, 주택개발을 담당했던 공기업들이다. 결국 제대로 된 방지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처벌규정도 느슨하다 보니 문제를 키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도시 때마다 반복된 공기업 직원 투기
5일 업계에 따르면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의 굵직한 투기 의혹은 과거에도 잇따랐다 . 2003년 참여정부의 2기 신도시 조성 때에도 공무원들의 투기와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당시 신도시 곳곳에서 투기가 극성을 부리자 검찰은 2005년 합동수사본부까지 설치, 투기 단속에 나섰다. 검찰이 단속한 부동산 투기 사범 중에는 공무원이 27명이나 포함됐지만 이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2006년 7월에는 토공 직원들의 ‘딱지(아파트 분양권)’ 사건이 터졌다. 토공 직원 9명이 2003년 8월 지정된 파주 교하신도시내 딱지 47개를 무더기로 사들인 사건이다. 직원들은 조합 구성 과정에서 인감을 위조하기도 했다. 당시 토공측은 직원들의 딱지 매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했지만 해당 직원들에 대해서는 감봉·견책·경고 등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것으로 징계를 마무리지었다.
앞서 2002년에는 토공 직원 18명이 용인 죽전지구 토지 90건을 70억원에 매입한 경황이 드러났다. 하지만 토공은 이에 대해 "외환위기 이후 직원들이 토공 토지를 분양받는 것을 막는 내부 취업 규정을 폐지했으므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며 이를 묵인하기도 했다.
‘솜방망이’ 처벌이 불감증 키웠다
이처럼 구조적 허점으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례들이 쌓이면서 ‘도덕 불감증’이 커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지난 몇 년 간은 공공기관의 투기 의혹 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구조적 빈틈이 많아 부정행위에 취약한 상태"라며 "강력한 처벌 규정 뿐만 아니라 사전에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이들과 주변 사람들의 투기를 막을 사전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번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해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이 아닌 행정부가 전면에 나선다는 점에서 공정한 조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 2002년 검찰이 인천 영종지구의 빌라를 대거 사들이면서 위장전입한 건설교통부·인천시·토공·경제자유구역청 직원 50명을 대거 입건한 사례는 있지만, 부처나 기관 내부적으로 자체 중징계한 사례는 거의 없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투기 의혹의 주체인 LH와 밀접한 국토교통부 등이 전수조사를 이끌 경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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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토부는 이번 LH직원 투기의혹을 계기로 토지개발 관련 직원의 부정부패를 사전에 방지할 제도적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신규택지 개발과 관련된 국토교통부, 공사, 지방공기업 등의 직원들은 원칙적으로 거주 목적이 아닌 토지 거래를 금지할 것"이라며 "불가피한 상황의 경우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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