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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산책] 사회적 '터부'에 정면도전…포르노그래피, 예술로 승화하다

최종수정 2021.02.25 12:51 기사입력 2021.02.2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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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소프 국내 첫 회고전

국제갤러리, 다음달 28일까지
1층엔 양가적 미학 펼친 작품들 배치
2층엔 수위 높은 'X포트폴리오' 전시
흑인누드 등 외설성 짙은 작품
소수자 혐오 문제 성찰하게 해

메이플소프의 ‘Ken Moody and Robert Sherman'(1984, Silver gelatin, 40.64×50.8㎝).

메이플소프의 ‘Ken Moody and Robert Sherman'(1984, Silver gelatin, 40.6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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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아름다움과 악마성은 같은 것이다."


미국 현대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가 생전에 한 말이다. 아름다움은 필연적으로 ‘미(美)’와 ‘추(醜)’의 구분을 전제한다. 이는 종종 폭력을 불러오는데 일방적으로 ‘추’를 억압하고 말살하는 수준까지 자행된다. 아름다움은 과연 선한 걸까.

서울 종로구에 있는 국제갤러리는 다음 달 28일까지 메이플소프 회고전을 한다. 세계 유명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그의 작품을 다뤘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퀴어 미학과 흑인 남성 누드, 사도마조히즘 등 포르노그래피를 전면에 내세우는 사진작가이기 때문이다. 메이플소프는 자신이 활동하던 1970~1980년대에도 미국 주류 예술가와 정치인들로부터 "포르노가 무슨 예술이냐"는 괄시에 시달렸다.


‘성과 속(Sacred and Profane)’이라는 테마로 꾸며진 전시장 1층에 들어서면 생각보다 노출이 심하지 않은 흑백사진들이 걸려 있다. 여러 인물을 나란히 걸어두거나 인물과 사물을 한데 모아 연결적 의미도 강조한다. 정물 사진으로는 꽃이 유독 많다. 전시를 기획한 이용우 서강대 교수는 "꽃은 세속적 오브제지만 주체의 독특한 경험이 반영되면 성스러운 대상으로 탈바꿈되기도 한다"며 "1층에는 이런 양가적 미학을 서사적으로 펼친 작품들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1984년작 ‘켄 무디와 로버트 셔먼’은 이런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낸다. 흑인과 백인 남성이 동일한 자세로 서로 등을 맞대고 서 있다. 데칼코마니처럼 사진을 반으로 접으면 한 인물로 겹쳐질 것 같다. 이처럼 정중앙을 기준으로 대상을 대칭화한 것을 인물의 가장 완벽한 순간, 피사체의 본질을 꿰뚫으려는 시도라고 한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당시 흑인과 백인의 본질이 동일한 인간이라는 점을 표현한 게 아닐까.

메이플소프의 'Milton Moore'(1981, Silver gelatin, 50.8 x 40.64 cm)

메이플소프의 'Milton Moore'(1981, Silver gelatin, 50.8 x 40.64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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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는 메이플소프의 문제작들이 펼쳐져 있다. 오브제화된 남성 성기, 채찍을 항문에 꽂고 대담하게 화면을 응시하는 셀프 포트레이트(자화상), 구강성교 장치로 신체를 뒤덮은 사진 등 수위가 높은 ‘X포트폴리오’ 연작들이다.


이곳을 둘러보다 보면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 남성과 여성의 성기가 적나라하게 노출된 사진의 경우 3초 이상 보기 힘들 수도 있다. 변태로 오인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실제로 관객 대부분은 야한 사진에 시선을 오래 두지 않았다. 대상에 대한 예술적 가치를 음미하기도 전에 바깥에 존재하는 규율과 관습이 가로막은 상황. 메이플소프가 살았던 시대에는 훨씬 심했을 것이다.


시선 둘 곳을 찾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리스나 르네상스 시대에 만들어진 성기가 그대로 노출된 조각상이나 회화를 보면서는 아름답다고 하면서 왜 ‘빛(Photo)’으로 ‘그려진(Graph)’ 사진(Photograph)일 뿐인 이 작품에는 시선을 돌려야 하는가.’


메이플소프의 'Robert Mapplethorpe_Watermelon with Knife'

메이플소프의 'Robert Mapplethorpe_Watermelon with Kn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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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소프가 당시 금기시되던 흑인 누드나 성소수자의 포르노그래피 등 외설성 짙은 작품들을 주로 내건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는 사회적 ‘터부’에 정면으로 도전하고자 했다. 예술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세심하게 고려한 조명·구성, 정밀한 계조를 통해 완벽한 사진적 양식으로 초상 사진을 구현했다. 누드뿐 아니라 꽃·과일·청동상 등 정물 사진과 패션광고 사진까지 매체의 범주를 초월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여성·인종·성소수자와 같은 문제들을 작업에 적극적으로 끌어왔다. 메이플소프는 생전 "나는 포르노그래피를 예술의 경지로 올려 놓았다"고 당당히 선언했다.


메이플소프가 가졌던 문제의식은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도 통용된다. 최근 SBS에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하면서 동성애 키스신을 삭제한 것이나, 서울시장 후보들이 퀴어축제를 단지 지지층을 넓히기 위한 정치적 제물로 삼은 것 등이 대표적 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혐오를 넘어 ‘니편 내편’의 문제로 치환돼 본질에 대한 성찰을 가로막는 상황으로 변질된다는 것이다.


전시는 3월28일까지 이어진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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