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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 협박 백악관 부대변인 사임 '막전막후' [특파원 다이어리]

최종수정 2021.02.15 04:52 기사입력 2021.02.15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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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연애 사실 보도 시도 여기자에 막말
백악관 일주일 정직 솜방망이 처벌 시도
"문제 발생 시 무조건 해임" 바이든 약속 어겼다 비판 쏟아져
결국 자진 사임으로 마무리
백악관 공보라인 신뢰도에 타격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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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여성을 대거 기용했다고 자랑한 백악관 공보팀이 논란에 휩싸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의 혼란이 바이든의 백악관에서도 재연된 셈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방침과 달리 솜방망이 처벌로 그치려던 백악관 대변인과 비서실장의 처신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백악관 비서실이 근무하는 '웨스트윙'은 정권이 바뀌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뼈아픈 결과만 남기게 됐다.

지난 13일(현지시간) TJ 더클로 백악관 부대변인이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취임 한 달여 만에 누구나 바라는 자리에서 내려온 것이다.


사임 자체도 화제지만 사임에 이르게 되는 과정이 더 문제다.


발단은 발렌타인 데이를 앞두고 지난 9일 피플지가 보도한 더클로 부대변인과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의 기자가 연인이 됐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이 기사는 더클로 부대변인이 지난해 바이든 캠프에서 홍보업무를 맡던 중 역시 캠프를 출입했던 기자와 연인이 됐다고 전했다.


피플은 더클로가 2019년 폐암을 진단 받았음에도 바이든의 선거 운동에 동참했고 연인까지 얻었다고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악시오스 기자는 회사 측에 자신이 출입처 담당자와 연인이 됐다는 것을 알리고 바이든 당시 후보 대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를 담당하는 것으로 교통정리를 했다. 특히 악시오스 기자는 연애가 시작된 후 더클로가 어떠한 정보도 공유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대통령 당선인 캠프 출입 기자와 공보 담당자 간의 연애가 업무적 충돌을 우려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해명이 이뤄진 셈이다.


이 보도 이후 다른 인터넷 매체 폴리티코가 발끈하고 나섰다. 폴리티코 측은 지난 1월 말 더클로가 부대변인으로 임명된 직후 '공공연한 비밀'로 통하던 이번 사안에 대한 취재를 마치고 보도 직전 더클로 부대변인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폴리티코의 불만은 백악관 고위 당국자가 자신에 대한 질의를 뭉개다가 다른 매체에 흘려 미담으로 둔갑 시키며 물타기를 시도했다는 것이었다. 피플은 이 기사가 어떻게 취재 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폴리티코는 더클로와 백악관의 답변이 없자 지난 8일 하루 뒤 기사가 게재될 것이라는 통보까지 했지만 오히려 그 직후 다른 매체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미화한 기사의 단독 보도를 지켜봐야 했다.


이쯤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여기서 막장 드라마 '시즌2'가 시작된다.


이번에는 더클로 부대변인이 기사를 막으려고 폴리티코 기자를 협박한 사실이 연예매체 배너티 페어에서 터져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더클로 부대변인은 폴리티코 기자와 통화에서 "너를 파괴하겠다"라고 하는 등 폭력적이고 여성을 혐오하는 발언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전 백악관 공보팀 주요 보직을 전원 여성으로 구성하며 크게 호평 받았던 상황이 완전히 일그러져 버린 셈이다.


결국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 중 더클로 부대변인이 기자를 위협했다는 이유로 일주일간 무급 정직됐다고 밝혀야 했다. 사키 대변인은 더클로 부대변인이 자신의 사생활을 보도한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여기자를 위협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사키 대변인은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이 그의 징계를 승인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는 상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키 대변인은 "더클로 부대변인이 기자에게 사과하고 개인적으로 사과문을 보내 깊이 후회한다고 밝혔다"라며 "일주일 정직 징계는 (더클로 부대변인 행위를) 용납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백악관 공보의 조치는 백악관 출입 기자들의 공분을 더욱 증폭 시켰다. 백악관 공보팀이 대통령이 취임 첫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다는 이유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백악관 직원들에게 "농담이 아니다 동료들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하면 즉시 파면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한 바 있다.


사키 대변인은 왜 그가 해임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대신 "대통령의 기준에는 맞지 않지만, 무임금 정직과 사과를 포함해 충분한 조치가 이뤄졌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도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지만,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보수 언론들은 물론 워싱턴포스트 등 진보 매체도 백악관의 조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칼럼과 비판 기사를 실었다.


막장 드라마 '시즌3'는 결국 더클로 부대변인의 사임으로 마무리됐다. 그는 사키 대변인의 1주일 정직 발표 하루 뒤 자신의 사임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


그는 어떤 변명도 의미가 없다면서 백악관 공보팀과 논의 끝에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번 일로 백악관 대변인실은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신속하게 단호히 처리했으면 될 일을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해 일을 그르쳤다는 평이다


한 백악관 출입기자는 트럼프 정부 시절 막말 논란으로 열흘 만에 사임한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백악관 대변인 보다 더클로의 '죄질'이 더 나빴다고 주장 했다.


이번 사건이 15일 프레지던트 데이를 앞두고 벌어졌다는 점은 백악관의 처신에 더욱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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