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현장 지킨 ‘리틀 정주영’…정상영 KCC 명예회장 별세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지난 3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1936년 강원 통천에서 태어난 정 명예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으로, 형제들 중 외모나 말투, 걸음걸이 등이 흡사해 '리틀 정주영'으로 불리기도 했다. 고인도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큰형인 '정주영 명예회장'을 꼽았다.
'현대'와 '정씨 일가'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 2003년 조카며느리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시숙의 난'을 벌일 때 "현대그룹의 경영권은 정씨 일가의 것"이라고 한 발언은 유명하다.
◆큰형 닮아 '리틀 정주영' = 고인은 22세 때인 1958년 건축자재 전문기업 '금강스레트공업'을 창업했다. 정주영 회장이 경영하는 현대건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지만 큰형의 품을 벗어나 자신의 사업을 펼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정주영 회장은 "뜻이 그렇다면 네 사업을 해봐라. 기왕이면 국가와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업이 좋겠다"면서 '금강(金剛)'이란 이름도 지어줬다.
1974년 고려화학을 세워 도료사업에 진출했고, 1989년에는 건설사업부문을 분리해 금강종합건설(현 KCC 건설)을 설립했다. 2000년 금강과 고려화학을 합병해 금강고려화학으로 새롭게 출범시켰다. 2005년 KCC로 사명을 변경해 건축자재에서 반도체용 유기소재와 실리콘에 이르는 신소재 정밀화학 분야의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다. 현재 KCC그룹은 자산기준(2020년 11조원) 재계 32위로 성장했다.
KCC는 지난 60여년 동안 건축 및 산업자재 국산화와 산업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입에 의존하던 도료, 유리, 실리콘 등을 자체 개발했고, 첨단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1987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 봉지재(EMC) 양산화에도 성공했다. 반도체용 접착제를 개발하고 상업화에 성공하는 등 반도체 재료 국산화에 힘을 보탰다.
1996년에는 수용성 자동차 도료에 대한 독자기술을 확보했다. 2003년부터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실리콘 원료(모노머)를 국내 최초로 독자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한국은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에 이어 실리콘 제조기술을 보유한 일곱 번째 국가가 됐다.
◆60년간 경영현장 지켜 = 고인은 일생에 걸쳐 국내 20개, 국외 10개 등 총 30개의 공장을 지었다. 직접 도면 위에 연필로 줄을 그으며 토목기사이자 건축기사, 엔지니어로서 공장 개발을 꼼꼼히 챙긴 것으로 유명하다.
고인은 '산업보국'이 기업의 본질임을 강조하며 한국 경제 성장과 궤를 같이했다. 창업주로는 드물게 60여년을 경영현장을 지켰다. 2000년 명예회장으로 세 아들에게 경영을 넘기고 난 뒤에도 지난해 말 병세가 악화되기 전까지 서울 서초동 KCC 사무실로 매일 출근해 업무를 챙겼다.
소탈하고 검소한 성격으로 평소 임직원에게 주인의식과 정도경영을 강조하며 스스로 모범을 보인 경영자였다. 동국대, 울산대 등에 사재 수백억원을 쾌척하면서 국가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도 힘을 보탰다.
◆막 내린 범현대가 1세 경영 = 정 명예회장의 타계로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을 필두로한 '영(永)'자 돌림 범(汎) 현대가(家) 창업 1세대 경영은 모두 막을 내렸다.
현대그룹을 이룩한 장남 정주영 회장이 2001년 타계했고 '포니정'으로 불린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2005년, 4남), 정순영 성우그룹 명예회장(2005년, 3남),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2006년, 2남)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2015년에는 장녀 정희영 여사가 별세했고, 다섯 번째 동생인 정신영 씨는 1962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지병으로 32세에 요절했다.
범현대가는 2000년대 초 경영권 승계작업을 통해 '몽(夢)'자를 쓰는 2세대로 넘어갔고, 지금은 '선(宣)'자를 돌려쓰는 3세대로 경영권이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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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는 "정 명예회장이 최근 건강 상태가 악화해 병원에 입원했으며, 이날 가족이 모여 임종을 지켰다"고 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은주 여사와 정몽진 KCC그룹 회장,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 정몽열 KCC건설 회장 등 3남이 있다. 발인은 2월 3일 오전 9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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