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그의 SNS를 '언팔'한 이유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솔직히 우리 아버지 인지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못생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정치후보연합 후보자였던 시절, 딸이 트위터에 쓴 글이다. 딸은 이 계정에 아버지의 인간적이고 친숙한 모습을 실시간으로 올리며 네티즌과 소통했다. ‘온라인 효도’라며 인기를 끌었고, 당선된 박 의원은 어느덧 민주당 사무총장에 올랐다.
정치인의 SNS는 초기에는 쉽게 다가가기 어려웠던 이미지를 친숙하게 만드는 도구로 작용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세균맨’이라는 캐릭터를 활용해 인스타그램에서 친숙한 이미지를 가지게 됐고, 블로그에는 종종 자신이 농담 섞인 글을 올리기도 해 유명해졌다. 심지어 정 총리는 “왜 일본 캐릭터인 세균맨을 사용하느냐”는 네티즌의 지적을 반영, 세균맨 인형 옆에 뽀로로에 나오는 캐릭터 ‘루피’를 데려다 놓았다. 빠른 피드백이 중요한 SNS 세계에서 극찬을 받았다.
언론학자들도 당시엔 정치인의 SNS 사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댓글, 라이브 등으로 정보 전달자와 수용자가 모두 능동적으로 소통하는 이른바 ‘양방향 소통’을 만들어 낼 것이라 예상했다. 나아가 시민의 정치참여를 북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려운 정책을 알기 쉽게 홍보하고, 시민들의 반응을 바로 반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정치인과 시민 모두에게 열린 건강한 공론장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그러나 지금 정치인들의 SNS에서 이어지는 공방들은 전혀 기능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정치인들의 SNS는 양방향이 아닌 일방향 소통을 지향하고 있다. SNS는 상대 당이나 그에 속한 의원을 비판하는 등 의원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최근 논란이 된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후궁 발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태풍급 비바람이 몰아치며 전국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린 7일 빗방울에 맺힌 국회의사당의 모습이 거꾸로 비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며 두 달 째 국회 보이콧을 이어가고 있는 여야는 해법을 찾을수 있을까?/윤동주 기자 doso7@
공격은 여야를 막론하고 일어나고 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향해 “막말이 국민의 귀를 오염시키지 못하도록 공업용 미싱을 선물로 보낸다”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욕설 페이스북’으로 한창 논란이 됐던 민경욱 전 의원은 “XXX 잡것들아”로 시작하는 3000자의 전직 대통령, 현직 장관들을 모두 겨냥한 욕설을 올려 끝내 사과했다.
일방향 소통으로 SNS에는 정치인과 해당 메시지에 동의하는 지지자들만 남았다. 정치인들의 정치적 편향성은 지지자들뿐인 댓글로 더욱 공고해졌다. 한 국회 보좌진은 “우리 의원은 자기 페이스북에 달린 악플을 직접 지운다”며 “자기 계정이니 우리가 이를 막을 도리는 없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언론은 논란의 글을 받아쓰기하며 질 낮은 메시지를 재생산했다.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31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시민들이 정치인의 갈등을 보여주는 SNS 메시지에 계속 노출되면 정치인에 대한 신뢰를 잃고 정치적 냉소가 키워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전반적인 정치의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200만원 간다" 증권가에서 의심하지 말라는 기업 ...
양방향 소통으로 시작한 SNS였지만, 갈등의 메시지로 지친 시민들은 끝내 그들을 ‘언팔(언팔로우)’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치인에 대한 언팔 뿐만 아니라, 나아가 전반적인 정치에 대한 언팔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결국 정치인 SNS의 긍정적인 기능은 다양성의 수용하고 열린 양방향 소통이 이뤄질 때 발휘된다고 볼 수 있다. 정치인이 가지는 말의 무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할 필요도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