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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 관치금융에 은행권 몸살…배당 제한에 주가 일제히 하락(종합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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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실적낸 금융지주, 배당 20% 못 넘긴다…"주주 불만·이탈 어쩌나"
배당은 안되고, 이익공유제는 된다(?)…"어느 장난에 맞추나" 모순 지적
청와대 국민청원 잇따라…"관치금융 아닌 정책·지원으로 해결해야"

금융감독원(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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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고질적인 관치금융에 은행권이 몸살을 앓고 있다. 배당 억제 권고, 이익공유제 압박, 가계대출 규제 등 자율경영을 저해하는 잇단 조이기에 그로기(groggy·혼미) 상태다.


28일 금융감독원은 전일 금융위원회와 정례회의에서 의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각 은행들에게 문서로 발송했다. 올해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배당을 실시하도록 권고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권고는 6월말까지 적용되며, 이후에는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종전대로 자율적으로 배당할 수 있다. 국내 은행 지주회사에 속한 은행이 지주회사에 배당하는 것은 예외다. 정부가 손실을 보전하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도 권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신한·KB·하나·우리·NH·BNK·DGB·JB 등 은행지주 8곳과 SC·씨티·산업·기업·수출입·수협 등 6개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했다. 스트레스테스트는 1997년 외환위기보다 더 큰 위기상황을 가정하고 2021년 마이너스 성장에서 2022년 회복하는 U자형과 2022년에도 제로 성장을 기록하는 L자형으로 나눠 측정했다.


그 결과 U·L자형에서 모든 은행의 자본비율은 최소 의무비율을 넘었으나, L자형의 경우 상당수 은행이 배당제한 규제비율은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제한 규제비율은 최소 의무비율에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에 대해 1%를 더한 것이다. 총 자본비율 항목에서 기준이 11.5%다. 실제 은행들은 이 비율이 2021년 14.21%에서 매년 하락해 2023년에는 10.87%를 기록했다. 은행들이 대체로 손실흡수능력을 유지하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일부 은행에서 자본 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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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자본 확충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L자형 시나리오에서 배당제한 규제비율을 상회하는 경우 자율적으로 배당을 실시하되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

은행들은 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싼 현실에 공감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배당제한은 주주가치 제고에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은행주는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혀왔다.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은행지주들은 지난해 25~27%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우리는 27%로 가장 높았고 KB와 하나는 26%, 신한이 25%였다.


주주들이 불만을 토로하며 이탈할 경우 주가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이날 14시 현재 우리금융지주(-2.68%), 신한지주(-1.39%), KB금융(-3.42%), 기업은행(-2.31%) 등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주요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은 50%가 넘는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적정수준의 배당을 해야 하는데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들의 실적과 건전성이 우량한데도 배당을 줄이라는 것은 금융 상식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배당 제한 권고안을 두고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이익공유제와 모순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익공유제는 코로나19에도 이익을 내는 업종이 피해업종과 이익을 나눠야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린 은행이 이익을 내놓아야 하는 대표업종으로 꼽힌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은행의 자본건전성 관리를 위해 배당을 자제하고 자금을 내부에 쌓아놓으라고 권고하는 상황에서, 다른 업종과 이익을 공유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금융주 연말 배당 축소를 반대합니다’ ‘상장 금융회사들에 대한 관치금융을 중단해야 한다’ 등의 국민청원이 올라오기까지 했다.


한 청원자는 "모든 책임과 배상, 부담은 금융권이 져야 하고 언제든 필요할때면 금융사 총수들을 소집해 지원을 강요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금융그룹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최하위에 위치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금융사들은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주가로 증명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의 관행 그대로, 그것이 관치 인지도 모른채 반복되는 문제들을 지속한다면 대한민국의 가장 큰 자산을 소유한 금융사들의 가치는 계속 하락 할 것이고, 그것은 결국 해외자본에 국내 자산을 헐 값에 팔아넘기는 일만 반복될 것"이라며 "관치금융이라는 손쉬운 방법이 아닌 정책과 지원으로 민생안전 이라는 어려움 숙제를 해결해 정국을 이겨내 주길 청원한다"고 덧붙였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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