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파가능성 없으면 명예훼손 아냐"… 전 여친 지인에 허위 문자 보낸 남성 무죄 확정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허위사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해도 수신자가 피해자와 가까운 사람이라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면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헤어진 여자친구의 지인들에게 전 여자친구와 관련된 허위 문자메시지를 보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형법이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 성립을 위해서는 '불특정의 사람이나 다수의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공연성'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
대법원은 공연성을 전파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단 1명에게 얘기했더라도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을 인정하는 반면, 복수의 사람에게 얘기했다고 해도 피해자의 가족 등 특수한 관계로 인해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공연성을 부정한다.
재판부는 "개별적인 소수에 대한 발언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막연히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고도의 가능성 내지 개연성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검사의 엄격한 증명을 요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특히 발언 상대방이 발언자나 피해자의 배우자, 친척, 친구 등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관계로 인해 비밀의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는 경우로서 공연성이 부정되고, 공연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수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A씨는 2016년 1∼2월 헤어진 여자친구 B씨와 관련된 허위 문자메시지를 B씨를 소개시켜 준 C씨와 B씨의 오랜 친구인 D씨에게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를 만나 교제하던 A씨는 2015년 말 B씨와 헤어진 뒤 B씨가 자신의 전화를 피하다 나중에는 전화번호까지 바꿔 연락이 되지 않자 2016년 1월 B씨를 소개해준 C씨에게 "어떻게 술집에 나가고 11년 동안 유부남으로부터 생활비를 받은 여자를 소개시켜줄 수 있느냐?"는 등 허위사실을 적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남녀가 옷을 벗고 성행위를 하는 장면의 동영상 캡처 사진을 C씨에게 전송하며 마치 동영상 속 여성이 B씨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A씨는 또 같은 해 2월 B씨의 친구 D씨에게 "B씨에게 꼭 전해달라"며 "이렇게 살아온 여자를 어떤 남자가 이해할까요? 끝까지 거짓말을 해서 제가 그 거짓말을 밝혀냈다. B씨 당신 알고 보니 정말 꽃뱀이네요" 등 허위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앞서 1심은 A씨가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이 B씨가 꽃뱀이라거나 음란동영상이 존재한다는 등 자극적인 소재들로 이뤄져 있어 제3자에게 전파될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죄 성립을 인정,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비록 C씨와 D씨가 피해자 B씨의 지인들이지만 피해자의 가족이거나 피해자와 경제적 이해관계 등을 같이하는 사람들은 아닌 만큼 주변 지인들과 문자메시지를 공유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
반면 2심은 A씨가 여자친구를 소개해 준 C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C씨를 비난하는 취지가 함께 담겨있고, C씨나 D씨가 A씨가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믿었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점, 그리고 D씨는 A씨가 부탁한대로 문자메시지 내용을 그대로 B씨에게 전달한 점 등에 비춰 전파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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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C씨 및 D씨와 피해자 B씨의 관계 등에 비춰 살펴보면 공연성 인정에 필요한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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