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 ‘서울메이드’ 입은 中企제품, 글로벌 MZ세대 잡았다
장영승 서울산업진흥원 대표이사 인터뷰
MZ세대 타깃 브랜드 ‘서울메이드’ 론칭
서울의 맛·멋·안전·편리 카테고리 분류, 테마별 다양한 상품 출시
뉴욕에 서울메이드 방역키트 전달 등 뉴욕-서울 간 경제·문화 협력 진행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벤처’란 말조차 생소했던 90년대, 1세대 벤처창업가로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 몸담았던 장영승 대표가 2018년 11월 서울산업진흥원(SBA) 원장에 취임했을 때 업계에선 미래 산업을 이끌 경험을 갖춘 적임자를 자리에 앉혔다고 평가했다.
취임 후 지난 2년간 언론 노출을 자제해온 그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수 중소기업 상품의 글로벌 진출을 이끄는 브랜드 ‘서울메이드(SEOUL MADE)’로 암약을 깨고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했다. 장 대표는 "타겟과 컨셉, 그리고 신뢰의 가치를 담은 브랜드를 통해 비로소 성과를 내게 돼 직접 홍보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향후 창업생태계가 기존의 대기업 중심 성장에서 벗어나 스타트업을 통한 성장으로 변화할 것으로 봤다. 이 과정에서 선배 기업가의 잘한 점은 참고하고, 못한 점은 비판하면서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탄생해야 한다고 했다. 장 대표는 "가르치려고 하면 그 순간 꼰대가 된다. 쪽팔려도 내 실패를 드러내면서 배우게 하는 멘토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선배 창업가가 스타트업을 찾아 세무·회계, 지식재산권, 마케팅과 영업 노하우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했다. 영화 ‘인턴’에서처럼, 창업생태계 선후배 간 긍정적 교류가 이뤄지길 기대한 것이다.
그는 그동안 ‘운동권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조직에 부담을 줄까봐 인터뷰나 SNS 활동을 자제해 왔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지난 2년의 성과에 싹을 틔워야 할 때라면서 나섰다. 서울산업진흥원은 서울시 산하기관으로 서울 소재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기술·경영·인력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여건 조성을 돕는 역할을 한다.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본사에서 장 대표를 만났다.
-벤처 1세대로서 오늘의 대한민국 창업생태계를 보는 시선이 남다를 것 같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환경이 좋아졌다. 나는 30대에 벤처란 말이 없을 때 시작해 초기 벤처 버블에 정신을 잃었었다. 경영적 판단도 미숙했고. 그래서 나는 망했지만, 회사는 아직도 건재하다. 팔았으니까. 그때 내가 회사를 쥐고 버텼다면 나도, 구성원도, 회사도 다 망했을 거다. 다행인 것은 나만 망했기 때문에 나눔기술이란 회사는 여전히 존재하고, 또 창업멤버들도 다양하게 활약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을 지낸 우미영 현 어도비코리아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나눔기술 출신이다. 그 회사가 벤처 사관학교 역할을 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제품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를 뭐라고 진단했나.
▲브랜드 파워가 약한 것. 중소기업 제품은 질은 좋은데 브랜드 파워가 없으니 수출 애로를 많이 겪고 있었다. 일례로 베트남에 코스메틱 제품을 수출할 때 우리나라 제품이라고 무조건 환영받진 않는다. 아모레 정도는 돼야 선호하고, 이렇다 보니 공급자적 마인드를 바꾸기 위해 수출하는 현지 수요자에 맞춰 브랜드 가치를 재고하고 새롭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했다. 전 세계 트렌드의 타깃 세대가 MZ세대다. 공통의 라이프 스타일에 열광하는 그들의 취향은 BTS를 통해서도 잘 드러나지 않았나. 한국말로 노래를 불러도 이를 따라 부르는 것처럼 직관적이면서도 예쁜, 전 세계 MZ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심볼을 먼저 제작했다. 머리로 만든 창조적인 것 이란 의미를 구현했다.
-그렇게 탄생한 서울메이드는 어떤 브랜드이고, 어떤 제품군을 갖추고 있나
▲서울이 만든, 사람의 창의(메이드)가 들어간 제품을 지칭한다. 2019년 12월 처음 ‘서울메이드’를 론칭했을 때 ‘하이서울’, ‘I.SEOUL.U’가 있는데 또 브랜드를 만들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메이드는 단순히 이름만 붙인 게 아니라 MZ세대를 타깃으로 추구하는 가치와 컨셉을 정교하게 담은 브랜드다. 나는 브랜드가 가치를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가치는 ‘이 제품이 좋을 것이다’, ‘이 제품을 가지면 알아준다’는 신뢰에서 온다. 이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먹힐 것인가에 대해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멕시코 등등 직접 각 국가에서 선호도 조사를 실시해 좋은 평가도 받았다. 제품의 테마는 서울의 맛, 서울의 멋, 서울의 안전, 서울의 편리 등 네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해 각 테마에 맞는 밀키트, 패션용품, 방역제품, 교통카드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기업 맞춤 SW 인재 양성기관 ‘싹’ 현업 전문가 강사로 교육 현장성 높여
선배 창업가 멘토링 프로그램 개설, 영화 ‘인턴’처럼 긍정적 교류 이어지길
-코로나19를 뚫고 지난 8월 뉴욕시에 서울메이드 방역키트를 전달했다.
▲가능하다면 연임하고 싶을 정도로 우리 기관이 할 수 있는 많은 사업적 기회와 가능성을 뉴욕에서 확인했다. 서울의 중소기업이 만든 코로나19 방역키트 1만개 전달식을 지난해 8월 뉴욕 브루클린 상공회의소에서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단순 홍보 이상의 상호 신뢰가 생겨나더라. 이를 통해 다른 제품에 대한 소개 기회, 뉴욕 자본의 한국 기업 투자를 매칭하는 프로그램 등을 뉴욕시 5개 자치구와 논의해 진행하고 있다. 뉴욕은 전 세계 경제 중심지고, 자본과 기술, 디자인이 모이는 곳인 만큼 그 안에서 우리 중소기업 제품이 경쟁력을 얻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다면 글로벌 진출은 자연히 이뤄질 테니까. 특히 뉴욕과 서울 간 다양한 경제, 문화 협력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이날치 밴드의 뉴욕 타임스퀘어 공연 기획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무산된 것이 가장 아쉬운 일이다. 지속적 신뢰를 바탕으로 두 도시 간 교류는 올해에도 차근차근 진행할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인재를 직접 양성하는 교육 기관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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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Seoul Software Academy Cluster, SSAC)은 기업이 원하는 소프트웨어 인재를 수요에 맞춰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기관이다. 관에서 하기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라 자부한다. 내가 개발자 출신이고, 또 IT기업을 경영했기 때문에 프로그램 핵심을 네 가지로 설정했다. 먼저 수요조사를 통해 해당 지역의 기업이 어떤 인재를 필요로 하는지 확인했고, 강사는 카카오 개발팀장 출신 등 현업 전문가로만 구성해 교육의 현장성을 높였다. 평가는 단순 시험이 아니라 팀 프로젝트를 통한 결과물로 이뤄진다. 수강생이 개발자로서 기업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정교한 평가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과정 이수 후 취업 연계율을 높였다. 내부적으론 60% 취업률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우리가 기업지원기관인 만큼 그 결과를 100%로 끌어올리는 것이 당면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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