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 경제학회서 서머스 전 재무장관·국가경제위원장 날 선 비판
바이든 추가 현금 지급 입장에 반기
"코로나 억제나 인종차별 해소에 재정 써야"
공화당 소속 존 테일러 교수도 동의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그는 진중했다. 작심하고 나온 듯했다. 평소 학회 때마다 성의 없어 보이던 모습이 아니었다.

로런스 서머스(노란선)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전미 경제학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날 세션에는 카르멘 라이트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제임스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라구잠 라잔 시카고대 교수, 조지프 스티글리치 컬럼비아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로런스 서머스(노란선)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전미 경제학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날 세션에는 카르멘 라이트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제임스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라구잠 라잔 시카고대 교수, 조지프 스티글리치 컬럼비아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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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정부와 오바마 정부를 거치며 국가경제회의(NEC) 위원장, 재무부 장관을 역임한 경제학자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의 이야기다.


4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전미 경제학회에 참석한 서머스 교수는 정치권이 추진한 2000달러 현금 지급 방안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포퓰리즘, 바이든 차기 정부의 퍼주기식 지원정책에 대한 노골적인 반대론을 펼쳤다.

민주당 계열의 대표적인 경제 브레인이 바이든 당선인과 민주당이 추진한 2000달러 현금지급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한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물망에 오르기도 했던 서머스 교수는 지난해 말 미 의회에서 2000달러의 현금 지급 법안이 처리되지 않은 것이 희소식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 조치로 미국 전체 인구의 94%가 혜택을 보는 것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머스 교수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려는 듯 그래프까지 동원했다. 평소 자료 없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학회에 참석했던 그의 모습과 달리 적극성이 느껴졌다.


그는 현재 경제 상황에 비춰볼 때 미국인들의 가처분 소득이 15% 정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인들이 지출할 수 있는 소득이 있음에도 소비를 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경기부양책을 늘린다고 해서 지출이 기대하는 것만큼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머스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00달러 현금 지급을 주장하며 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드러낸 직후부터 '심각한 실수'라는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다.


그의 주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민주당 지도부 및 민주당 진보진영의 입장과도 상반된다. 민주당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2000달러 지급 제안을 즉각 반기며 법제화를 추진하기도 했다.


서머스 교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억제하고 인종 간 불평 등이나 거시 경제적 고통을 줄이는 대책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학회에서는 2000달러 지급 반대에 대한 초당적인 의견일치도 이뤄졌다. 트럼프 정부에서 Fed 의장에 거론됐던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가 서머스 교수의 주장에 찬성하고 나섰다. 테일러 교수는 물가와 성장률을 고려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설정해야 한다는 '테일러의 준칙'을 제시한 전설적인 경제학자다.


테일러 교수는 "2000달러 현금 지급이 현재의 경기 침체를 일으킨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제 정책 입안자들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급격히 불어난 미국의 부채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정부가 빚을 내 현금을 지급하려는 시도를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투입키로 한 재정은 3조7000억달러(약 4000조원)에 이른다. 이는 고스란히 정부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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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교수는 "재정 정책을 동원하지 않으면서 민간 부문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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