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눈 깜짝할 사이 금융 앱 부자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모바일 결제의 편리함은 중국의 금융 디지털화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해낼 수 있는 강점 중 하나다. 길거리에서 돈을 구걸해 생활하는 사람들조차 동전 바구니 대신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QR코드를 앞에 내걸고 있을 정도로 현금없는 사회에 우리나라 보다 더 빨리 진입하고 있다. '등록해 놓은 내 은행계좌에서 나도 모르게 돈이 빠져나가면 어떡하지?'는 중국 모바일 결제를 처음 이용할 때 가장 우려하는 점이지만 수 없이 편리한 결제 시스템을 경험하다보면 보안에 대한 우려는 어느새 잊혀진 문제가 된다.
혹자는 한국도 중국과 비교해도 될 정도로 모바일 결제가 참 편리해졌다고 말한다. 모바일 결제를 넘어 은행들의 빠른 디지털 전환 움직임으로 인해 디지털 금융이 소비자(고객)들의 금융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으로 결제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메신저로 송금이 가능하고 오픈뱅킹 실현으로 어느 은행 상관 없이 은행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만 있으면 타은행 계좌 송금, 저축, 투자까지 쉽게 할 수 있는 게 대한민국이다. 한때는 외국인들이 공인인증서를 발급 받지 못해 한국 쇼핑몰에서 드라마 '별에서온 그대'의 천송이(전지현 분) 코트를 사지 못했지만, 이제는 공인인증서 제도가 폐지되면서 외국인들도 쉽게 결제가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고객은 더 편리해졌을까? 편리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갖춰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편리성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듯 하다. 너무나 많은 비슷한 선택지가 제시되는데서 오는 불편함 때문이다. 중국 생활을 하다가 한국의 금융 디지털화를 경험한 사람들이 꼽는 공통된 불편함은 어느새 스마트폰에 수북하게 쌓인 금융 관련 앱들이다. 결제를 하는 과정에서 하나 둘 씩 시키는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순간 스마트폰에 다양한 금융회사들이 제공하는 각양각색 앱들이 깔려 있다. 컴퓨터 초보자 시절에 끊임없이 화면에 뜨는 ‘예’ ‘아니오’ 문구에 '예'만 눌렀다가 잘 모르는 프로그램들이 잔뜩 깔리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다시 하는 느낌이다.
신용카드 시장이 크지 않은 중국에서는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의 양대산맥인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앱을 스마트폰에 깔고, 여기에 은행 계좌를 연동시켜 사용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어떠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를 하든, 어떠한 은행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든 어쨌든 결제시스템은 위챗페이나 알리페이 둘 중 하나를 이용하게 되는게 다반사인 구조다. 반면 한국에서는 결제수단이 다양하고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사들이 많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할 신용카드를 결정하더라도 이를 결제할 수 있는 방식 역시 금융사가 제공하는 앱카드 결제, 간편결제, 인증서 결제 등 다양하다. 다양한 선택지 만큼 어떤 곳에서는 되고 어떤 곳에서는 안되는 경우도 많다보니 한국에서 몇개월만 있다보면 스마트폰 배경화면은 다양한 금융사들이 제공하는 앱으로 가득차게 된다.
은행, 증권 역시 앱 하나면 깔면 타 계좌 조회에서부터 이체까지 다 가능한 시대가 됐지만, 같은 금융사에서도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앱 여러개를 동시에 내놓고 있는데다 금융사 간 공격적인 마케팅 경쟁으로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뭐에 홀린 듯 여러개의 은행, 증권 앱이 깔린 스마트폰을 마주하게 된다. 좋게 말하면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자유가 주어지는 것이지만 대동소이한 기능과 서비스 때문에 너무나 많은 선택지로 인한 혼란이 가중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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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금융사들의 공통된 화두가 디지털화인 만큼 더 많은 회사에서 다양한 금융 앱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낼 가능성은 크다. 금융사들이 앱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다양한 타깃층을 겨냥한 세분화한 마케팅 때문에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앱이 줄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 고객 입장에서 금융생활의 편리성을 생각한다면 금융 디지털화에도 불필요한 것은 통합하고 없애는 다이어트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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