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자리 잡은 중고 LP 샵
불편하지만 온전히 음악 감상할 수 있어
눈으로 보고 손으로 고르고
음악 소유하는 특별한 방법

중고 바이닐 가게 '모자이크 서울'의 내부./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중고 바이닐 가게 '모자이크 서울'의 내부./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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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보고 또 음악을 듣는 편리함이 절정에 다른 이 시대에 굳이 발품을 팔아 '바이닐'(LP·Long Play Record)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나만의 취향을 알아서 골라주고 최신가요를 추천해주는 음악 애플리케이션에 비하면 LP는 그야말로 '불편한 물건'이다. 스마트폰 터치 한 번이면 전 세계 모든 곡을 감상할 수 있는 환경에서 LP로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몇 가지 장치가 필요하다.


우선 턴테이블과 스피커가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 이들 장비는 일단 스마트폰을 휴대하듯 호주머니에 넣을 수 없다. 오히려 최소한의 공간을 요구한다. 관리도 쉬운 일이 아니다. 흠집이 나기 쉬운 재질인 데다, 작은 충격으로도 휘어질 수 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상황이지만 이는 곧 음질에 영향을 미친다. 열에도 약해 직사광선을 피해야 하고, 항상 세워서 서늘한 공간에 보관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고생을 사서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자이크 서울'이라 불리는 이 '불편한 공간'은 LP만이 줄 수 있는 그런 매력에 흠뻑 빠진 이른바 'LP 음악 애호가'들을 위한 공간이다.


중고 바이닐 가게 '모자이크 서울'의 외부 전경./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중고 바이닐 가게 '모자이크 서울'의 외부 전경./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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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3번 출구에서 대로변을 건너면 낮은 주택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골목에 들어서게 된다. 오래된 건물과 골목의 정취를 느끼며 5분 정도를 걷다 보면 적색 벽돌건물 1층에 있는 중고 LP 가게 모자이크를 만날 수 있다.

유행곡을 부르는 가수의 화려한 몸짓이 담긴 그 흔한 포스터 하나 없는 유리문 너머에는 선반 가득 채워진 LP가 빼곡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어떤 가수의 음반일까','누구의 노래일까' 등 충동스런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묘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LP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잔잔히 들려오는 음악은 허름한 골목길 분위기와 꼭 맞아떨어지며 음악을 감상하고 또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임을 알아챌 수 있다. 말 그대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중고 바이닐 가게 '모자이크 서울'의 사장 커티스 감부가 LP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중고 바이닐 가게 '모자이크 서울'의 사장 커티스 감부가 LP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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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주인은 한국에서 9년째 살고 있는 프랑스 국적의 사장 커티스 캄부다. 올해 5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커티스는 음악에 관한 관심과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LP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이 공간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는 "음악에 푹 빠진 사람들은 이곳을 자주 방문한다"며 "하나의 음악에 빠지게 되면 관련된 또 다른 음악을 알게 되고, 음악을 듣는 폭은 넓어진다. 찾아 듣는 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커티스가 모자이크에 들여오는 LP들은 중고음반이 대부분이다. 그는 국내에서 구하기 쉽지 않고 생소한 음악들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음반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선 "흥미로운 음악"이라고 짧게 말했다. 이어 "신보같은 경우는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다. 누구나 아는 음악은 들여놓지 않는다"며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들을 찾아내는 것이 더욱 재미있고 신선하다"고 강조했다.


LP로 가득 채워진 이 공간은 소울, 펑크, 재즈, 힙합, 테크노, 레게 등 다양한 장르의 음반이 카테고리별로 보기 좋기 분류되어 있다. 한국, 프랑스 음악은 물론 일본, 인도, 아프리카 등 다양한 나라의 음반도 갖추고 있었다.


커티스는 질 좋은 LP를 공수해오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공간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주일에 한 번 들어오는 새 음반들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모든 음반을 들어보는 것은 물론이고, 음반에 대한 정보가 담긴 코멘트도 직접 작성한다. LP상태 등을 고려해 적절한 가격을 매기고 마지막으로 LP를 하나하나 세척해 최상의 상태로 손님 앞에 내놓는다.


시간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커티스는 이 과정이 즐겁다고 한다. 그는 "좋은 LP를 들여오기 외국에서 수입도 하고, 개인 컬렉션에서 공수해오는 경우도 있다"며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음악이 가치있다고 생각하고, 이 가치를 전달하고 싶기 때문에 이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고 바이닐 가게 '모자이크 서울'의 내부. 다양한 LP들이 눈길을 끈다./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중고 바이닐 가게 '모자이크 서울'의 내부. 다양한 LP들이 눈길을 끈다./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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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라는 이름에도 음악과 공간에 대해 커티스가 추구하는 특별한 의미가 깃들어 있다. 그는 "모자이크는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개별의 재료가 모여 전체적인 '어울림'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음악뿐 아니라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어울렸으면 좋겠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한쪽 벽면에 전시되어있는 앨범 재킷들이 눈길을 끌었다. 마치 모자이크처럼, 각자의 특색을 뿜어내는 재킷들은 그 안에 어떤 음악이 담겨있을지 더욱 궁금하게 하는 일종의 호객꾼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그는 "음반은 하나의 완성된 예술작품과 같다.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으로 보는 것도 중요하다. 앨범 표지나 재질, 크기 등 구성된 모든 것은 음반마다 다른 느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 바뀌는 사람들의 기분을 단편적이며 기계적으로 추천해주는 그저 그런 음악이 아닌 내가 노래를 직접 고르고, 손과 눈으로 그 감촉을 느껴보는 일은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일이지 않을까.


커티스는 이곳에 오는 손님들이 어느 정도 구매를 목적으로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LP는 음악을 소유하고 있고, 평생 갖고 여행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며 "디지털 음원은 소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음반을 소유하는 것은 음악이 주는 풍요로움과 안정감을 더욱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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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의 한편엔 손님들이 앉아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커티스는 이곳에서 직접 내린 커피와 향긋한 민트차도 판매한다. 메뉴는 두 가지 뿐이지만, 방문한 손님들이 음악을 들으며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풍미를 더해준다. 그는 "이곳은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음악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턴테이블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배워보고 자신의 취미를 더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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