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걷고, 엎드리고, 피하고…현대모터스튜디오에 등장한 로봇개 '스팟'
16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서 로봇개 '스팟' 시연
"초소형 모빌리티 자체…모든 제품·서비스에 활용"
[아시아경제 김지희 기자]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 개 두 마리가 나타났다. 성인 무릎 높이 정도의 덩치 큰 개들이 현대자동차의 차량으로 가득한 로비를 거침없이 활보했다. 1,2층을 오르내리며 바쁘게 돌아다니더니 제네시스 신형 G70의 문이 열려 부딪힐 뻔한 아찔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몸을 틀어 제 갈 길을 갔다. 이내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자 기분이 좋은지 제 자리에서 뛰거나 몸을 좌우로 흔들며 애교를 부리기도 했다.
현대모터스튜디오에 등장한 이 똑똑한 개의 이름은 '스팟'.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만든 4족 보행 로봇이다. 이날은 최근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현대차그룹이 대표 모델인 스팟의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자리다. 스팟은 국내에서 일반 구매가 제한돼 있는 탓에 연구 목적으로 대여한 4~5대가 전부다. 시연에 나선 로봇도 연세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에서 고정밀 지도 제작에 활용 중인 모델이다.
스팟은 걷기, 계단 오르기 등은 기본이며 스스로 일어서거나 장애물을 인지해 피하는 제법 고난이도의 동작을 척척 해냈다. 몸을 잔뜩 웅크렸다 일어서 상하좌우로 기지개를 켜며 유연성도 과시했다. 스팟이 유명세를 탄 계기였던 동영상에 나온 것처럼 옆에서 밀어도 스스로 중심을 잡거나 역동적으로 춤을 추는 모습까진 직접 확인하진 못했으나, 360도 카메라와 유연한 관절을 이용해 장애물을 인지하고 복잡한 지형을 통과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스팟은 그 자체로 하나의 초소형 모빌리티"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로봇개 스팟의 핵심 기술은 인지ㆍ제어 능력이다. 카메라를 통해 사방의 장애물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한 제어 알고리즘을 촘촘하게 구현했다. 컨트롤러로 직진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는 상태에서도 G70의 문이 열리자 오른발을 우측으로 옮겨 자연스럽게 우회할 수 있었던 것도 제어 알고리즘이 정밀하게 짜여 있기에 가능했다.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아 넘어져도 다리 길이와 무게, 무게중심 등을 모두 고려해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손쉽게 몸체를 뒤집고 일어설 수 있다.
또 다른 강점은 모듈화다. 스팟에 어떤 모듈을 호환시키느냐에 따라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스팟에는 전체 무게의 절반 정도인 최대 15kg의 모듈을 실을 수 있다. 시연 당시에는 실내 정밀지도 연구개발 목적에 맞춰 벨로다인의 라이다와 3D 스캐너를 얹은 모습이었다. 라이다 대신 팔 모양의 모듈을 얹으면 닫혀있는 문을 열고 방 사이사이를 이동하는 등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응급 구조 물품을 담은 트렁크를 설치해 터널 속에 갇힌 이들에게 전달하는 등 인명 구조용으로도 활용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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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라인업 가운데 가장 작은 크기의 상용화 모델이다. 일반의 접근성이 높지만 기술력 측면에선 하위에 속한다. 2족 직립 보행이 가능한 '아틀라스', 바퀴가 달려 직접 물건을 자율적으로 옮기는 '핸들',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치타' 등 하이엔드 로봇도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아틀라스나 핸들의 경우 인지ㆍ제어 능력을 포함한 모든 기술력이 스팟보다 훨씬 뛰어나다"며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향후 그룹 내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인지ㆍ제어 능력을 중심으로 한 보스턴 나이내믹스의 로보틱스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김준명 현대차그룹 기술PR팀 팀장은 "현대차그룹의 생산 능력과 연구개발 역량, 글로벌 네트워크 통해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로봇을 양산하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인수를 통해 로봇 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팩토리까지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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