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의 도시순례]철도와 도시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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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는 근대 문명의 상징이다. 인력이나 동물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사람과 물자를 빠른 속도로 이동시킬 수 있는 철도의 등장은 인류의 문명과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대량의 물자를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게 되면서 운송비용은 급속히 낮아졌고, 과거 분리됐던 공간들은 철도 부설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철도의 안정적인 운행을 위해 정확한 시간 준수가 요구됐으며 이는 사회의 규격화와 표준화를 가져오는 출발점이 됐다.

철도 등장으로 운송비용 낮추고 사회 규격·표준화 출발

철도의 등장은 도시의 확대를 가능하게 했다. 철도 등장 이전의 도시들은 마차나 인력이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의 범주가 생활권으로 정해졌지만 철도는 이를 대폭 확대시켰다. 사람들은 철도를 통해 좁은 도심을 벗어나 외곽의 넓은 곳으로 주거를 옮길 수 있게 됐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단거리 여행과 교외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철도역은 도시의 중심지가 됐으며 매일 규칙적으로 먼 거리를 오가는 통근의 개념도 철도를 통해 생겨났다.


철도는 기존 도시를 연결하는 역할도 했지만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역할도 했다. 철도 건설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됐기 때문에 철도를 건설하는 주체들은 역 그리고 철도 주변의 토지를 활용해 개발함으로써 비용을 충당하고 철도를 이용하는 수요를 창출했다. 철도를 따라 새롭게 만들어진 주거 지역이 등장하고, 이런 지역을 철도가 연결하면서 도시는 더욱 성장하게 됐다.

새로운 노선·기존 노선 변화 등 쉽지 않은 단점에 자동차에 밀려
중부내륙선 1단계 개통구간(부발~충주간) 및 향후 예정(충주~문경) 구간 노선도

중부내륙선 1단계 개통구간(부발~충주간) 및 향후 예정(충주~문경) 구간 노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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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는 도시의 성장을 가능하게 했지만 사전에 부설된 레일만을 통해 이동할 수 있으며 새로운 노선의 건설과 기존 노선의 변화는 쉽지 않다는 단점으로 점차 새롭게 등장한 이동수단인 자동차에 밀리게 됐다. 처음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적재 능력, 신뢰성, 속도 등 모든 면에서 자동차는 철도의 경쟁자가 될 수 없었다. 철도를 보조하는 교통수단으로 간주되던 자동차는 내연기관의 발달에 따라 점차 철도의 경쟁자로 등장했다. 무엇보다도 자동차의 높은 자유도는 철도가 극복할 수 없는 장점으로 인식됐다. 개인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가고 싶은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동차는 결국 철도를 밀어내고 교통의 중심에 서게 됐고, 도시는 철도가 아닌 자동차와 도로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자동차 보급에 따라 철도의 역할과 기능이 축소되면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등장했다. 도시의 주택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차량의 증가에 따른 이동 시간의 증가는 사람들에게 큰 피로감으로 다가왔고 이에 따라 외곽으로의 이주보다는 시간에 맞춰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직주근접에 대한 선호가 높아짐에 따라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다. 미국과 유럽의 대도시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이러한 경향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2000년대 도로교통 정체 심화…온실가스 배출 등으로 인식 변화
중앙선 서원주~제천 개량사업 노선도

중앙선 서원주~제천 개량사업 노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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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왔다. 1970년대까지 철도를 중심으로 성장하던 도시들은 이후 고속도로의 등장, 자동차 보급에 따라 도로와 자동차 위주의 공간 구조로 변모하게 됐다. 도시의 확장과 개발이 이어지면서 과거에 비해 효용이 줄어든 철도는 애물단지로 취급됐으며, 기존의 철도 노선을 철거하거나 역사를 외곽으로 이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자동차와 경쟁할 수 있는 빠른 속도가 요구됨에 따라 기존의 철도 노선들은 직선화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철도로 인한 도시 공간의 분절이 도시 발전을 저해한다는 논리로 도심에 있던 역은 외곽으로 이전됐다. 이런 역들은 수요처에서 멀어짐에 따라 과거에 비해 수요가 감소했고 이는 철도 운행의 감축으로 이어져 또 수요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게 됐다.


이러한 흐름들은 2000년대 들어 도로 교통의 정체 심화 그리고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 및 온실가스 배출 등이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면서 극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하철을 비롯한 광역철도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역을 더 이상 외곽이 아닌 기존의 도심에 위치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다. 동계올림픽 개최를 이유로 건설된 강릉선의 경우 당초 강릉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 역사가 건설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강릉시와 시민들의 요구로 5000억원이라는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기존 역을 지하화하는 형태로 변경됐고, 이러한 요구는 이후 높은 수요로 정당한 것임을 보여줬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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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광역철도망 수요 증가…2021년 철도 통한 공간변화 본격화

철도 건설은 노선 결정에서부터 시작해 실제 이용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에 따른 변화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도시 지하철의 경우 높은 수요로 모두의 관심사이지만 도시를 연결하는 일반 철도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으며 특히 기존 철도의 개량은 더욱 그렇다. 철도의 개량은 직선화, 복선화, 전철화로 구성되는데 각각 속도, 용량, 견인력을 높여준다. 이렇게 개량된 철도는 과거에 비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간 거리를 단축시킨다. 낭만의 상징처럼 간주되던 과거 경춘선은 청량리에서 춘천까지 2시간이 넘게 걸렸으나 복선전철화를 통해 이제는 1시간 이내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철도를 통한 공간의 변화는 2021년부터 본격화될 예정이다. 중앙선 개량사업이 마무리되면서 충북 제천 그리고 경북 안동까지 시속 260㎞로 달리는 KTX-이음이 투입됨에 따라 서울로의 이동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원주와 더불어 제천까지 수도권 통근이 가능한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충주와 여주를 연결하는 중부내륙선도 새롭게 개통될 예정이다. 현재 운행 중인 경강선 부발역에서 환승해 판교 그리고 강남역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돼 서울과 충주의 연결이 대폭 개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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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개량과 신설은 도시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개선된 교통 여건으로 새롭게 성장할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오히려 대도시로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원주, 제천, 충주, 안동 등은 그동안 지역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해왔는데 새롭게 개통되는 노선과 고속 차량의 투입에 따라 어떠한 변화를 겪을 것인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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