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 "3차 대유행 유례없는 중대고비…전용병원 만들어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K방역에서 치료·감염관리로
코로나 패러다임 전환해야
중장기적 중환자 대책 절실
정부대책, 의료기관에 집중돼야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조현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지난 주말 1000명을 넘어서면서 대위기를 맞고 있다. 3차 대유행은 특정 집단이나 시설에 국한됐던 1ㆍ2차 유행과 달리 일상 곳곳을 고리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다는 점에서 더 큰 위기로 다가온다. 특히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며 위중증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게 최대 위기다. 각 의료 현장의 의료진은 코로나19와의 사투를 벌이면서 연일 불어나는 신규 확진자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8월 수도권 2차 유행 이후 정부가 병상 확보에 나섰지만 중환자 병상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코로나19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목소리를 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이 선봉에 섰다. 최 회장은 3차 대유행을 '유례없는 중대 고비'로 진단했다.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 이후 근 11개월이 다 돼가지만 선제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최 회장은 지금처럼 '의료진을 갈아넣는 방역'으로는 지속적인 K방역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이제는 코로나19 관리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효율적인 대응을 위한 중장기적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회장을 최근 서울 용산구 의협 임시회관에서 만났다.
-3차 대유행의 장기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올해 초 국내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3차 대유행 위기를 맞고 있다. 의협은 과거 신종인플루엔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 경험을 기반으로 1차 유행 초반부터 우려를 표명하고, 준비가 필요함을 정부에 강력히 요청해왔다. 1ㆍ2차 유행은 국민의 자발적 협조와 헌신적인 의료진 덕분에 피해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할 때 그간 K방역이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번 3차 대유행의 양상은 기존 대응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줬다. 특히 코로나19 중환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매일 1000명대에 육박하는 신규 환자가 쏟아져 나오면 지금의 의료 시스템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
-수도권 거리두기 3단계 상향이 필요한가.
▲이달 1일 이미 의협은 대정부 권고문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올릴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거리두기는 감염 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2단계 정도로는 확산세를 꺾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의협의 우려는 최근 현실로 나타났다. 이달 초ㆍ중순께 대규모 환자 발생 가능성을 제기하고 1~2주의 단기간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통해 유행을 선제 차단해야 한다고 경고했음에도 정부가 거리두기 격상을 주저하면서 확진자가 폭증했다.
코로나19 전용병원 지정·가동 등
사망률 줄이는 실질적 노력 필요
-K방역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코로나19 관리의 패러다임을 '방역'에서 '치료와 감염 관리'로 전환하고, 정부의 대책과 지원이 의료기관에 집중돼야 한다. 이미 감염된 환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통해 사망률을 낮추는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중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음압 중환자 병상을 확충하고, 중등증ㆍ경증ㆍ무증상 환자에 대한 관리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로나19 전용 병원을 더욱 확충해야 한다.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입장에서 일반 외래, 입원 치료 환자와 동시에 코로나19 환자를 함께 관리하는 것은 매우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병원을 지정하는 데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병원에 인력과 자원도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 일부 상급종합병원 중심의 중환자 병상 확보와 제한된 병상에 대한 중앙의 적정성 평가를 통한 빠른 병상 회전 전략은 중환자 치료 현장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와의 의정협의체 구성이 늦어지고 있다.
▲지난 2일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과 '의정협의체 운영 및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의정 논의'를 했다. 이날 논의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긴밀한 민관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의협 내부 의사결정기구인 범의료계투쟁특별위원회(범투위)는 추가 회의를 통해 9ㆍ4 의정합의 이행을 위한 의정협의체를 발족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논의는 9ㆍ4 의정합의 당시 코로나19 안정화 단계 이후에 논의하기로 한 만큼 이번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공공의대 신설ㆍ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한다면 실질적 대안이 있나.
▲공공의대를 만들어서 필수 진료 과(科) 의사들을 충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일단 필수 진료 과에 필요한 인원을 정부가 제시한 공공의대 인원으로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흉부외과ㆍ외과 등 어려운 과에 가고 싶어 하는 학생도 있지만 급여 자체가 낮고 그에 비해 리스크는 너무 크다. 리스크가 높은 의료 행위를 하는 사람에 대해 법적 보호를 못 하고, 결과가 안 좋으면 구속하는 현 상황에서는 기피 과가 될 수밖에 없다. 법적인 보상 체계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 아울러 의료 전달 체계를 바로 세우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우리나라는 소위 '빅 5' 상급종합병원에 전국의 환자들이 몰린다. 1차 의원-2차 병원-3차 상급종합병원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확실한 통제가 있어야 한다.
-지역에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해마다 400명씩 추가로 의사를 선발해 학비를 지원하고 나중에 10년 의무복무를 부과한다는데 이는 기본권, 즉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각 지역 의대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지역인재할당제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령 전남대라면 광주ㆍ전남 출신들이 졸업하고 해당 지역에 전공의로 남는 비율이 외지에서 오는 학생들보다 높을 것이다. 또 지역수가 가산제도가 있어야 한다. 의사들이 지역으로 안 가는 이유는 다른 직종과 같다. 기본적인 교육ㆍ문화 인프라가 부족해서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이다. 이런 단점을 딛고 의사들이 활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선 파격적인 지역수가 가산제도가 필요하다. 확실하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지 않고서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을 수 없다.
의정협의체 발족 민관협력 강화
비대면 진료 예외적 허용 방향으로
신임 장관과 새로운 의정 관계 기대
-코로나19로 의료 환경에도 비대면이 요구된다. 원격의료 반대 입장에 변화가 있나.
▲코로나19와 같이 국가 감염병 사태가 발생하면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의료계도 앞으로 이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직접 대면진료가 원칙이지만 국가 감염병 사태와 같은 대규모 재난 사태가 발생해 의사가 직접 환자를 대면 진료할 수 없다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새로운 상황에 직면한 만큼 환자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복지부 장관에 권덕철 전 차관이 내정됐다.
▲권덕철 신임 장관 후보자는 정통 관료로 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일하며 보건ㆍ의료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다. 의료계와는 2014년 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투쟁 당시 복지부 대표로서 의협과의 협상과 소통을 맡았던 인연이 있다. 정부가 일방적 정책 추진으로 의료계와 큰 갈등을 빚은 한 해가 저무는 이 시점에 신임 장관의 임명이 새로운 의정 관계를 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임기가 내년 4월까지로 얼마 남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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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가 마무리될 때까지 필수의료수가를 정상화하는 최소한의 단초는 시작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필수의료수가를 올리는 데 총 6조원의 재원이 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 우선순위를 따져 5000억원어치 필수의료수가를 정상화하는 작업을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하고 싶다.
조현의 기자 hone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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