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아, 보츠와나 등 4개국 국경지
남아프리카 국가들 40년 숙원사업

2주 걸리던 바지선 물류이동 시간
기적의 다리 건설로 2시간으로 단축

기술 경쟁력과 현장 노하우로 승부
코로나 악재 속 1000만 시간 무재해

대우건설이 시공한 보츠와나 카중굴라 교량 전경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이 시공한 보츠와나 카중굴라 교량 전경 (사진=대우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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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상전벽해(桑田碧海)'. 아프리카 대륙 중남부 국가인 잠비아와 보츠와나 국경 지대의 요즘 풍경에 딱 맞는 말이다. 불과 세달 전만 해도 이곳은 폭 1㎞에 달하는 잠베지강에 다리가 없어 사람도, 트럭도 모두 바지선에 의존해 건너가야만 했다. 화물을 실은 트럭의 경우 통관 절차를 거쳐 바지선에 실려 강을 건너는데 2주나 걸렸다.


이 일대의 모습은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 10월 길이 823m, 폭 18.5m에 달하는 '카중굴라 대교'가 완공되면서다. 이 다리를 통해 사람도, 트럭도 두 지역을 오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까다로운 통관 절차를 거치더라도 두시간이면 넉넉하다.

◆카중굴라의 기적= 잠비아와 보츠와나 국경인 잠베지강 양쪽선착장에는 화물을 가득 실은 트럭들로 항상 붐빈다. 잠비아와 보츠와나의 교역의 대부분이 이곳을 이용하는 탓에 물동량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카중굴라 대교 개통 전에는 상황이 심각했다. 피난 행렬을 방불케 했다. 선착장에는 강을 건너려는 트럭들이 1㎞ 넘게 줄지어 기다려야 했다. 잠베지강에 다리가 없어 트럭들은 작은 바지선에 실려 강을 건너야 했다. 바지선도 단 두 척이라서 트럭 기사들은 일주일 정도 선착장에서 대기하며 탑승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카중굴라 대교 완공 이후 요즘 남부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카중굴라의 기적'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는 것이 현지 업계의 전언이다. .

카중굴라 대교 건설은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40년에 걸친 숙원 사업이다. 중남부 아프리카 해상 물류는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더반항을 통해 이뤄진다. 철도가 없어 이 물자들은 트럭으로 운송해야 하는데 이 트럭들이 아프리카 중남부를 왕복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곳이 잠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 나미비아 등 4개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카중굴라다. 이 숙원 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재정 여건이 좋은 보츠와나와 잠비아 두 국가가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기로 합의하면서 2014년 다리 건설 사업이 본격화됐다.


대우건설의 보츠와나 카중굴라 교량 시공 현장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의 보츠와나 카중굴라 교량 시공 현장 (사진=대우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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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중ㆍ일 삼국지, 승기 잡은 대우건설= 카중굴라 대교 사업을 놓고 한국, 중국, 일본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선공에 나선 것은 일본 기업이다. 일본국제협력단(JICA)의 국제 원조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의 장점을 살려 JICA가 일본 기업에 유리하도록 특수 공법 수행 실적을 입찰 참여 조건에 넣었다. 그러자 중국 기업이 낮은 공사 금액을 앞세워 공격적인 수주전에 나섰다.


'백'과 '돈'의 전쟁에 밀린 대우건설이 수주전에서 내세울 것은 결국 기술 경쟁력과 현지 공사 노하우 뿐이었다.


대우건설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보츠와나에서 했던 5건의 도로 공사 실적을 통해 입증한 우수한 시공 품질과 합리적인 공사비를 제안하며 판을 흔들었다. 일본은 입찰 조건만 믿고 공사비를 2억 달러나 제시해 가격 경쟁에서 밀렸고, 중국은 500억원 이상 낮은 금액을 제시했지만 결국 대우건설이 공사비 1억6200만달러(약 1890억원)로 수주에 성공했다.


당시 보츠와나 측 프로젝트 책임자는 "중국 기업이 만든 도로는 10년을 못 버티고 하자가 생기지만 대우건설이 만든 도로는 30년이 지나도록 멀쩡했다"며"품질에 대한 믿음이 있어 중요한 공사를 맡겼다"고 설명했다.


◆기술 경쟁력으로 인정받다= 카중굴라 대교는 길이 923m, 폭 18.5m의 엑스트라도즈 교량과 687m의 접속도로, 2170m 단선철도를 포함하는 남부아프리카 최대 프로젝트다. 완공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열악한 공사 환경 때문이다. 공사 초기 현지 업체의 콘크리트 타설 강도가 기준에 못 미쳐 1500㎞ 떨어진 나미비아에서 시멘트를 조달해야만 했다. 전기는 툭하면 끊겼다. 잠비아가 정전되면 관세를 내고 보츠와나의 전기를 끌어다 썼다. 공사비가 체납되면서 공사가 전면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이같은 난관을 딛고 지난 9월 5일 발주처인 보츠와나와 잠비아 정부가 발급한 인수확인서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무재해 1000만 시간 달성' 인증서도 함께 발급받았다.


카중굴라 대교는 철도와 도로가 함께 지나는 복합교량이어서 일반 교량에 비해 진동의 강도가 크다. 대우건설은 이 교량을 '엑스트라도즈 교량(Extradosed Bridge)'으로 설계했다. 엑스트라도즈 교량은 거더(기둥사이 상판)를 보가하는 케이블이 사장교의 케이블처럼 주탑에 정착된 교량이다. 교량의 교각 간격을 늘릴 수 있으면서 진동제어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사장교보다 주탑의 높이가 낮아 상판이 더 많은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아프리카의 열악한 환경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라는 악재속에서 무재해 1000만 시간 달성과 함께 성공적으로 준공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며"2주일을 2시간으로 줄인 기적의 다리 카중굴라 대교는 연속된 6개의 주탑이 뛰어난 외관을 뽐내는 등 지역 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중굴라 대교 시공 현장 (사진=대우건설)

카중굴라 대교 시공 현장 (사진=대우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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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아프리카 시장의 러브콜= 그간 중국이 독식하던 아프리카 시장에서 카중굴라 대교 공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한국 기업의 기회도 많아질 전망이다. 이미 대우건설은 잠비아와 콩고민주공화국 국경을 잇는 450억원 규모의 교량 프로젝트를 제안받은 상태다. 앞서 대우건설은 지난 5월에는 사업비가 2조원이 넘는 나이지리아 LNG Train7 사업을 원청으로 수주했다. 연산 약 800만t 규모의 LNG 생산 플랜트 및 부대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 계약은 일부 글로벌 건설사들이 독식해온 LNG 액화 플랜트 건설 EPC 시장에 대우건설이 원청사 지위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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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관계자는 "오랜기간 아프리카의 주요 국가와 교류하면서 주요 사업을 수행하며 쌓은 신뢰와 경험,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건설 한류를 전파하고 있다"며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에 경제 발전의 동맥을 뚫고 피가 돌 수 있도록 도와서 대한민국 건설의 우수성을 알리고 국위를 선양하는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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