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준법감시위 활동 두고… “미흡”·“진일보” 평가 엇갈려(종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국정농단 관련 뇌물 공여 혐의 파기환송심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로 향하고 있다./victor.lee@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이기민 기자]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양형 요소 중 하나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 활동에 대해 전문심리위원 3인의 평가가 각각 엇갈렸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7일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을 열어 준법감시위 활동에 대한 전문심리위원 3명의 의견을 확인했다. 특검팀이 추천한 홍 회계사 외 이 부회장 측이 추천한 김경수 변호사(전 대구고검장), 재판부가 지정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 그들이다.
특검이 추천한 홍 회계사는 준법감시위의 활동이 '미흡하다'고 평가한 반면, 이 부회장 측이 추천한 김 변호사는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재판부가 추천한 강 전 재판관은 '준법감시위 출범으로 준법감시조직이 강화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위법행위에 대한 선제적 예방활동이지 못하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냈다.
특검 측 홍순탁 "결론 정해진 평가… 준법위 미흡"
홍 회계사는 이날 "이번 준법감시위 점검은 일정상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판부가 제시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16개 항목으로 구분해 준법감시위 활동을 평가했다"며 "그 결과 하루 10시간 이내 현장점검에 그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홍 회계사는 그러면서도 "의혹 수준이 아니라 검찰 기소까지 된 이번 사건의 경우는 재발 방지 검토 수립이 이뤄져야 하는 게 당연한데 현실적으로 최고경영진에 대해서는 이러한 준법 감시 제도의 작동이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하다"며 "점검목적에 따라 개별 점검 항목에 따른 결과에 따라 종합 결론을 도출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 "점검항목이 사전에 합의되지 않아 개별항목에 대한 결론이 도출돼 절차적 정당성이 부여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회계사는 절차적 한계를 안고 진행한 점검에서 16개 항목 모두가 미흡 이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3개 항목이 '상당히 미흡'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재발방직대책도 수립되지 않았다"며 "종합결론은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했다.
김경수 '긍정적'·강일원 '유보'… 평가 엇갈려
반면 김 변호사는 "준법감시위 출범은 근본적인 구조 변화의 하나로, 진일보임이 틀림없다"며 "최고경영진에 특화한 준법감시 체계로 준법 의지를 강화하거나 유지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준법감시위에 일부 계열사만 참여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김 변호사는 현재 준법감시위 조직의 규모에 맞게 현실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진정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모든 관계사가 포함되거나 혹은 준법감시위 사무국 200명 만들어서 모든 것들 다 점검한다면 거의 보여주기식이 된다"며 "그러나 현재 규모가 있는 7개 관계사를 포함했고. 사무국도 22명으로 규모가 크지 않다. 이 범위를 넘어서면 준법감시위원 6명으로는 감당이 안된다"고 말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정치 권력과의 관계나 지배구조 등 최고경영진의 비리 방지에는 당사자의 준법 의지가 중요하다"며 "총수들 스스로 깊은 자기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전 재판관은 유보적 결론을 내렸다. 그는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전문위원) 세 사람 사이에 다소 표현상 차이가 있어서 점검 결과를 각자 보고서로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준법감시 조직이 강화된 면이 있다"면서도 "새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정리하고 선제적 예방활동을 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고 유보적 평가를 했다. 강 전 재판관은 "준법감시위의 지속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변화가 있을 수는 있는데, 그 부분을 현 단계에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 "3자 검증 좋은 기회로"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위의 실효성 여부를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전문심리위원 3명을 각각 지정해 준법감시위의 실효성 여부를 평가하도록 했다. 다만 전문심리위원은 유·무죄 판단이나 양형 결정 등 재판부의 합의에 참여할 수 없고, 재판부를 보조하는 자격을 갖는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 위원장(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은 이날 심리위원의 평가의견에 대해 "제3자의 검증을 받는 좋은 기회로 여기고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는데 적극 참고하겠다"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위원회에 주어진 소임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재판 기일 지정 두고 벌어진 특검과 변호인의 설전…"檢 응석 받아주듯 기일 지정"vs "변호인 변론 근본 넘어섰다"
재판 기일을 추가하겠다는 재판부의 발언을 두고 특검과 변호인 측은 고성으로 설전을 벌였다.
특검은 이날 재판에서 전문심리위원들의 의견진술이 끝나자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이 전문심리위원들의 평가에 대해 심도 있게 의견 진술을 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은 "전문심리위원들의 준법감시 점검 시간이 8시간에 그쳤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점검 결과가 나오면 추가 평가 여부를 지난 재판에서 말해 달라고 했고, 재판부도 점검 결과 나오면 다시 생각해주기로 했다"고 별도 재판 기일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특검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다음 공판기일인 21일 당초 예정된 결심을 하지 않고, 전문심리위원의 평가에 대한 의견 진술을 하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기일을 정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변호인은 "양재식 특검보가 항의해서 어린아이 응석을 받아주듯 해서 기일이 지정됐다"고 말했다. 양 특검보는 "변호인들의 변론이 근본을 넘어섰다"면서 "그게 말이 되는 표현인가"라고 언성을 높이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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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가 이를 중재하고 "누군가가 요청한다고 해서 기일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다"며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을 듣고 내부에서 논의한 결과"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21일로 예정된 결심공판도 30일로 미뤄졌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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