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노조 때문에 中 갈수도"…GM의 경고, 엄포 아니다
코로나19·노사갈등으로 올해 벌써 8만대 생산차질
GM, 호주서도 정부 지원만 받고 철수한 전례 있어
업계선 "철수 명분만 제공"…협력업체는 해결 읍소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한국GM의 철수설이 다시 제기됐다. 미국 GM의 고위 임원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놓고 파업을 반복하는 한국GM 노동조합에 대해 "한국을 떠날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게 발단이 됐다. 업계에서는 한국GM의 적자와 노사 관계 리스크, 비정규직 소송 등 갈등 양상이 워낙 첨예해 지금 당장 철수를 결정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본다. 노사분규 장기화가 GM에 철수 명분만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스티브 키퍼 미국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대표는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GM 노조가 차량 생산을 인질로 잡고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며 "GM에는 중국을 포함해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연간 500만대를 생산하는 방안도 있다"고 밝혔다. 키퍼 부사장은 북미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GM 공장 대부분을 총괄하는 임원이다. 한국GM은 이에 대해 "노사 화합을 강조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키퍼 부사장의 발언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수면 위로 올라왔던 '한국 철수설'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성과가 부진하면 가차 없이 철수를 단행하는 GM의 경영 스타일도 한국 철수설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GM은 2013년 이후 유럽 시보레 브랜드 철수, 호주ㆍ태국ㆍ인도네시아 공장 철수, 러시아 생산 축소, 남아프리카공화국 시보레 브랜드 철수 등의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올해도 미국 오하이오ㆍ미시간ㆍ메릴랜드 공장을 폐쇄했고 인도와 태국 공장을 매각했다.
GM의 성과 우선주의 경영 스타일을 고려한다면 한국GM도 안심할 수 없다. 한국GM은 지난달 30일부터 계속된 노조의 부분파업 탓에 현재까지 약 1만700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또 노조가 파업과 잔업ㆍ특근 거부를 20일까지 연장하면서 이 규모는 2만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상반기에만 6만대가량의 생산 차질이 빚어진 터라 7년 연속 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GM은 2018년 군산 공장을 폐쇄한 뒤 나머지 사업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산업은행과 10년간 한국을 떠나지 않기로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GM은 최근 전기차 전환 계획을 통해 해외 사업을 대부분 접었고, 한국GM은 2018년과 지난해 각각 6149억원과 3324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그 규모가 이미 산은의 지원금 8100억원을 넘어섰다. 또 GM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GM이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등 각종 소송으로 4억9000만달러(약 5400억원)를 배상 및 추가 비용으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노조 파업이 계속될 경우 GM이 10년을 채우지 않고 한국에서 떠나기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산은이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GM이 손해배상을 감수한다면 막을 수 없다. 실제로 GM은 2012년 호주 정부로부터 10년간 공장 유지를 조건으로 10억달러 지원을 약속받고 2억7500달러를 받았지만 2013년 12월 철수 계획을 발표하고 4년 뒤인 2017년 10월 최종적으로 철수했다.
업계에서는 한국GM의 노사 간 대립은 GM에 철수 명분만 제공할 뿐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GM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임금을 이유로 파업을 반복하는 한국GM 노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글로벌 공장들을 속속 정리하는 상황에서 한국 철수 가능성도 감안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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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국GM 협력업체 모임인 '한국GM협신회'는 이날 오전 6시20분부터 8시까지 부평 공장 앞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살려달라는 호소문'을 배포하며 피켓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지금도 협력업체는 전기세는 물론 직원들 급여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지금부터 더 이상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된다"며 조속한 임단협 타결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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