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만 되면 국책 사업 손바닥 뒤집듯…'가덕도신공항' 졸속 추진 논란
4년 끌어온 김해신공항안 백지화 수순
여야 모두 '가덕도신공항' 추진 속도전
TK 정치권 "정치적 목적…김해공항 백지 절대 불가"
전문가 "국책 사업 정치적 이용…예비타당성조사 무력화 심각"
[아시아경제 한승곤·강주희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결정됐던 '김해신공항안'이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되면서, 동남권신공항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김해신공항안은 지난 2016년 '동남권신공항 후보지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이번 검증에서 안전성 문제 등의 이유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민심에 민감한 정치권은 PK(부산·울산·경남) 시·도민의 오랜 염원인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보궐선거,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의식해 국가 주요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문가는 국책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가 무시되고 정치적 논리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국가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는 17일 김해신공항 확장과 관련해 비행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막대한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문제,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원하는 만큼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 등을 이유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증위는 특히 '공항 시설 확장을 위해서는 부산시와 협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제처 유권해석을 인정, 국토교통부가 활주로 신설을 위해 공항 인근 산을 깎는 문제를 두고 부산시와 협의하지 않은 점을 절차상 흠결로 판단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위해 특별법 제정에 나서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열린 긴급대책회의에서 "오래전부터 가덕도신공항 지지 의사를 밝혔다"며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합법적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단장을 맡는 동남권신공항 추진단을 구성하고, 추진 절차를 최대한 단축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민의힘에서는 일관된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여당을 향해 '선거용 정책'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보궐선거를 의식한 듯 비판의 목소리는 강하게 내지 않는 분위기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동남권신공항 추진을 두고 여야 모두 내년 4월 예정된 보궐선거,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의식해 표 계산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앞서 동남권신공항 사업은 지난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띄운 이후 추진 계획 백지화만 3번을 겪는 등 정권마다 부침을 겪어왔다. 지난 2016년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실시한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 평가'에서 김해공항은 밀양, 가덕도를 제치고 가장 높은 점수 받았고, 당시 박근혜 정부는 김해신공항안 추진으로 힘겹게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이번 검증 결과로 현 정권에서 또다시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오랜 검증 절차를 거쳐온 수조 원대 국책 사업을 선거를 의식해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는 비판이 거세다. 앞서 국토부는 후속 절차에 대해 '후보지 물색 등 원점에서 다시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국토부는 '김해신공항의 단점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여야는 모두 검증 발표와 동시에 가덕도신공항을 기정사실화하고 추진을 위한 속도를 내고 있다. 정당한 절차나 검증 없이 선거만을 의식한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구와 경북도는 김해신공항 검증결과에 대해 '절대 수용 불가'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공동성명서를 통해 "김해신공항 건설사업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며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오랜 갈등과 논란 끝에 세계적 공항전문기관 ADPi의 용역을 거쳐 영남권 5개 시?도의 합의를 통해 결정된 중요한 국가 정책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적인 부분 등에 문제가 있다면 보완해 추진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국가 균형발전과 국민과의 약속은 뒷전"이라며 "오로지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영남권을 또다시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는 행위"라고 분개했다.
전문가는 국책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가 무시되고 정치적 논리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국가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가덕도신공항 추진은 YS 때부터 추진된 오래된 계획이다. 그때는 부산을 항만도시, 국제도시로 키우겠다는 나름 합리적인 타당성을 갖고 가덕도를 추진했다"며 "다만 그것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TK(대구·경북) 민심을 반영해 절충점을 찾은 것이 김해신공항으로, 보수 정권 때도 사실 정치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계획으로 되돌아간다는 점에서 현재 그 자체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문제는 이번 정부에서도 마침 내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가덕도신공항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지난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국책 사업을 너무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결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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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평론가는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의 문제점은 정치적인 논리, 선거를 의식해서 행정적 절차를 너무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국책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가 무시되거나 면제되는 경우가 과거 때보다도 많다. 국가 예산은 한정되어 있는데, 그야말로 예산을 마구잡이로 쓰는 것이다. 예비타당성조사 자체가 무력화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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