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행논란'에 靑서 12일만에 물러난 김기정
국책연구기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으로 복귀
올해 통일연구원장 성추행 논란으로 해임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성인지 감수성 논란

지난 5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미 대선 이후 한반도,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란 주제로 열린 외교안보 관련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회자와 토론자는 모두 남성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미 대선 이후 한반도,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란 주제로 열린 외교안보 관련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회자와 토론자는 모두 남성이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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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에 김기정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내정됐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20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에 임명됐다가, 교수 시절 '부적절한 품행'에 대한 여성단체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12일 만에 자진 사퇴했었다. 그런 그가 다시 국책연구기관장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논란이 적지 않다.


그의 복귀는 현 정부 외교안보부처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연정(연세대 정외과)라인'에 대한 세간의 비판을 더욱 증폭시킨다. 인적 구성의 다양성을 잃고, 특정 학파·계파에만 인사가 쏠리는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문정인 외교안보특별보좌관(연대 정외과 명예교수)를 비롯해, 최종건 외교부 1차관(정외과 교수), 조현 유엔 대사(정외과 졸업),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정외과 졸업) 등이 연정라인으로 있는 상황이다. 연정라인의 득세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번 인사는 더 큰 문제는, 김 전 교수가 청와대에서 물러난 맥락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때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분과위원장직을 맡았다가 곧 안보실 2차장에 임명됐으나, 2주도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여성단체 등으로부터 '부적절한 인사'라는 의견이 거세지자 청와대가 추가 검증에 나섰고, 이에 김 차장이 사의를 표명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청와대는 "시중에 도는 구설 등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만 밝혔다. '시중에 도는 구설'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교수 재직 시절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지적이 각계에서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교수가 2차장에서 물러나던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김 전 차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무엇이었는지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성희롱, 여성 비하 등 문제라는 제보도 들어온다"며 "사실이라면 고위공직은 물론 교수직도 수행할 수 없는 심각한 흠결"이라고 했다.


남성 중심 외교안보업계의 고질적인 '성인지 감수성' 부족 문제가 다시 거론될 수 밖에 없다. 올해는 특히 이 문제가 심각했다.


지난 1월 임강택 통일연구원장이 직원 성추행 의혹으로 해임됐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7월(당시 장관 내정자), 수행비서 성폭행·강제추행 혐의로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빈소를 찾은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아버지도 제가 징역살이 할 때 돌아가셨다. 굉장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자신의 민주화 운동 옥고를 안 전 지사의 옥고와 동일시했던 셈인데, 명백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성명을 내고 "조문 행렬에 동참한 정치인들과 조화에 내걸린 명패로 성범죄자 안희정은 그의 정치적 건재함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장례식장을 찾은 정치인들의 발언에 대해 "성범죄자도 언제든지 정치영역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승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16일 한 포럼에서 "여성으로 처음 외교장관이라는 막중한 자리에서 기를 쓰고 있지만 저도 '여성이기 때문에 이런가'라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면서"남성 위주의 문화에서 내가 과연 받아들여 지고 있나 하는 질문을 스스로 할 때가 없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강 장관은 "시간이 흐르면서 (여성이) 다수가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많이 바뀔 것"이라며 여성이 외교안보영역에서 더 많은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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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대로 더 많은 여성이 외교안보업계에 유입되고 더 많은 여성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 한, 성인지 감수성 기근 현상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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