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액 5배, 최저한도 설정
공동교섭단위 도입 등
동시다발 규제 쏟아내

재계 "노조 편향법 강제로
노사갈등 장기화 불가피"

중대재해처벌·親노조법…고강도 '기업족쇄法' 홍수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성기호 기자] 상법ㆍ공정거래법ㆍ금융그룹통합감독법 등 이른바 기업 규제 3법에 이어 정치권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노동편향적 성향의 법안 등 초강도 규제 법안을 쏟아내 경제계의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 동시다발적으로 통과된다면 자칫 존폐를 걱정해야 할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기업들은 초강도 규제 법안을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호소하지만 정작 소통에 나서겠다는 정치권의 반응은 냉담하다.


◆ 중대재해처벌법, 야당 법안 더 강화한 법 내놓은 여당=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함께 발의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입장을 13일 최고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정의당의 당론 채택 요구에 대한 생각을 묻는 말에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대답해 당론 채택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19~20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기업 부담 우려로 자동 폐기됐다. 하지만 최근 정의당이 21대 국회 첫 발의 법안으로 내세우면서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한발 늦게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은 오히려 정의당안보다 기준을 더 강화했다. 정의당의 법안에서는 손해액의 3~10배 범위의 징벌적 책임을 기업에 부과하지만 여당은 최저 한도를 5배로 설정했다.


기업들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사업장 내 사망 사고 발생 시 사업주를 처벌하는 산업안전법 전면 개정안이 올해부터 시행된 가운데 더욱 강화된 법안이라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국회 주요 정당 모두가 찬성하는 입장이라는 점이 더욱 곤혹스럽다.


◆與, 노조 교섭권 강화 '공동교섭단위' 도입 법안 발의= 더 큰 문제는 기업을 옥죄는 고강도 규제 법안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는 데 있다.


이수민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이 최근 발의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대표적인 고강도 규제로 꼽힌다. 이 법안에 따르면 노동관계 당사자 중 어느 한쪽이라도 공동 교섭을 요구하면 중앙노동위원회가 심사를 통해 공동교섭단위를 도입하게 된다. 공동교섭단위가 구성되면 개별적으로 교섭하거나 단체협약 체결 등이 금지되는 강제력을 갖게 된다. 이 의원의 법안은 공동교섭단위를 구성할 수 있는 산업에 하역산업, 운수산업, 건설산업 및 보건의료 분야를 지정했지만 대통령령으로 산업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여지를 열어놓았다.


이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업종과 근로관계의 유사성, 노동조합의 조직형태, 노사의 입장, 교섭의 관행 및 지리적 근접성을 바탕으로 산업별 및 지역별 교섭단위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현행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의 교섭 원칙에서 업종별 및 산업별 교섭 등 교섭 구조를 다양화함으로써 유사 업종의 근로 조건을 통일하고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같은 당 안호영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공동교섭단위의 범위가 더 넓게 설정돼 있다. 안 의원의 법안은 노동관계 당사자가 기업ㆍ산업ㆍ지역별 교섭 등 다양한 교섭 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개별교섭에 나설 경우 사용자는 교섭을 요구한 모든 노동조합과의 교섭에 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들은 노조법 개정안이 노동관계 당사자 중 어느 한쪽이 요구하면 공동교섭이 진행되게 돼 있어 노조에 유리한 제도를 강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보고 있다. 기업마다 다른 경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하나의 공동안을 도출한다면, 노사 갈등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 큰 우려는 단체협약의 경우 기업별 편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공동교섭단위를 인정하는 해외에서도 최근엔 개별교섭 추세로 바뀌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계의 경우 4년에 한 번씩 전국노조가 노동자를 대신해 기업 단위로 개별교섭에 나서고 있다. 또한 캐나다의 경우 건설, 항만 운송, 철도 등 교섭 대표 노조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부 산업에 대해서만 인정하고 있다.

AD

이준희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관계법제팀장은 "공동교섭을 진행하는 나라가 있지만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우리나라의 단체협약 협상에서는 회사의 복리후생과 인사ㆍ노무 등 기업 운영 전반과 관련한 제반 사항이 논의되기 때문에 기업 간 차이를 무시한 통합적인 협상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