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커진 동학개미, 정책까지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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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주식시장의 대주주 요건을 현행 10억원 그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소위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반발로 여권이 한 발 물러서며 정책 방향을 수정한 것이다. 공매도 금지 기간 연장, 양도세 부과 기준 완화 등 정부의 정책 기조를 흔들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입김이 날로 세지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에 휘둘리던 개인투자자가 국내 증시를 움직이는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이 앞으로도 현행 '종목별 10억원 이상'으로 그대로 유지된다. 당초 정부는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주식 보유액 기준을 내년부터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출 계획이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었고, 여론 악화를 우려한 여당이 대주주 요건을 현행대로 유지하자며 강하게 밀어붙이자 정부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글로벌 정세와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이어서 현행처럼 (대주주 기준을)10억원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고위 당정청 협의에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2018년 2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결정된 대주주 과세 기준 3억원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공매도 금지 기간이 내년까지 연장된 것도 동학개미들의 힘에서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주식 시장의 공매도를 9월15일까지 6개월간 전면 금지시켰다. 코로나19로 인해 증시가 크게 출렁이자 증시 안정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내린 조치다. 금지 시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난 8월 말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와 자기주식 취득한도 확대를 6개월 연장하기로 의결했다. 9월 종료될 예정이었던 모든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 조치가 내년 3월15일까지 6개월 더 연장된 것이다.

금융위는 당시 "지난 3~4월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시행한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과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방안을 최근 코로나19 장기화 우려를 감안해 연장한 것과 같은 취지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도 6개월 연장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재개에 대한 강력한 반발에 정부가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됐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며 동학개미들에게 힘을 싣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양도세 부과 기준도 완화시켰다. 정부는 지난 6월 발표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향'을 통해 2023년부터 국내 상장주식과 주식형펀드에 투자해 연간 2000만원 넘게 수익을 올리면 최대 25%의 양도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 달 뒤인 7월22일 '2020 세법개정안' 발표때엔 5000만원이 넘는 수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걷기로 수정했다. 공제 금액이 한달새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늘어난 것이다. 정부가 금융세제 방안을 전격 수정한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당시 브리핑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시기에 주식시장을 떠받쳐온 개인투자자를 응원하고 주식시장이 활성화되도록 금융투자세제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현재 20% 수준인 개인투자자의 공모주식 일반 청약 비중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 소위 '로또주'라 불릴 정도로 공모주가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개인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보다 유리하게 신주를 배정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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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정부의 정책을 잇따라 흔들면서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의 입김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으로 급락하던 증시가 현 수준까지 가파르게 상승한 과정에 동학개미의 기여가 컸다는 것을 정부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고 여론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이라며 "이제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서 외국인과 기관 등 '큰손' 못지않은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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