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7명 "연차 다 못 썼다"
직장인들 연말 연차 소진 '눈치'…일부는 연차에 출근
현행법상 연차 사용 강제는 위법…근로자 청구 시기에 지급해야

서울 광화문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광화문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 서울 소재의 한 중소기업에 근무 중인 직장인 A(28) 씨는 연차휴가 소진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사용 가능한 연차가 7일이나 남았지만, 상사의 압박으로 사실상 연차를 사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A 씨는 "개인 사정 등으로 연차를 사용한다고 할 때마다 상사의 눈치를 봐야 했다"면서 "최근에도 남은 연차를 연말께 쓸 수 있을지 물어봤는데 '네가 가면 일은 누가 하냐', '다른 사람들은 뭐가 되겠느냐' 등의 비아냥만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연차를 다 못 썼는데 남은 두 달 동안 어떻게 연차를 다 쓰겠나"라면서 "하루 이틀이라도 쓸 수 있으면 다행일 것 같다. 올해도 다 쓰지는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말을 앞두고 각 기업이 유급휴가 소진을 독려하고 있는 가운데, 휴가 사용을 두고 골머리를 앓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일부 직장인들은 업무 부담 등의 이유로 연차를 쓸 수 없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연차 유급휴가가 보장되지만, 사내 분위기, 상사와 직장동료의 압박으로 사실상 연차 소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노동자에게 휴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2003년 연차휴가사용촉진제도를 도입했다. 연차휴가사용촉진제도는 사용자가 법에 따른 연차휴가 사용을 촉진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사용하지 않아 소멸된 경우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한 금전보상의무를 면제하는 제도다.


이는 당초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만 적용됐다. 지난 3월 정부 근로기준법 공포안에 따르면 근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의 연차유급 휴가, 1년간 80% 미만 출근한 근로자의 연차유급 휴가에도 사용촉진제도가 적용된다.

그러나 여전히 부서 운영, 바쁜 업무, 상사 눈치 등을 이유로 연차를 소진하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연차 휴가를 사용하고 싶어도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일부는 "서류상으로만 연차를 사용하고 출근한다"고 밝히는가 하면, "원하는 날이 아닌 사측에서 지정해주는 날짜에 강제적으로 연차를 써야 한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노동자의 휴식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입사 2년 차 직장인 B(26) 씨는 "최근 연차 휴가를 쓰고도 회사에 출근해야 했다"고 피해를 토로했다.


B 씨는 "미리 팀원들과 상사에게 동의를 얻은 뒤 결재를 다 받은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막상 당일이 되니 '일이 급하니 출근해서 처리하라'는 연락이 왔다"면서 "인사상 불이익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출근했지만 너무 황당했다. 이미 결재가 끝나 연차도 그대로 소진 처리됐다는 말만 들었다"고 덧붙였다.


연차 휴가 관련 자료화면/사진=연합뉴스

연차 휴가 관련 자료화면/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연차휴가를 모두 소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12월 직장인 1451명을 상대로 '연차휴가 사용 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휴가를) 모두 사용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27%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모두 사용하지 못했다"고 답한 응답자(73%) 가운데 61%는 "남은 기간에도 연차를 소진하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차를 소진하지 못한 직장인의 남은 연차휴가 일수는 평균 4.9일로 파악됐다. 과장급 이상은 5.6일, 주임·대리급은 5.5일, 사원급은 4.6일 등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연차 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이유로 '상사와 동료 눈치가 보여서', '일이 너무 많아서' 등을 꼽았다.


한편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근로자가 원하는 시기에 연차휴가를 주어야 하고, 사용을 강제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 제60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하고, 그 기간에 대하여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AD

다만,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를 판단하는 기준은 기업의 규모, 업무의 성질, 작업의 바쁜 정도, 대행자의 배치 난이도, 같은 시기 휴가 청구자의 수 등이다. 별도의 규정이나 사업운영에 대한 큰 지장이 없음에도 근로자의 연차 사용을 강제한다면 권리남용으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