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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부동산 '가격안정' 쫓다가 '주거안정' 망쳐버린 정부

최종수정 2020.10.27 11:25 기사입력 2020.10.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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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조사·정리한 '부동산 피해사례 20選' 사례보니
졸지에 강제 갭투자行…계약파기·배액배상·명도소송 '아비규환'
이번주 전세안정 대책 안 나올 듯
전문가 "각자의 불가피성·유리한 시점 존재 인정해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단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장세희 기자] 작년 10월 A씨는 올해 말 등기를 조건으로 아파트를 매수했다. 임차인은 당시 확약서를, 임대차2법 발의 이후에는 구두로 퇴거를 약속했지만 지난달 갑자기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주장했다. 명도소송으로 진행될 경우 A씨는 일시적 1가구2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과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워진다.


서울 마포에 자가거주 중이며 인천 영종도 아파트를 임대중인 B씨는 자녀 보육을 위해 지방에서 왕래하는 장모를 영종도로 모시려 했지만, 개정된 임대차법에 막히고 말았다. 계약 갱신 거부 가능한 실거주자 영역에 직계존비속만 포함되고, 배우자 존비속은 빠져있기 때문. B씨는 "내 집은 남에게 내주고 가족은 빚을 내서 살아야하느냐"고 토로했다.

전세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해법 마련이 늦어지는 사이 임대차2법의 부작용 사례가 누적되며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시세 변화 뿐 아니라 대출, 세금, 세입자 의견 등 주거지 이동 과정에서 고려해야하는 변수들이 복잡하게 꼬이게 된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안정'만 쫓다가 정작 '주거안정'은 망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피해 내용 살펴보니…"졸지에 갭투자자 신세"= 27일 국민의힘이 지난 7월 말 임대차법 개정 이후부터 직접 사례 접수ㆍ조사 후 정리한 '부동산 피해사례 20선(選)'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다양한 임대차 분쟁이 나타나고 있다. 앞서 나열한 A씨와 B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8월과 9월 임대차 분쟁 상담 건수는 1만7839건(대한법률구조공단 집계)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뛰었다. 야당이 특수 사례만 모아 최근의 양상을 과대포장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접수된 피해사례를 살펴보면 매매와 전세 시장은 최근 계약파기와 배액배상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명도소송까지 이어지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상황이다. 지난 6월 신혼집으로 아파트 한 채를 매수한 C씨는 내년 4월 잔금 후 입주를 계획했지만, 세입자는 현재 연락두절 상태로 계약갱신을 요구중이다. 신혼 살림을 위한 생애 첫 주택 구입이 강제 '갭투자'로 이어질 처지인 셈이다. C씨는 "관련부처와 지자체에도 문의했지만 협의를 언급하며 명확한 해석을 주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남편 명의의 집에 자녀들과 함께 실거주 하려는 D씨의 계획도 막혔다. 세대원이 모두 전입해 살아야 한다는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거부 조건 때문이다. 남편은 건강 문제 등으로 수년 전부터 시골에 홀로 거주중이다. D씨는 "부부라도 사정상 떨어져 살 수 있는데, 개인의 생활영역까지 침법당하는 것은 반(反)헌법적"이라고 호소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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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선 "양도세 비과세 기한 연장" 주장도= 시장이 내놓은 해법중 하나는 양도세 비과세 혜택 조정이다. 1가구2주택 비과세 혜택을 주는 기존주택 처분기한(조정대상지역 1년 이내, 그 외 3년 이내)을 계약갱신 기간만큼 유예해주는 것이다. 이 경우 기존 주택 값에 시세 상승분을 더해 이사하는 통상의 '갈아타기'에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다른 논란의 불씨는 '자발적 세입자'다. 자가(自家)를 소유중이면서 재테크 및 자녀 교육 등 다양한 사유로 본인은 고가 보증금을 두고 임차해 사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강남 재개발 물건을 손에 쥐고 보증금 10억원짜리 마포 전셋집에 거주하는 E씨와 20년 전세살이 끝에 대출을 받아 그 집을 매수한 F씨 가운데 누가 더 거주권 보호가 필요한 경우인지 논의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택 매매와 임대차 계약에는 각자의 불가피성과 유리한 시점이 있다"면서 "일시적 1가구2주택자를 포함해 모든 다주택자를 적대시하면 매매는 물론 전월세시장도 막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임대주택 계획은 발표 뒤 3~5년이 지나야 공급되는 것"이라면서 "매매시장이 정상화돼야 세입자들이 자가거주자로 전환되면서 전세난이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주 내에 구체적인 전세안정화 대책을 내놓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세 공급은 재산권이라는 중요한 권리 문제가 얽혀있어 사실 뾰족한 수를 찾기 힘들다"면서 "이번주 안정화 대책은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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