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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어이'가 아닙니다" 어리다고 무시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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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국회 국감서 '어이' 반말 들어
"기득권 중·노년 남성들의 민낯이 드러난 사건"
알바생 952명 '알바 중 고객 비매너 행동으로 상처 90.2%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한국무역보험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한국무역보험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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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김영은 기자] "제 이름은 '어이'가 아닙니다.", "손님 중에 반말로 부르면서 소리치는 분들 많죠."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가 류호정 정의당 의원에게 '어이'라며 반말을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최 대표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이와 별도로 류 의원과 같은 20대 여성을 '어이'라고 부르거나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반말을 하는 등 소위 청년을 상대로한 중년 남성들의 갑질이 만연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류 의원은 이날 국회 산자위 국감에서 공영쇼핑 전문위원(마케팅본부장) 채용 과정에서 경력 허위 기재가 있었다는 점 등을 문제 삼으며 부정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최 대표는 "그에 준하는 자격을 가졌다"며 "20년 전 당시에는 계약직, 정규직 이런 게 없었지 않나 싶고 허위 기재라고 판단하지 않았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던 중 류 의원이 "그렇다고 해서 허위 기재가 용인되지는 않고요"라고 말을 끊자, 최 대표는 "어이"라고 말했다. 이에 류 의원은 "어이?"라고 반문한 뒤 질의를 이어갔다. 이후 최 대표가 류 의원이 나이가 어려 반말을 하는 등 무시했다는 논란이 커지자, 최 대표는 '어이' 발언은 호칭이 아닌, 감탄조사와 같은 혼잣말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류 의원은 추가 질의에서 "직원들에게 언론사에 대응해서 단순 감탄사였다는 식으로 정정 보도하라고 지시했다고 하는데 사실이냐"고 물었고, 최 대표는 "그냥 '허위'라고 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문맥으로 봐서 허위라고 했던 것 같은데 만약에 오해가 있었다면 사과드린다"고 답했다.

최 대표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구를 만든 광고 전문가로, 홍보 고문으로 문재인 대선 캠프에 합류한 바 있다. 21대 국회 최연소 의원인 1992년생 류 의원은 1949년생인 최 대표보다 43살 어리다.


상황이 이렇자 류 의원과 비슷한 나이대 청년 정치인들은 이날 "자기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하대를 밥 먹듯 하는 기득권 중·노년 남성들의 민낯이 드러난 사건"이라며 질타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무례한 언행이었음을 인정하지 않고 단순한 감탄조사였다고 둘러댄 점은 더욱 어이가 없다"며 "나이가 몇 살이든 류 의원을 비롯한 청년 의원들은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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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의원이 국회에서 겪은 이른바 '반말 논란'은 다른 20대 여성들이 흔히 겪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의 한 베이커리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A 씨(23)는 아르바이트하는 날마다 손님들로부터 늘 두세 번 이상은 반말을 듣는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아무래도 빵 종류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보통 그럴 때 반말을 많이 듣는다"라며 "특히 아버지뻘 남성 손님들로부터 '거기 아가씨', '어이' 라고 불리기도 하고 '여기에는 뭐 들어있어? 맛있는 것 좀 추천 해줘 봐', '포크 여러 개 줘야지' 같은 반말을 자주 듣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또한 "주문이 밀리는 시간대에는 재촉하면서 반말로 '언제 나오냐'고 크게 소리치는 분들도 있다"며 "매번 마주하는 상황이지만 매번 기분 상한다"라고 하소연했다.


아르바이트 상황이 아니어도 반말을 듣는 경우는 여럿 있다. 직장인 B 씨(26)는 "저는 택시를 자주 타는 편인데 대뜸 '어디로 가?', '현금 결제야?' 라고 반말을 하는 기사님들이 많다"며 "물론 기사님들이 저보다 나이가 많긴 하지만 그렇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반말을 해버리면 하대 받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분은 나쁘지만 한번 보고 말 사이라서 그냥 참고 넘어간다"며 "반말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들이 있는데 잘 지켜지지 않는 매너인 것 같다"고 한탄했다.


이 같은 아르바이트생들의 하소연은 한 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지난해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알바생 95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알바 근무 중 고객의 비매너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90.2%에 달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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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알바 도중 상처받았던 순간으로 △반말하는 고객을 대할 때(51.5%) △'깎아달라', '서비스 달라' 등 알바생 권한 밖의 일을 요구할 때(27.5%) △돈이나 카드를 던지거나 뿌리듯이 줄 때(26.9%) △고객이 실수해놓고 알바생에게 무조건 사과를 요구할 때(24.8%) △'맛없다', '서비스가 엉망이다' 등 트집 잡아 화풀이할 때(16.3%) 등을 꼽았다.


이 밖에도 △알바생들의 인사에 대꾸도 안 해줄 때(12.1%) △셀프서비스부터 아주 사소한 문제까지 알바생들을 계속 부를 때(9.3%) △무조건 사장 나오라고 할 때(7.7%) 등이 비매너 행동으로 꼽혔다.


전문가는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한 낡은 문화에서 벗어나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우리 사회는 여성들이 공적 주체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가부장적 문화를 기반으로 지내왔기 때문에 그런 인식이 계속해서 이어지며 발생하는 문제들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어 "사실 참 어려운 문제"라며 "국회에서나 사회에서나 젊은 여성들을 동등한 입법권을 지닌 국회의원 또는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생각한다기보다는 연령과 위계를 가진 누군가가 위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바라보는 문화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표적 사례가 택시를 탔을 때 어려 보이는 승객, 특히 여성 승객에게 반말을 하는 기사님들이 많은데 같은 승객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일 때와 남성일 때 승객에게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경우가 있다"며 "나이과 성별로 관계의 높낮이를 설정하는 게 아닌, 모두를 동등한 위치로 생각하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며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영은 인턴기자 youngeun92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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