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번째 과로사…아들이 마지막이길" 숨진 택배노동자 아버지의 호소
지난달 23일 경기 김포 CJ대한통운 중구지사 종로 서브(SUB) 터미널에서 택배 기사들이 추석 성수기를 맞아 늘어난 택배상품을 자동분류시스템을 통해 인수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연주 기자]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택배 배송 업무를 하던 중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옮겨진 뒤 사망한 40대 택배 노동자 A씨의 유족이 "(올해 택배 노동자가 과로사로 숨진 경우가) 8번째다. 우리 아들 죽음이 마지막이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20년간 택배업에 종사하다가 숨진 택배 노동자의 아버지 B씨는 14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택배 노동자에게) 지원을 해준다고 했는데 안 됐다고 하더라"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B씨는 "국민들 일일이 챙겨주지 못하는 것은 이해한다"라면서도 "그런데 이번에 뉴스를 보고 지원해준다고 했는데 안 됐다는 걸 알았다"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였던 A씨는 지난 8일 오후 7시 30분께 서울 강북구에서 택배 배송 업무를 하던 중 갑자기 호흡 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A씨는 생전 매일 오전 6시30분께 출근해 오후 9∼10시께 퇴근하는 등 하루 14시간 이상 일을 했으며, 하루 평균 400여개의 택배를 배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B씨는 "아침에 6시에 씻고 밥 한 숟가락 허겁지겁 먹고서 6시 반에 나갔다. 월요일과 토요일은 좀 일찍 들어왔지만, 나머지 요일에는 9시, 10시 (에 들어온다)"며 "이게 사람이 할 노릇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A씨가) 힘들다고 하는 소리가 '그래요, 그냥' 이었다"면서 "그래도 택배를 안 할 수도 없고 먹기 위해 하는 거지 누굴 위해 하는 건 아니잖냐"고 말했다.
이날 함께 출연한 강규형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숨진 A씨가 산재보험 적용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택배 노동자들을 위한 법과 분류작업과 관련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 대표는 "택배 현장에서는 입직 신고도 하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다. 또 입직 신고를 해도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암묵적으로 쓸 것을 강요하는 상황"이라며 "노동자로서는 갑을관계이기 때문에 거부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는 "고인의 현장을 확인했더니 5명이 (택배) 분류 작업을 했는데 5명 중 2명이 아르바이트였다. 아르바이트의 인건비는 택배 노동자들이 40만 원씩 내서 고용한 거고 고인까지 포함해 3명의 택배 노동자가 돈을 아끼려고 몸으로 일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분류(작업)의 문제다. 민관공동대책기구가 필요하다. 하루빨리 민관공동기구를 구성해 분류 작업과 관련한 대책을 세웠으면 좋겠다"며 "엊그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생활물류서비스법을 발의하면서 이해관계자들이 다 모여서 협약식을 했다. 택배 노동자들을 위한 최초의 법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이 법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는 12일 서울 노원구 을지대학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주간 숨진 택배 노동자 A씨를 추모하며 토요일은 배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진경호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택배 노동자) 과로사가 없게 하자고 했는데, 현장에선 이렇게 참담한 현실이 있었다"며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만행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석 기간 분류작업에 인력투입을 요구하자) 고인이 일하던 터미널은 분류작업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40만원을 내게 했다"며 "고인은 아침 7시부터 출근해 분류 작업에 나서야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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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참가자들은 "노동부는 산재 적용제외신청서가 악용되는 참담한 현실 앞에 시급히 제도개선에 착수해야 한다"며 "CJ대한통운은 지금 당장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에 사과하고 유가족에 위로금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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