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대사의 불필요한 동맹론 설화

[기자수첩] 소신도 국익 우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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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지난 6월 워싱턴 특파원과 화상간담회에 이어 이번에는 국정감사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이수혁 주미대사의 돌출발언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종전선언' 제안의 적절성을 따지고 든 야당 의원들의 날선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소신 발언이 발단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한국 정부를 대표하는 주미대사의 발언으로는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안팎을 달구고 있다.


이 대사는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의 질의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언성을 높였다. 그는 "한국이 70년 전 미국을 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국익이 돼야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정치인의 레토릭를 빌어 '선택적 동맹'을 강조한 셈이 됐다.

예상대로 미국 국무부는 미 정부의 목소리를 전하는 현지 언론을 통해 "우리는 70년 한미동맹이 이룩한 모든 것을 자랑스러워한다"며 간접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논란을 의식한 주미대사관은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직후 부랴부랴 해명자료를 내놨다. 이 대사의 발언은 한미동맹이 한미 양국 국익에 부합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에 강력하게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는 게 해명의 골자였다.


결과적으로 이 대사의 발언은 미 정부의 논평와 주미대사관의 해명으로 이어지면서 득이 될 게 없는 불필요한 논란만 야기했다. 더욱이 11월 미 대선이라는 큰 변수를 앞두고 미·중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어쩔수 없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외교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의 외교전략에도 부담을 안겼다.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한미동맹을 '포괄적 가치동맹'이라고 규정하면서 중국, 러시아 등과 보다 적극적으로 양자·다자외교를 해왔다.

한때 남북협력 사업, 호르무즈 파병, 한미 방위비 협상, 한일 갈등 등과 관련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신중치 못한 언행이 공분을 샀다. 대사의 신분으로 주재국의 국정 운영을 직접 거론하며 평가하는 듯한 말을 쏟아냈고, 이에 '한미동맹을 해칠 수 있는 내정간섭과 같은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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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동맹을 바라보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행태는 우려할만한 부분이다. 살얼음판 같은 국제 정세 속에서 주재국 대사의 소신도 때로는 중요하다. 그러나 불필요한 언행이 외교적 논란으로 이어진다면 자제하는 게 옳다. 치밀한 전략의 결과가 아니라면, 그 우려와 소신 역시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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