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새 문 닫은 은행점포 700곳…당국 "소비자 보호" VS 은행 "손님 없다"(종합)
고령층 금융서비스 소외 우려
금감원 점포폐쇄 늦추는 작업
시중은행 "비대면 거래 대세"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국내 은행들이 운영하는 영업점들이 최근 5년 동안 700여곳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초저금리 기조 속 은행 순이자마진(NIM)이 하향 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인터넷ㆍ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거래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 같은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권고 수준을 넘어 제동을 걸면서 은행권과의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은행 점포 폐쇄 시 외부 전문가 검토…정치적 이해관계 개입 우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현재 은행권 자율규제인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 절차'를 빠르면 올해 말 개정할 예정이다. 은행이 점포를 폐쇄할 경우 외부 전문가가 참여해 검토해야 하고 영업점 폐쇄 3개월 전에 금융소비자들에게 이를 알리도록 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로 알려졌다. 은행권에서는 자칫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될 경우 은행의 의사결정이 외부인에 의해 휘둘릴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 절차 개정 작업을 진행 중으로, 마무리 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며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점포 폐쇄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고령층 소외 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점포, 5년새 700여곳 줄어…점차 빨라지는 감축 속도
금감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점포수는 6592개다. 2015년 말(7281개)과 비교하면 9.5%(689개)가 줄어든 규모다. 이 기간 시중은행이 점포 629곳의 문을 닫아 전체 폐쇄 점포의 91.3%를 차지했다. 지역별로 보면 농어촌 같은 취약지역보다는 수도권이나 광역시 등 대도시권 점포 폐쇄가 전체의 89%에 달했다.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것은 점포 감축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급격한 점포 수 감축에 따라 고령층이 은행 이용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올 들어 상반기까지 폐쇄된 점포는 117곳에 이른다. 또 이달에도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SC제일은행 등의 지점 및 출장소 40여곳이 문을 닫을 예정이다. 최근 5년 새 연 150곳이 넘는 점포가 사라지는 셈이다.
코로나 사태로 부실 우려…경영 악화 방치 못해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이러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반박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로 인한 경쟁 과열화, 사모펀드 시장의 위축,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규모 금융지원 등으로 '한파'를 넘어 부실 우려를 걱정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수익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 점포를 그대로 둔다는 것은 경영 악화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금융당국이 코로나 금융지원을 요구하면서 이자 상환마저 다시 유예시킨 상황에 점포를 정리하고 자산을 매각해 실탄을 확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드래프트 방식 도입 등 은행권 협의 통한 공동 대응 필요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점포 축소가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라는 측면에서 해석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만 포용적 금융차원에서 '드래프트 방식의 점포 폐쇄 절차'를 도입하는 등 은행권 협의를 통한 공동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드래프트 방식은 프로 스포츠에서 신인선수를 선발하는 것처럼 각 은행이 점포를 폐쇄할 지역을 순차적으로 정하는 방안이다.
또 해외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벨기에, 일본, 독일 등에서 중형은행 뿐만 아니라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지점의 공동 운영이 적극 모색되고 있다. 이에 따라 ATM의 공동 운영과 더불어 은행 간 공동점포 운영이 고객의 편의성 증대와 비용절감 측면에서 효과가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결국 '파업 할까봐' 웨이퍼 보관함까지 밖으로 꺼...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은행의 점포 축소와 그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은 저성장ㆍ저금리 현상이 장기화되고 디지털화가 급속히 확산되는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은행의 생존전략 중 하나"라면서 "적정 수의 점포유지가 필요한 경우 은행권 협의를 통해 드래프트 방식의 점포 폐쇄 절차를 도입하고, 공동점포 운영 및 은행 대리점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