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넘어간 개천절·한글날…'포스트 코로나' 논의의 장 열렸다
방역조치와 집회자유 충돌
한글날 경찰차벽 완화
5월 '이태원 집단감염' 촉발
동선공개 지침 변경
방역·인권 조화 논의 시작점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 대규모 집회가 예고됐던 개천절·한글날이 별다른 충돌 없이 넘어갔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조치와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 간 논쟁으로 번졌다. 코로나19가 야기한 '뉴노멀(새로운 표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완화된 경찰 차벽…집회 보장 접점 찾는 과정
지난 9일 한글날에 보수 성향 단체 8·15비상대책위원회(8·15비대위)는 서울 광화문에 2000명 규모의 집회를 신고했고, 경찰은 코로나19 방역을 근거로 이를 금지 통고했다. 이에 8·15비대위는 전면적 집회 강행 대신 기자회견을 택하며 충돌을 빚지 않았다.
다만 경찰의 대응은 3일 개천절과 비교하면 수위가 크게 낮아졌다. 당시 경찰은 경찰버스 537대를 동원해 광화문광장부터 서울시청까지 모든 도로에 차벽을 설치하고, 90곳의 검문소를 운영해 광화문 광장 진입은 물론 시위대의 도심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그러나 한글날에는 경찰차벽을 광화문광장 도로변에만 일부 설치했고, 검문소도 57곳으로 대폭 줄였다. 시민 통행을 위한 셔틀버스도 4대 운행했다.
이처럼 대응 수위를 한층 낮추게 된 배경에는 개천절 '과잉 대응' 논란이 있다. 헌법상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와 방역을 위한 조치에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원천 봉쇄에 따른 시민들의 통행 불편도 고려됐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감염병 확산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국민 불편을 줄일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한글날의 경찰 대응은 그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 중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방역과 인권의 충돌, '포스트 코로나' 논의 시작점
방역조치와 헌법적 가치가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5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확산됐을 당시 동선공개 등을 놓고 방역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의견과 사생활 보호가 부딪쳤다. 이는 곧 사회적 논의로 발전했고, 방역당국은 동선정보공개 지침 변경을 통해 확진자의 정보 공개를 최소화하면서 국민의 방역활동을 도울 접점을 찾아내 현재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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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차벽 논란' 또한 집회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사회 각계에서 활발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이뤄졌다.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당 의원들과도 국회 차원에서 공청회 등을 통해 논의를 가져가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우리 사회가 지닌 인권과 법치주의의 역량을 확인하는 시험대'라고 규정한 바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할 논의의 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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