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읽는 독서는 옛말…이제는 '귀가 호강'
책→e북 이어 오디오북 성장세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직장인 김수영(32) 씨는 하루 평균 1시간 이상 걸리는 출퇴근 길에 오디오북 플랫폼을 통해 평소 관심 있는 책들을 접하고 있다. 소설이나 교양서,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를 성우나 유명인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것이다. 김 씨는 "걸어다닐 때는 앞을 보고 다녀야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멀미 때문에 책을 읽지 못해 주로 음악만 들었다"면서 "오디오북 서비스를 통해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도 두 달만에 책 10권을 완독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주부 박은경(31) 씨도 오디오북 애청자다. 그는 "육아 때문에 책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면서 "책 내용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되고 세상 돌아가는 소식도 알 수 있어 만족감이 크다"고 했다.
3일 현재 오디오북 구독 서비스 '윌라'에는 이처럼 '책듣기' 플랫폼 덕분에 독서량이 늘었다고 만족하는 사례들이 줄을 잇는다. 그동안 시간이 부족하거나 읽는 습관을 들이지 못했거나 시력이 나빠 책과 거리를 두고 지낸 이들에게 오디오북이 맞춤형 서비스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책 내용 들으며 다른 일도 가능
코로나19 발생 후 이용량·시간 늘어
오디오북은 휴대전화와 이어폰 등 스마트기기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발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화진 윌라인프루센셜 부장은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으로 열린 2020 콘텐츠산업포럼에서 "음악보다 오랜 시간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있는 반면, 현대인들은 인터넷 뉴스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일상화로 책처럼 긴 텍스트를 읽는 집중력은 떨어져 있다"며 "이 같은 간극을 좁히고 책 읽기에 대한 막연한 의무감도 해소하는데 오디오북이 적합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레이션으로 책을 접하면서 다른 일을 병행하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점도 오디오북의 매력이다. 앞서 미국 오디오북협회(APA)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18세 이상 성인 10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1%는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서 오디오북을 듣는다'고 답했다. '운전 중 이용한다(65%)'는 비율이 가장 높았고 '잠들기 직전(52%)', '집안 일 중(45%)'이 뒤를 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바깥 활동이 제한되면서 볼거리, 즐길거리를 찾는 수요가 늘어 오디오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오디오북을 비롯한 책·e북 등의 장르는 코로나19 발생 전과 비교해 이용량이 44.9% 증가했다. 하루 평균 이용시간도 이전 63.34분에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91.77분으로 올랐다.
플랫폼사에서는 이용자의 집중도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전문 성우뿐 아니라 배우나 가수 등을 내세우기도 하는데 내레이터 입장에서도 오디오북이 새로운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외화나 다큐 등 영상 콘텐츠와는 별개의 수요가 생겼고, 분장이나 의상 준비 같은 부담도 적어 (참여자들의)만족도가 크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은 쑥쑥, 韓은 걸음마
중소형 출판사 중심 정부 지원 확대
전자책 전문 해외 사이트 '굿이리더닷컴'과 글로벌 컨설팅업체 '딜로이트' 등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35억 달러(약 4조780억원)에 달한다. 2013년 20억 달러(약 2조3890억원)에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주요국 가운데는 미국의 시장 규모가 15억 달러(약 1조7474억원), 중국이 10억 달러(약 1조1649억원)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우리나라의 시장 규모를 200억~3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글로벌과 견줘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주요 사업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규모를 키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의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오디오클립'은 2018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한 뒤 지난 5월 기준 오디오북 누적 판매 수량 35만부, 누적 경험 사용자 27.3만명을 달성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사업 초기 5개월과 올해 1월~5월을 비교했을 때 판매 수량은 500%, 판매금액 123%, 유료 사용자수는 181%씩 각각 성장했다. 윌라도 2018년 4월 출시 이후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100만여건, 누적 회원 수 60여만명(유료 가입자 12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오디오북이 출판시장 활성화에 일부 기여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관련 시장 육성과 콘텐츠 확충을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은 업계의 고민거리다. 녹음실 사용료, 낭독자 출연료 등을 더해 300쪽짜리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평균 700만~80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종이책 제작 비용보다 3~4배 비싸 중소업체가 진입하기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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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국내 오디오북 관련 예산을 지난해 8억원에서 올해 20억여원으로 증액하면서 오디오북 제작비용도 지난해 1억8000만원에서 올해 15억원으로 확대 지원키로 했다. 지난해부터는 서울과 대구에 오디오북 녹음·편집을 위한 스튜디오를 마련해 비용 때문에 망설이는 중소형 출판사를 위한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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