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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디스플레이 초격차 유지 못하면 전자산업 생태계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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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취임 100일 기념 인터뷰
"디스플레이는 문명 핵심기기, 초격차 유지하고 중국에 주도권 뺏기면 안돼"
소·부·장 일부 국산화 불구 핵심 소재 여전히 美·日 의존
원샷법 통해 M&A·구조조정 등 정책 지원 절실

김성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김성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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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이동우 기자] "디스플레이산업에서 초격차를 유지하지 않으면 TV·스마트폰 등 전자산업 생태계가 도미노처럼 무너질 겁니다. 디스플레이는 단순히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모든 기술이 집약돼 있는 국가의 첨병과 같습니다."


김성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취임 100일 기념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디스플레이산업의 위상을 이같이 설명했다. 우리나라 TV와 컴퓨터, 스마트폰 등 가전제품이 세계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디스플레이의 숨겨진 경쟁력에 있다는 것이다. 김 상근부회장은 일본을 예로 들면서 "2004년 한국이 디스플레이산업에서 일본을 추월했는데 일본 전자산업이 고꾸라지는 시점과 일치한다"면서 "디스플레이 기술 주도권이 우리에게 넘어오면서 전자 시장이 함께 따라왔다"고 전했다.

문제는 중국의 거센 추격이다. 김 상근부회장은 "만약 디스플레이 시장을 중국에 뺏기면 우리도 일본과 비슷한 상황을 맞을 것"이라며 "디스플레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지 못하고 산업이 무너지면 가전은 물론 대한민국 경제가 무너진다는 절박함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삼성과 LG 등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다만 "정부가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을 통해 미래 산업 구조 개편 과정에서 인수합병(M&A)이나 구조조정 등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 절차 간소화 같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덧 취임 100일이다.

▲어려운 시기에 취임해 어깨가 무겁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현재 LCD에서 OLED로 사업을 재편하는 중요한 변곡점에 있다. 취임 후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를 시작으로 소재ㆍ부품ㆍ장비 기업 현장을 방문하고 정부기관, 학계, 연구원 등 디스플레이 관련 전문가와 면담했는데 패러다임의 변화와 동시에 중국이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한 우리 업계가 골든타임에 놓여있다는 위기를 실감하게 됐다.


-현장을 자주 찾았는데, 기억에 남는 기업은.

▲처음으로 방문했던 주성엔지니어링이 기억에 남는다. 본사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내벽에 설치된 대형 태극기가 눈에 들어왔는데, 과거 경영이 극도로 힘든 상황에서도 '대한민국 국가 대표'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임직원에게 불어넣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는 창업주의 설명에 감명을 받았다. 공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로 유명한 이 기업이 사명감을 가지고 혁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책임의 막중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나래나노텍을 방문해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본사 건물 외벽 전체가 타일형 벽화로 그려져 있는데, 인류 최초의 디스플레이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를 연상케 했다. 수만 년의 시간 동안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온 벽화, 종이 등 모든 정보 매개체를 돌아보면서 문명의 중심이 된 현재 디스플레이의 중요한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기업은 어떤 애로를 호소하던가. 단기와 중장기 측면의 해결 과제는.

▲국가 간 이동제한에 따른 영업 활동 지장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패널 기업의 경우 신·증설 라인 셋업 차질로 신제품 생산에 영향을 받고 장비 기업은 해외 장비 수주나 셋업 등 영업 활동에 애로가 있다. 입출국 시 발생하는 의무 자가격리에 따른 비용도 중소기업에는 큰 부담이다.


기업의 투자 여건이 좋지 않은 점도 우려스럽다. 한국 패널 기업의 주력 시장인 하이엔드(High-end·최고급) 제품 수요가 정체 상태인 반면 여전히 중저가 제품이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OLED TV, 폴더블폰 등 프리미엄 혁신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나 가격대가 높아 기존 시장의 침투력이 높지 않다.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서는 투자를 통한 생산 확대가 필수적이나 외적으로는 하이엔드 제품 수요가 높지 않고 내적으로는 기업 영업 실적 악화로 투자 여력이 많지 않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한국과 중국 기업의 기술 격차를 얼마 정도로 보고 있으며 향후 우리 기업이 차세대 기술을 리드하기 위한 방안은.

▲중국과 우리는 한마디로 애증의 관계다. 디스플레이 초격차는 유지해야 하지만 장비는 최대 시장인 중국에 팔아야 한다. 지난해 기준 세계 OLED시장 점유율은 한국 89.4%, 중국 9.8%다. 2017년 점유율 0.4%에 불과했던 중국이 2년 만에 10% 가까이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OLED 생산능력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빠르다. 지난해 한국의 22% 수준에서 2023년 54%, 2025년 78%까지 중국의 생산 능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OLED 기술력은 전문가마다 다르나 적게는 1~2년, 많게는 3년까지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고 본다.


이처럼 중국이 한국 OLED시장을 추격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무엇보다 기술 혁신을 통한 새로운 폼팩터 창출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아직은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있기 때문에 중국이 OLED에 투자할 때 한국은 QD 및 폴더블, 롤러블, 스트레처블 등 한 단계 높은 시장으로의 이동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LCD처럼 대규모 물량 공세로 추격할 수 없게 기술적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또한 모바일, TV 등 기존 시장뿐 아니라 비대면(언택트) 문화 확산 대응을 위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디스플레이 등 새로운 시장에서의 수요를 창출하고 선점해 나가야 한다.


-일본 수출 규제를 계기로 반도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분야 소부장도 큰 문제로 떠올랐다. 기술 자립화는 현실적으로 어느 단계에 있는 지 냉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OLED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발광재료·FMM 등), 장비(노광기·이온주입기 등)는 여전히 일본과 미국에 의존하고 있으나 대중소 협력을 통해 대형 증착기, PI도포기, 전자재료, 편광판 등 많은 품목을 국산화했다. 특히 일본 수출 규제 품목인 불화수소는 지난해 말에 100% 국산화했고 폴리이미드는 도우인시스사가 대체품목을 개발했으며 코오롱인더스트리, SKIET 등에서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일본 수출규제로 인해 우리 소부장 기업의 잠재력이 오히려 증명된 점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노광기, 이온임플란트, FMM 등 수입에 100% 의존하고 있는 핵심 장비의 경우 국산화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기초 핵심 역량 육성 지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대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업황에 미치는 직간접적 영향은.

▲LCD시장 성숙, 중국의 급성장에 코로나19 변수 등장으로 디스플레이산업은 어느 해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스포츠 이벤트 연기, 선진국 경기 위축, 외부 활동 최소화에 따른 소득 감소 등으로 폴더블폰, TV 등 주류 제품의 수요가 축소됐고 패널 기업의 실적도 부진하다. 다만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확산으로 노트북 등 IT 제품 패널 수요가 증가하는 점은 기회 요인이다. 폴더블폰, 롤러블TV 등 독보적인 기술력을 적용한 신제품이 새로운 수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임기 내 목표가 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무궁무진한 정보와 인간을 연결시켜주는 문명의 핵심 기기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보여주는 것을 넘어 오감을 제공하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른 산업도 무궁무진한 확장 가능성을 가질 것이다. 이러한 시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시장 확대 방안을 고민할 것이다. 교육, 자동차, 건축, 의료 등 융합 영역에서의 유의미한 토론을 활성화하고 시장을 능동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정책을 강구하겠다.


대담=김혜원 산업부 차장, 정리=이동우 기자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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