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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로또 1등 당첨금 가로챈 부부, 무죄 → 실형

최종수정 2020.09.23 11:41 기사입력 2020.09.2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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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10년간 알고 지낸 지적장애인의 로또 1등 당첨금을 가로채 부동산을 매입하는 등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부부가 항소심에선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부부의 원심을 파기하고 각각 징역 3년, 3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상에서 소소하게 음식을 사 먹는 행위와 거액을 들여 부동산을 장만하는 행위는 전혀 다른 판단력을 필요로 하는 경제활동"이라며 "피해자는 숫자를 읽는 데도 어려움을 느껴 예금 인출조차 다른 사람 도움을 받아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과 피해자 사이에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소유와 등기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를 상대로 마치 피해자 소유로 땅을 사거나 건물을 지을 것처럼 행세해 속인 것"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 부부는 지난 2016년께 10여 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B씨의 로또 1등 당첨 소식을 듣고 "충남에 있는 땅을 사서 건물을 지어줄 테니 같이 살자"는 취지로 말해 8억8천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은 이 가운데 1억원가량을 가족들에게 나눠주는 등 임의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돈으로 땅을 사고 건물을 올리기는 했으나, 등기는 A씨 명의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맹이자 지적장애인인 B씨는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고 A씨 부부를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홍성지원 형사1부(김병식 부장판사)는 '토지와 건물을 피해자 소유로 하되, 등기만 피고인 앞으로 하고 식당을 운영하며 피해자에게 생활비를 주기로 합의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재물 소유에 관한 개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한 유혹에 현혹될 만큼 판단능력이 결여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검사의 항소로 사건을 다시 살핀 2심 재판부는 '고액의 재산상 거래 능력에 관한 피해자의 정신기능에 장애가 있다'는 점을 들어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에 A씨 부부는 B씨가 심신장애가 있는지 몰랐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0년 이상 알고 지낸 피해자에 대해 몰랐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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